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재명 대통령(오른쪽)이 2025년 10월3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면담을 위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맞이하고 있다. <대통령실> |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이 자체 기술로 인공지능(AI) 모델 및 인프라를 확보해 해외 국가에 의존을 낮추는 ‘소버린 AI’ 경쟁에서 선두 국가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가 최대 수혜 기업으로 떠오르는 반면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은 다소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반도체 전문 조사기관 세미애널리시스는 2일 홈페이지에 보고서를 내고 “한국은 독자 인공지능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앞세워 소버린 AI 분야에서 선두 국가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가 2025년 6월 발표한 해당 프로젝트는 한국 기업이나 기관이 해외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학습과 운영을 담당할 수 있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도록 하는 과제다.
여러 기업과 기관들이 토너먼트 방식으로 기술 경쟁을 벌여 6개월마다 평가가 이뤄지고 탈락한 팀의 자원은 합격한 팀에 배분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현재 LG AI연구원과 SK텔레콤, 업스테이지가 2차 단계평가를 통과했으며 최종 2개 팀이 선정된다.
세미애널리시스는 한국이 인공지능 하드웨어 공급망에 핵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보유한 데다 기술 자립에 성과를 낸 사례도 많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한국 정부에서 추진하는 데이터센터 등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다른 국가와 경쟁에 유리한 요소로 지목됐다.
자국에 대규모 인공지능 연산 인프라를 확보한다면 필요한 시점에 소버린 AI 관련 투자를 빠르게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미애널리시스는 과거 한국이 빠르고 저렴한 인터넷을 기반으로 검색과 전자상거래, e스포츠 산업 성장에 효과를 본 사례가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 ▲ 엔비디아 인공지능 GPU 반도체 기반 서버 제품. <엔비디아> |
다만 한국의 소버린 AI 관련 투자 확대에 최대 수혜 기업은 미국 엔비디아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시됐다.
소버린 AI 프로젝트를 위한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은 결국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수요 증가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세미애널리시스는 엔비디아가 SK그룹과 네이버의 데이터센터 및 삼성전자의 AI 팩토리 구축 계획에 협력하고 있는 점을 대표적 예시로 들었다.
한국에서도 리벨리온과 퓨리오사AI 등 일부 기업이 인공지능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지만 기술 완성도와 공급 능력 등 측면에서 엔비디아에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따라서 세미애널리시스는 한국이 소버린 AI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엔비디아와 단순히 반도체 공급 계약 체결을 넘어 생태계 협력 및 최신 기술에 접근성 강화를 위해 더 깊은 관계를 맺어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엔비디아도 인공지능 반도체에 필요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와 협력하고 있다.
세미애널리시스는 엔비디아가 한국의 소버린 AI 프로젝트에 기여하며 SK하이닉스와 관계를 더욱 강화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가 한국 메모리반도체 공급사들과 2027년 HBM 공급 물량과 가격을 다소 유리한 조건으로 협의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엔비디아가 고성능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 역량을 앞세워 협상력을 높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세미애널리시스는 결국 “한국의 소버린 AI 프로젝트는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주주의 이해관계와 다소 어긋날 수 있다”며 “엔비디아가 승자로 남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