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지역별 차등요금제 '반쪽' 도입에 실적 부담 커져, 차기 사장 재무관리 가시밭길 예고
김환 기자 claro@businesspost.co.kr2026-08-27 15:3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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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국전력공사가 전기료 인상 없이 인하만 담긴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으로 실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인공지능(AI) 산업 급성장에 대비해 전력 인프라 구축에서 보다 큰 역할을 요구받고 있지만 현금흐름 부담이 늘어나게 되면서 차기 사장이 더욱 무거운 과제를 짊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 한국전력공사가 인상 없이 인하만 담긴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에 한동안 실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27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으로 한전의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날 남부권 산업용 전기료를 최대 10% 낮추는 내용을 담은 지역별 차등요금제 세부안을 공개했다.
그동안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인상과 인하가 함께 거론됐지만 이번 안에서는 가격을 내리는 내용만 담겼다. 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해당 지역에서 사용한다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원칙에 따라 인상 가능성이 나왔지만 수도권 요금도 현재와 같거나 내려간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전날 보고서에서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 초기 언급된 방향은 지역별로 전기요금 인상과 인하가 결합된 제도였다”며 “다만 산업용에만 적용되고 인상 없이 인하만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전의 재무구조에는 부담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전은 결과적으로 정부 정책에 따른 재무건전성 악화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기후부는 이번 지역별 차등요금제의 주요 배경으로 지역균형발전과 함께 산업경쟁력 강화를 꼽았다. 영호남 등 국토 남부권의 요금 인하폭이 가장 큰데 이를 통해 3대 메가 프로젝트는 물론 전력 다소비 산업의 남부 분산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한전의 재무구조는 현재도 여유롭지 못한 처지다. 연결 기준 차입금 비율은 257.1%로 정점을 찍은 2023년(358.2%)보다 낮아졌지만 여전히 자기자본 대비 과도한 빚을 지고 있다.
▲ 지역별 차등요금제 세부안. <기후에너지환경부>
자금 시장이 기준금리 인상기에 돌입한 가운데 적지 않은 비중의 차입금 만기가 다가온 것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연 3.0%로 또 다시 높였고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6월말 기준 한전 및 발전 6사의 차입금 만기는 2027년에 가장 많은 액수인 31조1천억 원 가량이 몰려 있다. 더구나 한전채 발행한도를 늘린 특례는 2027년말 일몰된다. 발행한도가 자본금에 적립금을 더한 액수의 5배에서 2배로 크게 줄어드는 만큼 갚을 돈을 마련해 줄 실적이 간절한 형편이다.
이와 별도로 한전의 실적은 하반기에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3분기부터 이란전쟁에 따른 연료비 상승이 시차를 두고 계통한계가격(SMP)에 반영되기 시작한다는 점에서다. SMP는 한전이 발전사에 전력을 사오는 비용인데 높아질수록 한전 실적에 악영향을 끼친다.
올해 상반기 통합 계통한계가격(SMP)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낮았다. 다만 7월부터 지난해 수준을 웃돌기 시작했고 8월부터는 한전의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146원/kWh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의 뒤를 이을 차기 수장의 부담이 커진 셈이다. 김 사장의 임기는 9월19일 끝나는 만큼 시장에서는 9월 초 한전 사장이 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마평에는 김영록 전 전남도지사와 정재훈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이종환 전 한전 부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셋의 이력이 제각각인 만큼 차기 사장에 누가 오르느냐에 따라 정부가 한전 어디에 어느 정도 무게를 싣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록 전 지사는 에너지기관에 직접 몸담은 이력은 없지만 중앙과 지방정치를 모두 경험했다. 정재훈 전 사장은 에너지공기업을 직접 수장으로 이끈 이력이 있고 이종환 부사장은 한전에서 오랫동안 이력을 쌓은 인물로 평가된다.
정부는 한전의 역할이 커진 만큼 이를 지원사격하겠다는 입장이다. AI 산업 급성장으로 전력인프라 중요성이 높아졌고 최근에는 3대 메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만큼 한전이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당정은 2027년도 예산안을 협의하면서 한전과 수자원공사에 출자해 3대 메가 프로젝트 추진을 돕기로 했다. 출자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한전의 재무건전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정부는 한전의 자체 자구노력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전날 지역별 차등요금제 세부안을 공개한 자리에서 한전의 수입 감소를 언급하며 “그동안 한전이 부담한 저소득층 에너지 바우처 등 공공적 성격 비용을 국가부담으로 바꾸고 전력망 이용요금 현실화 및 한전의 자구노력 등으로 보강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인하만 담긴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두고 장기와 단기 영향을 나눠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단기적으로는 악영향이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효율성 측면에서 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인상 없이 인하만 있다보니 단기적으로는 재무 부담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지산지소’ 개념이 도입되면서 중장기적으로는 계통 효율화가 돼 한전 재무구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