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월17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2026 옥스팜 트레일워커 서울'에 비즈니스포스트·허프포스트 기자 8명이 '인생_밸류업_캠페인_한양도성편'과 '인제에서_누가_돌아왔게' 두 팀으로 나뉘어 참가했다. 이날 현장에 '비즈니스포스트' 로고가 새겨진 현수막이 펜스에 부착돼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17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개최된 '2026 옥스팜 트레일워커 서울' 이야기다. 이날 일정이 끝난 뒤 참가자들에게 특별 할인가로 예매할 수 있는 기부 토크콘서트 '2026 옥스팜 슈퍼라이브'을 위해 6시간을 걷기로 다짐했다.
"네명이 함께 걷는다면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하나의 발걸음"이라는 슬로건에도 큰 감흥이 없었다. 해외 빈곤 국가에서 1년 동안 봉사했던 경험을 돌이켜보면, 변화는 단발성 노력만으로는 일어나지 않고 제도·인식 같은 구조적 움직임이 동반돼야 나타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허프포스트 기자들 8명이 2팀으로 나뉘어 28명으로부터 175만 원을 모금하는 성과를 냈음에도, 이 생각만큼은 요지부동이었다. 참고로 이번 '2026 옥스팜 트레일워커 서울'에는 총 653명의 참가자와 후원자가 약 6713만 원의 성금을 모았다.
그저 청명한 날씨 속에서 밝은 얼굴로 주말에 마주한 선배들과 동기들이 반가웠다.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 1시간 정도 함께 걸었던 선배와 동기도 반갑기가 그지없었다.
웃음꽃 가득한 사람들 사이에서 활기찬 기운을 얻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와 옥스팜이 오래도록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덕인지, 회사 로고가 박힌 펜스 현수막을 보니 슬쩍 어깨가 올라갔다. 시작에 앞서 웃음을 선사한 것은 한 동기였다.
| ▲ '2026 옥스팜 트레일워커 서울' 참석자 중 한 명이 청바지를 입고 대회장에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비즈니스포스트> |
힘든 코스가 아니라 해도, 걷기 대회에 청바지를 입고 오는 참가자는 이 동기가 유일했을 것이다. 구름 하나 없이 맑은 날,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지키기 위해 팔에 밀가루 같은 선크림을 바르는 모습 또한 웃음 포인트였다. 후배가 챙겨온 'X로로' 음료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번 트레일워커 코스는 평지와 산악 지대를 합쳐 20km가량으로 이뤄졌다.
프레스센터에서 시작해 청계천을 지나, 낙산공원에 오른다. 이후 와룡공원, 삼청공원, 청운공원을 지나 청계광장에 돌아오면 끝이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했던 터라 적어도 완보는 무리 없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다.
그 확신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낙산공원에 오르면서부터였다. 갈대밭을 지나 언덕길에 들어서니, 고개를 아무리 젖혀도 끝이 안 보이는 계단이 눈 앞에 나타났다. 잠시 후회막심의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고비는 4분의 3 지점을 지난 청운공원쯤에서 본격화됐다. 다리가 내 의지와 다르게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발가락 끝부분은 감각이 사라졌으며, 내리막길 계단을 걸을 때는 혹시나 해서 손잡이를 꼭 잡아야만 했다.
| ▲ 서울 용산구 이촌동에 위치한 충신교회 성도들이 10월17일 '2026 옥스팜 트레일워커 서울'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참가자 중 하나가 교회 장로에 취임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
그럼에도 높은 지대에서 내려다보이는 달동네와 저 멀리 보이는 남산, 파랗게 돋아난 녹음, 체크포인트(CP)에서 만난 참가자들, 함께 걷는 선배들과 동료들 덕분에 웃음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키가 큰 한 선배는 눈앞의 나무에 머리를 세게 부딪히는 등 부상 투혼도 감수해야 했다. 산 정상을 지날 때마다 종종 뒤처졌던 멤버도, 6시간 동안 모두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쉴 새 없이 이야기하던 선배도 뇌리에 남았다.
마지막으로 경복궁역을 지나 청계광장에서 낙오자 없이 8명이 함께 결승선을 넘었다. 중간에 험준한 산악지대 계단 때문에 서로 잠시 뿔뿔이 흩어지기도 했지만, 마지막만큼은 웃음꽃을 피우며 양손을 맞잡고 걸었다.
6시간 동안 즐겁게 걷는 와중에도, 한 선배가 인터뷰에서 한 이야기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번 대회는 깨끗한 물을 구하기 위해 20km, 혹은 그 이상을 걸어야 하는 빈곤층 마음을 공감하고, 그들에게 응원을 전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었다.
비정부기구(NGO) 봉사단체에서 일하던 시절, 해외 현장에서 보급품을 나눠주고 교육하는 것만으로는 눈에 띄는 변화를 체감할 수 없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혔고, 그런 NGO 단체를 떠난 지도 몇 년째다. 그런데 이날 결승선을 넘은 뒤 필자는 다시 한번 '그럼에도'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의 고행에 공감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 그럼에도 내 웃음이 그들의 고통을 비웃는 것이 아님을 믿는 것. 그럼에도 우리의 마음을 모아 지구 반대편으로 전달하겠다고 다짐하는 것.
| ▲ 비즈니스포스트·허프포스트 기자 8명이 약 6시간의 '2026 옥스팜 트레일워커 서울' 걷기 행사를 마치고, 완보 메달과 증명서를 내보이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잿밥을 좇아 참석한 대회였지만, 다음 대회부터는 더 많은 인원과 후원자를 끌어모아야겠다 다짐하며, 완보 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정도면 나름 염불을 왼 걸까.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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