| ▲ 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이 주요 계열사의 체질개선과 글로벌 확장 전략에 연속성을 부여하기 위해 연말 인사에서 안정에 무게를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
주요 계열사들이 체질 개선과 해외 사업 확대를 실행하고 있는 만큼 기존 경영진에게 성과를 완성할 기회를 더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CJ대한통운과 CJENM에서는 경영 연속성을 유지할 필요성과 실적 개선에 대한 책임 사이에서 이 회장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CJ그룹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올해 인사는 주요 계열사들이 경영체제를 재정비한 뒤 사업 구조 개편과 글로벌 확장의 성과를 내야 하는 시점에 이뤄진다는 특징이 있다.
이재현 회장은 최근 2년 사이 CJ그룹의 여러 계열사 수장 교체로 변화를 시도했다.
2024년 말에는 CJCGV 대표를 교체했으며 지난해 말에는 CJ제일제당과 CJ푸드빌 등 주요 계열사 수장을 차례대로 바꿨다. 체질 개선과 성장 전략을 맡을 인물을 나름 정비해 온 만큼 이번에는 기존 경영진에게 전략 실행을 계속 맡기는 쪽에 무게를 실을 가능성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CEO 중심 책임경영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인사 방식을 바꿨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으로 꼽힌다.
CJ그룹은 CEO 인사와 후속 임원 인사·조직개편 등을 분리하고 계열사 CEO가 후속 인사를 주도하도록 했다. 현 경영진이 직접 구성한 조직을 통해 성과를 내도록 기회를 이어주는 것이 이런 취지에 부합하지 않겠냐는 말이 그룹 안팎에서 나온다.
윤석환 CJ제일제당 대표이사는 직접 시작한 체질 개선의 성과를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유임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 10월 수장으로 내정된 윤 대표는 올해 7월 기존 식품·바이오 중심의 사업 구조를 라이프스타일식품·기술소재·핵심소재 등 3대 부문으로 재편했다. 성장성과 수익성이 낮은 한계사업을 정리한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사업구조를 바꾼 지 4달가량 지난 만큼 개편 효과를 평가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 회장이 윤 대표에게 새 체제의 정착과 수익성 개선까지 맡길 명분이 있는 셈이다.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이사는 국내에서 축적한 성장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 사업을 안착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대표가 경영을 본격적으로 맡기 전인 2022년 CJ올리브영의 연결기준 매출은 2조7809억 원, 영업이익은 2714억 원이었다. 2025년에는 각각 5조8539억 원과 7328억 원으로 늘었다.
국내에서 외형과 이익 성장을 이끈 경영진에게 미국 사업 확대와 웰니스 등 새로운 성장축 구축까지 맡길 유임 명분이 있는 셈이다.
이 대표는 올해 3월 올리브영 센트럴 명동 타운과 5월 미국 패서디나점 방문에 이 회장과 동행했다.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올리브영 페스타에서도 함께 현장을 둘러봤다.
이 회장이 직접 챙기는 사업의 실행을 맡고 있다는 점은 현 체제 유지 가능성에 힘을 싣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건일 CJ푸드빌 대표이사는 지난해 미국 식품사업 경험과 사업구조 혁신 역량을 평가받아 수장으로 내정됐다. 뚜레쥬르의 북미 확장을 위해 발탁한 취지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에서 유임 쪽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겸직하고 있는 CJ프레시웨이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만료된다. 두 회사를 함께 이끄는 체제는 조정할 여지는 있어 보인다.
정종민 CJCGV 대표이사는 2024년 말 수장으로 내정된 뒤 국내 극장 운영 효율화와 글로벌 기술 특별관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수익 구조를 개선하는 과제가 진행 중이라는 점은 경영 연속성을 유지할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이 경영진을 재정비한 뒤 안정에 방점을 찍었던 선례도 있다.
CJ그룹은 2020년 말 CJ제일제당·CJ대한통운·CJENM 등 주요 계열사 수장을 대거 교체했다. 이후 2021년 말 실시한 2022년도 정기 인사에서는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전원을 유임했다.
당시 CJ그룹은 중기 비전 발표 이후 리더십 안정 속에서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직전 인사에서 대다수 계열사 CEO를 교체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 ▲ 신영수 CJ대한통운 대표이사(왼쪽)와 윤상현 CJENM 대표이사는 수익성 개선 과제를 안고 있어 경영 연속성과 실적 책임을 둘러싼 이재현 회장의 판단이 거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
신영수 CJ대한통운 대표이사는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된다. 전사 총괄 체제 약 3년의 성과를 평가받을 시점과 맞물려 있다.
CJ대한통운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24년 5307억 원에서 2025년 5081억 원으로 4.3%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9.2% 증가한 6조5945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937억 원으로 3.4% 줄었다.
회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줄어든 배경으로 주7일 배송 서비스 ‘매일오네’ 도입에 따른 투자비와 신규 위탁물류 고객사의 초기 운영비 반영을 꼽았다. 올해도 배송 서비스와 물류 인프라 고도화에 비용이 투입되는 가운데 유가 상승 등 대외 변수에 따른 원가 부담이 더해졌다.
이 회장이 배송 서비스와 물량 확대를 위한 투자 성과를 기다린다면 신 대표의 유임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반면 외형 확대 이후 수익성을 높이는 데 다른 역량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새 수장 배치도 검토할 수 있다.
윤상현 CJENM 대표이사는 엔터테인먼트부문의 낮은 수익성이 거취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올해 2분기 CJENM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334억 원이었지만 커머스부문을 제외하면 74억 원에 그쳤다. 미국 콘텐츠제작 자회사인 피프스시즌의 주요 시리즈 공급 공백과 광고시장 위축이 겹치면서 엔터테인먼트사업의 실적 안정성이 평가 과제로 남아 있다.
이 회장이 수익성 개선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윤 대표도 교체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츤된다.
다만 윤 대표는 지난해 이 회장의 일본·유럽·아랍에미리트 현장경영에 잇달아 동행하며 해외 파트너십과 신시장 개척에 참여해왔다.
지난해 일본 방문에서 논의한 협력이 올해 CJENM과 일본 TBS·U-넥스트의 합작법인 설립으로 이어지는 등 글로벌 전략 실행도 맡고 있다. 이 회장이 전략의 연속성을 중시한다면 성과를 낼 기회를 더 주는 선택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CJ그룹 관계자는 “임원 인사와 관련해서는 아직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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