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이 기존 일자리에서 더 오래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면, 실업급여와 퇴직급여 확대는 재취업하거나 짧게 일하는 노동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하고자 하는 일이다. 65세 이상 취업자가 400만 명을 넘어선 만큼 고용보험 재정과 영세사업주의 비용 부담을 고려하면서 노동보호 사각지대를 줄이는 것이 제도 정비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찾은 구직자들이 서류를 접수하고 있다. 65세 이상 취업자가 40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국회에서 고령층의 실업급여·퇴직급여 등 고용안전망 확대를 위한 입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
28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법정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작업과 함께 65세 이상 취업자의 고용안전망도 함께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정년연장 법안의 연내 처리를 강조하는 등 관련 입법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법정 정년연장은 주된 일자리에서의 고용 유지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65세 이상 취업자는 자영업과 단시간 근로 비중이 높아 별도의 보호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전날인 27일 '늘어난 고령 취업자는 어디에서 일하는가 : 지역·산업·세대로 본 노동력 구성의 변화' 보고서를 통해 정년연장과 별도로 이미 일하고 있는 65세 이상 취업자의 일자리 특성에 맞춘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취업자는 2017년 226만7천 명에서 2024년 395만7천 명으로 7년 동안 169만 명 늘었다. 같은 기간 19~34세 청년 취업자 증가 인원인 17만1천 명의 약 9.9배에 이른다.
국가데이터처가 8월 발표한 '2026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조사'에서도 65~79세 취업자가 411만8천 명으로 집계됐다. 55~79세 가운데 장래에도 일하기를 희망하는 사람은 69.2%로, 평균 73.6세까지 일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65세 이상 고령 취업자의 산업별 구성은 55~64세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2024년 기준 광·제조업 종사 비중은 55~64세 15.1%, 65세 이상 6.0%였지만 농림어업은 각각 7.2%, 22.7%로 반대 양상을 보였다.
2020년 근로환경조사에서도 65세 이상 취업자의 상용 임금근로 비중은 21.2%로, 55~64세의 46.9%보다 낮았다. 반면 자영업 비중은 36.2%였고 주 36시간 미만 근로 비중은 51.8%에 이르렀다.
65세 이상 고령 취업자를 위한 대표적 과제로는 65세 이후 재취업자의 실업급여 적용 문제가 우선 꼽힌다.
현행 고용보험법에 따르면 65세 이전에 고용보험에 가입한 노동자는 65세 이후에도 계속 근무하다 비자발적으로 이직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반면 65세 이후 새로 취업한 노동자는 고용보험 가입이 가능하지만 실업급여 수급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이와 관련해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6월26일 실업급여 적용 제외 기준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높이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65세 이상 70세 미만에 새로 취업하는 고령자에게도 실업급여를 적용하고 예술인·노무제공자의 연령 기준도 함께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이화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문위원은 9월 검토보고서에서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여를 장려하고 실업급여 보장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고용보험기금 부담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2025회계연도 결산 기준 고용보험기금 실업급여 계정의 여유자금 적립배율은 연간 지출액의 0.1배로, 법정 기준인 1.5배 이상 2배 미만에 크게 못 미쳤다.
고용노동부도 실업급여 적용 연령 상향은 국민연금 수급 연령과 정년연장, 사회보험 중복급여 조정 및 고용보험 재정 상황 등을 함께 고려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짧게 일하는 고령 임금근로자의 퇴직급여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이거나 4주간을 평균한 1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를 퇴직급여제도 설정 의무 대상에서 제외한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6월30일 이 같은 제외 규정을 삭제해 단기간·초단시간 근로자도 퇴직급여제도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연령과 관계없이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법안이다.
국회미래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65세 이상 취업자의 주 15시간 미만 근로 비중은 23.2%로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4배를 넘었다. 다만 자영업자 등을 포함한 실제 근로시간 기준으로, 법률상 퇴직급여 적용 제외 비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화실 전문위원은 9월 검토보고서에서 퇴직급여 적용 확대가 취약 근로자의 노후 생계보장을 강화하고 지급 의무를 피하기 위한 '쪼개기 채용'을 방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영세사업장의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고용노동부도 적용 확대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영세사업주의 재정 부담과 고용 감소 가능성 등을 고려해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 등도 비용·행정 부담과 고용 위축 가능성을 우려했다.
요컨대 실업급여 적용 연령 상향은 연금 등 다른 사회보장제도와의 관계 및 고용보험 재정 상황을, 퇴직급여 적용 확대는 영세사업주의 부담과 고용에 미칠 영향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령층의 노동보호 사각지대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정치권과 정부 논의의 귀추가 주목된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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