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정폭력·스토킹 피해 신고 후에도 살인사건이 잇따르면서 여야도 관련 입법에 나섰다. 범죄 유형별 보호수단의 격차를 줄이는 한편 위험성 판단부터 보호조치의 신청·집행·연장까지 이어지는 효과적 관리체계를 갖출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 이혼소송 중 장모를 살해하고 아내를 납치한 26세 사회복무요원 김성우가 13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25일 정부와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경찰청은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전자감시 확대와 유치 요건 완화, 가해자 우선 분리 등을 통해 선제적 격리·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경찰청은 23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초안전사회 범정부 대응회의'에서 가정폭력 가해자를 주거지에서 우선 분리하는 '가해자 격리시설 운용'을 새로운 과제로 검토·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경찰은 이날 회의에서 '피해자 대책에서 가해자 관리·예방 중심으로 전환하는 전방위적 대응'을 기조로 제시하고, 범죄 피해자 거주지 등을 순찰하는 안심순찰대 신설 방침도 밝혔다.
앞서 경찰청은 15일 관계부처 합동 이상동기·관계성·사회적 약자 범죄대책회의에서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유치 신청 요건 완화, 긴급임시조치 위반 형사처벌 등을 제도 개선 과제로 보고했다.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은 스토킹처벌법과 달리 가해자에 대한 전자장치 부착 규정이 없고, 유치 신청에도 기존 임시조치 위반 등의 요건이 필요하다. 긴급임시조치 위반도 형사처벌 대신 과태료를 부과한다. 경찰은 이런 보호수단과 제재 수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제도 개선 추진은 최근 사건에서 드러난 ‘피해자 보호 공백’과 맞닿아 있다.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에서 20대 남성이 장모를 살해하고 아내를 납치한 사건에서는 아내에게 지급된 스마트워치의 전원이 꺼져 있었다. 가해자에 대한 퇴거·접근금지 등 임시조치도 9월30일 만료된 뒤 10월6일에야 다시 신청돼 새로운 접근금지 결정은 범행 다음 날 내려졌다.
이튿날 제주에서는 스토킹·교제폭력 신고로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은 40대 여성이 전 연인에게 살해됐다. 앞선 신고가 정식 사건으로 접수되지 않아 접근금지 조치가 내려지지 않았고, 가해자가 스마트워치를 뜯어내 신고도 하지 못했다. 피해자의 긴급신고에 의존하는 보호방식의 한계와 함께 가해자 격리 및 보호조치의 적시 집행·연속적 관리 필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된다.
국회에는 이 같은 보호 공백을 줄이기 위한 여야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가정폭력처벌법과 전자장치부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가정폭력 임시조치 단계에서 전자장치 부착을 허용하고 재범 위험성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가해자에 대해서도 부착명령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접근금지 위반이나 위반 우려가 있을 때 보호관찰소와 경찰이 정보를 공유하고 대응하는 근거도 마련했다.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4월30일 가정폭력·스토킹 보호조치 기간을 확대하고 연장 절차를 보완하는 3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가정폭력 퇴거·접근금지 등 임시조치는 최장 6개월, 스토킹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는 최장 9개월이지만 개정안은 최초 기간을 최대 1년, 연장 포함 총 5년까지 늘리도록 했다. 가정폭력 피해자보호명령의 최장 기간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한다.
피해자가 보호조치 연장을 요청하거나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하고 경찰이 피해자의 요청에도 연장을 신청하지 않으면 검사에게 사유를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김 의원안이 가해자 감시 수단을 추가하는 입법이라면 권 의원안은 보호기간과 연장 절차를 보완해 보호조치의 연속성을 높이려는 입법인 셈이다.
법률상 보호수단을 늘리는 것과 별도로 이미 마련된 조치가 현장에서 작동하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경찰은 19일부터 30일까지 수사 중인 관계성 범죄와 고위험 관리 대상, 현장 종결된 스토킹 신고 등 모두 4만3712건을 전수점검하고 있다. 기존에 입건하지 않은 사건도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정식 수사에 착수하고 피해자 안전조치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정부가 앞서 7월 발표한 스토킹·교제폭력 대응 강화 방안에는 가해자 위험도를 고·중·저 3단계로 분류하고 고위험 사건에 구속영장·전자장치 부착·유치 등을 적극 신청하는 내용이 담겼다. 관련 사건의 신속한 병합과 책임수사관서 지정 등도 포함됐다.
이번 전수점검에서는 기존 대책의 현장 적용 실태와 반복 신고·이별·별거 등 관계 변화에 따른 위험성 평가가 얼마나 면밀하게 이뤄질지가 주목된다. 보호조치 만료나 담당 관서 변경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관리 공백을 확인하고 보완하는 것도 과제로 남는다.
경찰의 가해자 격리·전자감시 강화 방안과 여야의 보호입법이 실질적인 범죄 예방으로 이어지려면 제도적 보호수단 확대와 함께 현장 집행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위험 가해자를 조기에 가려내고 보호조치의 신청·집행·연장을 끊김 없이 관리하는 한편 전자감시를 통한 위험 경보가 신속한 출동과 가해자 분리로 이어지는 대응체계를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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