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인기 매일유업 대표이사 겸 운영총괄(COO)이 수익성 개선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력 제품인 흰 우유와 관련해 원유 값은 계속 높아지는데 판가는 제자리걸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인기 대표는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다각화하고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사실상 '광고 축소' 말고는 아직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 ▲ 이인기 매일유업 대표이사 겸 운영총괄(COO)이 '팔수록 적자'인 흰 우유(백색시유) 수익성 개선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21일 매일유업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인기 대표는 흰 우유 적자를 만회할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흰 우유는 팔면 팔수록 적자가 나는 구조라는 것이 유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매일유업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원유 가격은 리터(L)당 1359.97원이다. 지난해 말에는 리터당 1357.71원, 2024년 말 기준으로는 1343.90원이었다.
반면 매일우유(1L) 제품 가격은 이번 상반기 말 기준 리터당 1953원이다.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값이 차지하는 비중만 69.6%다. 살균 및 포장재, 운반비를 감안하면 이윤이 남지 않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흰 우유는 매출이 늘어난다고 해서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게 아니다"며 "낙농가에서 매입하는 원유 대금 자체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흰 우유 같은 경우에는 팔면 팔수록 적자가 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원유 매입량은 유가공 업체가 임의로 줄일 수 없다. 낙농가가 정해진 양만큼의 원유를 생산하면 유가공 업체가 이 물량을 의무적으로 정해진 가격에 사들이도록 한 제도인 쿼터제 때문이다.
판가를 올리기도 쉽지 않다. 매일유업 흰 우유의 리터당 판가는 2024년 말 1955원에서 2025년 말 1961원으로 6원 올랐다가 6개월 만에 8원 떨어졌다.
흰 우유는 서로 다른 브랜드의 맛이나 품질에 큰 차이가 없어 대체제가 충분하다는 점도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하는 이유다.
올해 들어 미국과 유럽연합에서 수입되는 우유 관세가 철폐된 일도 유업계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파악된다. 1월에는 미국산 우유에, 7월부터는 유럽산 우유에 관세율 0%가 적용됐다. 가격을 올릴수록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입 멸균우유와 격차만 벌어지는 상황이다.
물론 이인기 대표가 이런 상황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대표는 3월27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해 성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매일유업은 조제분유 앱솔루트와 단백질 음료인 셀렉스, 식물성 음료인 아몬드브리즈 등에 주력하고 있다. 앱솔루트와 셀렉스가 포함된 뉴트리션부문은 올해 상반기 매출 1204억 원, 매출 비중 12.68%를 기록했다. 2025년 상반기보다 매출은 13.2%, 매출 비중은 1.08%포인트 증가했다.
CJ올리브영이 미국에 진출하자 그에 발맞춰 올리브영 미국 1호점인 패서디나점에 매일유업 두유와 셀렉스를 입점시키기도 했다. 매일유업 상반기 수출은 537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6.4% 증가했다.
| ▲ 매일유업은 CJ올리브영이 미국에 진출하자 그에 발맞춰 올리브영 미국 1호점인 패서디나점에 매일유업 두유와 셀렉스를 입점시키기도 했다. <매일유업> |
다만 이 같은 노력에도 매일유업 실적은 쉽게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매일유업은 2026년 상반기 매출 9499억 원, 영업이익 392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매출은 3.6%, 영업이익은 54.3% 늘었다.
그러나 매출에서 매출원가를 뺀 매출총이익은 2495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1.8% 줄어든 것으로 금액만 보면 45억 원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이 대표가 수익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었던 주된 이유가 비용 통제뿐인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매일유업 수익성 개선은 사실상 판매비와 관리비(판관비), 특히 광고선전비 절약으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매일유업은 올해 상반기 판관비 2103억 원, 그 중에서도 광고선전비는 303억 원을 사용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관비는 8.0%, 광고선전비는 45.8% 줄었다. 광고선전비 감소분은 255억 원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하반기 광고선전비 지출 계획은 대외비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1996년 매일유업에 입사해 상하목장 마케팅팀장, 사업부장, 기획실장을 거친 내부 출신이다. 2025년 1월
김선희 매일유업 대표이사 부회장, 곽정우 전 매일유업 대표이사 겸 사업총괄(CCO)과 함께 매일유업 각자대표이사로 새로 취임했다.
매일유업 3인 각자대표이사 체제는 7월1일 곽정우 대표가 일신상 이유로 사임하면서 2인 각자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곽정우 대표 사임 이후 이인기 대표가 해당 직무를 대리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3인 대표이사 체제로 복귀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전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