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7개 가명정보 활용 지원센터가 이미 가명처리와 적정성 검토 업무를 수행하는 상황에서 개인정보보보위가 올해 4월 코스콤이란 민간 사업자를 선정, 국비 9억2천만 원을 투입해 별도의 가명정보 처리 지원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타당한지 논란이 일고 있다.
| ▲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민간기업 코스콤 중심의 가명정보 원스톱 지원 체계를 구축하면서, 기존 지역의 가명정보 활용 지원센터와의 업무 중복, 예산 중복 투자 등의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연합뉴스> |
개인정보위 등이 공공기관 평가 가점 혜택을 앞세워 코스콤의 원스톱 지원센터를 홍보하면서 관련 수요가 코스콤으로 집중, 기존 지역센터 역할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정보보안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8월 기준 전국에서 운영 중인 가명정보 활용 지원센터는 서울·강원·부산·인천·대전·대구·전주 등 모두 7곳이다.
지역 가명정보 활용 지원센터는 가명처리 기술과 시설이 부족한 공공기관과 기업, 연구기관 등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별로 구축된 기관이다.
지역 센터는 개인정보를 추가 정보 없이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처리하는 가명처리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를 제공하고, 관련 컨설팅과 교육, 적정성 검토 등을 지원해 지역의 안전한 데이터 활용을 돕는 역할을 맡고 있다.
개인정보위는 지난 4월 코스콤을 '가명정보 원스톱 지원센터' 시범 운영기관으로 선정하고 5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코스콤은 가명정보 전문기업 데이타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공기관이 보유한 개인정보의 가명처리부터 적정성 검토, 데이터 제공에 필요한 절차까지 통합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기존 지역센터들이 원스톱 지원센터와 유사한 업무를 수행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정보위의 '지역 가명정보 활용 지원센터 지정·운영에 대한 지침'에는 가명처리와 가명정보 처리 업무의 위·수탁, 관련 시설과 소프트웨어·보안장비 제공, 컨설팅과 교육 등이 지역센터의 업무로 명시돼 있다.
실제 전국 지역센터는 지난해 컨설팅 249건, 교육·실습 148건뿐 아니라 가명처리 89건과 적정성 검토 71건도 수행했다.
한 지역 가명정보 활용 지원센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기존 지역센터와 코스콤의 원스톱 지원센터의 기능이 겹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지역센터와 코스콤 원스톱 지원센터의 기능이 상당 부분 겹치면서 예산 중복 투자 문제가 제기된다.
올해 전국 7개 지역센터에 편성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예산은 17억3700만 원이다. 여기에 개인정보위가 코스콤 원스톱 지원센터 운영을 위해 별도로 배정한 국비 9억2천만 원을 합치면 관련 예산은 모두 26억5700만 원이다.
코스콤의 원스톱 지원센터 홍보에 공공기관 평가 가점 혜택을 활용한 사실도 확인되면서, 기존 지역센터의 이용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홍보물에는 '원스톱으로 공공기관 가명정보 제공 가점 받아보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공공 데이터 제공 운영실태 평가와 데이터 기반 행정 실태점검에서 가명정보 제공 1건당 각각 1점, 최대 5점의 가점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코스콤 원스톱 지원센터 이용과 가점 획득을 연계해 홍보하면서 평가 실적을 확보하려는 공공기관의 가명정보 처리 수요가 기존 지역센터보다 코스콤의 원스톱 지원센터로 쏠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정부의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정책 기조에도 배치된다.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구축한 지역 인프라의 기능을 강화하기보다 특정 민간 운영기관을 중심으로 지원체계를 확대하면서 지역별 데이터 활용 역량을 높이려던 기존 정책 취지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 ▲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이 공공기관 평가 가점 혜택을 내세워 코스콤의 가명정보 원스톱 지원센터를 홍보하면서 기존 지역 가명정보 활용 지원센터의 이용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인터넷진흥원> |
개인정보위도 기존 지역 지원센터와의 역할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위가 올해 2월 마련한 원스톱 지원센터 시범운영기관 공모 계획에는 원스톱 지원센터가 가명처리 기술 정밀화와 표준모델 수립을, 기존 지역센터가 컨설팅과 교육 등 현장 밀착형 지원을 중심으로 업무를 분담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지역센터와 개인정보 이노베이션 존, 결합전문기관 등이 참여하는 '가명정보 인프라 기관 운영 협의체'를 구성하고, 기존 지원기관과의 관계를 고려한 중장기 역할 조정 방안을 제안하도록 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기존 지역센터와 컨설팅, 온라인 플랫폼 등 지원사업에 상당한 예산을 투입해 놓고도 기관 사이의 연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기존 지역 센터들이 운영 경험을 쌓으며 가명처리 역량을 높여 온 만큼, 새로운 민간 기업(코스콤)에 기능을 집중하기보다 지역센터와 기존 가명정보 처리 지원사업을 연계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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