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 기자 bamco@businesspost.co.kr2026-08-25 15:5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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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반도체 호황 등에 따른 추가세수를 적립하는 미래대응기금의 주요 항목별 지출액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최대 30%까지 조정할 수 있도록 특례 조항을 마련한다.
현행 국가재정법이 금융성 기금 외에 적용하는 ‘20%’보다 변경 범위가 10%포인트 넓은 만큼 9월3일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재정 운용의 신속성과 국회의 통제 범위를 어떻게 조율할 지가 심사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재정경제기획위원회ㆍ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정부가 '미래대응기금' 논의를 위해 개최한 당정협의 회의장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정부 움직임을 종합하면 기획예산처는 추가세수를 미래 투자와 세수 변동 대응에 활용하는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면서, 국회가 승인한 주요 항목별 지출액을 정부가 연중 최대 30%까지 탄력적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설계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24일부터 28일까지 ‘미래대응기금 설치 및 운용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국가재정법 개정안 등 패키지 법안을 입법예고하고 있다.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제70조 제3항 제1호를 고쳐 미래대응기금을 금융성 기금 외 기금에 적용되는 ‘20% 변경한도’에서 제외하고, 제2호에 미래대응기금을 추가해 금융성 기금과 동일한 30% 변경한도를 적용하도록 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의 주요항목 지출금액을 30% 이하 범위에서 변경할 때 국회에 기금운용계획변경안을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미래대응기금을 금융성 기금으로 지정한 것은 아니지만 변경한도에서는 금융성 기금과 동일하게 취급하려는 것이다.
다만 30% 한도는 기금 전체 규모가 아니라 국회가 먼저 심의한 주요항목별 지출금액에 적용된다. 미래대응기금이 100조 원 규모로 조성된다고 해서 정부가 30조 원을 임의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예를 들어 국회가 특정 주요항목에 10조 원을 반영했다면 정부가 별도의 기금운용계획변경안을 제출하지 않고 해당 항목의 지출액을 3조 원 이내에서 증감할 수 있는 구조다.
미래대응기금은 세수가 호황기에는 평년 추세를 웃도는 재원을 적립하고 경기 악화나 세입 부족이 발생하면 일반회계에 다시 투입하는 ‘재정 저수지’와 미래 투자재원의 기능을 함께 수행한다.
기금에는 재정 안정 기능을 담당하는 총괄계정과 청년계정, 성장동력계정, 지방계정, 교육·인재계정 등 4개 사업계정이 설치된다.
청년계정은 일자리와 창업, 주거, 자산형성, 결혼·출산 지원에 활용된다. 성장동력계정은 인공지능(AI)과 3대 메가프로젝트, 소형모듈원자로(SMR), 양자, 우주항공 등 전략기술 투자에 사용된다. 지방계정은 지역 성장거점 조성과 농어촌 기본소득, 행정통합을 지원하고 교육·인재계정은 이공계 인재 양성과 고등·평생·영유아 교육 등에 활용된다.
기금 규모는 아직 정부가 확정해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내년도 내국세 전망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에 따라 마련되는 재원을 고려하면 출범 초기 100조 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정확한 기금 수입 규모와 계정별 배분액을 9월3일 2027년도 정부예산안 제출 때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재정경제기획위원회ㆍ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공동으로 정부 관계부처와 '미래대응기금' 관련 논의를 위해 개최한 당정협의 회의장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입법예고안이 공개되기 전 야권은 이미 금융성 기금 외 기금에 적용되는 현행 20% 변경한도를 전제로 정부의 운용 재량과 국회 통제 문제를 제기했다.
국회 재정기획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배준영 의원은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금은 20% 범위에서 국회 사전 의결 없이 정부가 변경할 수 있는 상당한 재량이 있다”며 “설립 목적도 불분명한데 지출도 상당 부분 사후 통제를 받는다는 것까지 겹친다는 점에서, 정부의 설립 목적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도 다른 기금과 마찬가지로 매년 전체 기금운용계획에 대해 국회의 심의·의결을 받기 때문에 국회 통제를 벗어난 구조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중 예상하기 어려운 세입 변동이나 정책 수요가 발생했을 때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것보다 신속하게 대응하려면 일정 범위의 탄력적 변경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래대응기금은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미래 성장투자와 재정 안정화를 위한 핵심 제도로 추진하고 내년도 예산안과 연계해 제출하는 만큼 9월 정기국회에서 속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28일 입법예고를 마친 뒤 9월1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9월3일 2027년도 예산안과 함께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