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송재혁 삼성전자 DS부문 CTO 사장 겸 반도체연구소장이 '3D 적층' 기술을 도입한 'zHBM'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챗GPT로 생성한 AI 이미지> |
송재혁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 겸 반도체연구소장은 반도체연구소의 코어팀을 중심으로 메모리를 프로세서 위에 직접 쌓는 'zHBM'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zHBM은 기존 HBM의 적층 구조를 넘어 연산 칩과 메모리를 수직으로 결합해야 하는 만큼, 메모리 설계뿐 아니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과 첨단 패키징 기술을 확보한 삼성전자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26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에 이어 미국 마이크론도 최근 그래픽처리장치(GPU) 위에 HBM을 수직으로 쌓는 차세대 반도체 구조를 개발하겠다고 밝히면서, '3D 적층' HBM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마이크론이 지난 21일 공개한 vHBM은 기존 HBM을 단순히 더 높게 쌓는 기술이 아니라, HBM을 연산 칩 위에 직접 배치해 대역폭을 크게 높이는 차세대 3D 메모리 구조다.
현재의 HBM은 GPU 옆에 배치되고, GPU와 HBM은 실리콘 인터포저 등을 통해 연결된다. 이는 메모리 용량을 확장하기에는 유리한 구조이지만, 칩 사이의 이동 경로가 길어져 데이터 전송 속도를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반면 vHBM은 메모리를 연산 칩 위에 직접 적층해 데이터가 이동하는 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 마이크론은 vHBM을 포함한 차세대 메모리 제품군을 2028년부터 선보이는 일정을 제시했다.
마이크론의 vHBM은 삼성전자가 지난 2월 공개한 'zHBM'과 기본적으로 동일한 구조다.
송재혁 삼성전자 사장은 올해 2월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세미콘코리아 2026'에서 zHBM을 소개하며 "zHBM은 HBM4 대비 대역폭은 4배 늘리고 전력 소모는 4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며 "피지컬 인공지능(AI) 시대에 필요한 대역폭이나 전력 효율 등에서 다시 한번 큰 혁신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zHBM 기반 시스템은 차세대 HBM인 HBM5(8세대) 대비 최대 8배 높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전력 효율은 최대 3배 개선되고, 열 저항은 절반 이상 낮아져 초거대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에 최적화됐다.
삼성전자 측은 "아무리 뛰어난 프로세서라도 필요한 데이터를 제때 공급받지 못하면 전체 시스템의 성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AI 모델의 규모가 커질수록 메모리와 프로세서 사이에서 오가는 데이터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두 장치 간 거리를 줄이는 기술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 삼성전자의 zHBM 모형. <삼성전자> |
BNP파리바 에쿼티 리서치의 칼 애커먼 수석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를 프로세서 바로 위에 배치하면 프로세서 냉각이 저해돼 열 관리 측면에서 상충 관계가 발생하고, 이는 해당 기술의 활용 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며 "vHBM이 기존 HBM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함께 사용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도 발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구리 본딩(HCB)' 등 차세대 접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구리와 절연막을 직접 접합해 칩 사이 연결부를 얇게 만듦으로써 열이 메모리 적층 구조를 통과해 외부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HCB 방식이 기존 '열압착 본딩(TCB)' 대비 열 저항을 20% 이상 개선하고, 16단 이상의 고적층 HBM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zHBM은 송재혁 사장이 이끄는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의 '코어팀'을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초격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도체연구소 내 최선단 기술 개발을 주도할 정예 조직인 '코어팀'을 가동했다. 코어팀 소속 연구원들은 반도체연구소에 적을 두고 있더라도 제시된 개발 목표를 완수할 경우 메모리사업부 수준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기존에는 '지원·공통 조직'으로 분류돼 메모리사업부 직원이 받는 성과급의 약 70%만 받을 수 있었던 반도체연구소 개발진에 성과급을 100% 지급함으로써 핵심 개발 인력의 동기를 높이고 개발 성과를 사업 경쟁력으로 연결하겠다는 취지다.
zHBM은 메모리를 연산 칩 위로 쌓아야 하는 만큼 메모리 외에도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연구개발 역량도 동시에 요구된다. 메모리, 로직, 파운드리, 패키징을 아우르는 종합반도체(IDM) 기업인 삼성전자에 유리한 경쟁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퓨처럼 그룹(Futurum Group)의 브렌던 버크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zHBM은 메모리와 연산 칩 사이의 중간층에 고객 맞춤형 설계자산(IP)을 통합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메모리를 단순한 범용 부품에서 고객 맞춤형 제품으로 바꿀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경쟁사보다 앞서 3D 적층 방식에 발을 들여놓았으며, 발열 문제 해결이 향후 zHBM의 개발 일정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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