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제주항공이 계속되는 고유가에 하반기에도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기단 현대화와 노선 재편 등 자구 노력에도 수익성을 확보하기 힘든 환경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 사장은 저비용항공사(LCC) 업계에서 가장 낮은 운임을 고수하고 있다. 회사는 이 전략을 통해 탑승객 수와 탑승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실제 제주항공은 올해 상반기에도 탑승객 수 1위를 수성했으며, 같은 기간 탑승률은 90.9%를 기록했다.
| ▲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 사장이 유류비 상승과 경쟁 심화에 따라 올 하반기에도 수익성을 개선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제주항공> |
하지만 미국·이란 전쟁 이후 유류비 부담이 급증하며 수익성 개선을 위해선 운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LCC 업계는 오히려 운임 할인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수익성 개선과 탑승률 유지 사이에서 김 사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3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장이 올해 하반기 실적 개선을 위해 운임 인상을 결정할지 주목된다.
항공 업계에 따르면 9월 발권 기준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21단계가 적용된다.
국내 항공업계의 유류할증료는 지난 5월 최고 단계인 33단계를 기록한 뒤 6월 27단계, 7월 19단계, 8월 14단계로 점차 내려가고 있었다.
다만 중동 정세 불안이 이어지며 유가가 다시 급등했고, 자연스레 유류할증료도 상승했다.
제주항공은 올해 하반기 유가가 안정세에 접어들면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유가가 다시 오르며 김 사장의 흑자 전환 목표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는 올해 2분기 매출 4417억 원, 영업손실 524억 원을 냈다. 수익성이 저조한 동남아 노선을 축소하고, 일본과 중국 등 탑승률이 높은 노선을 늘리면서 2분기 매출은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지만, 고유가와 운임 경쟁에 따라 수익성은 악화했다.
일반적으로 항공사가 유류할증료를 통해 탑승객에게 전가할 수 있는 비용 상승분은 5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50%는 고스란히 항공사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KB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유류비가 1% 상승하면 약 47억 원의 비용이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 ▲ 제주항공의 B737-8 항공기. <제주항공> |
특히 제주항공은 유류비 증가에 매우 취약한 사업 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김 사장은 LCC 업계 1위 수성을 위해 공격적 가격 정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제주항공의 국제선 운임(Yield)은 km당 90원으로, 경쟁사인 진에어(120원/km)와 비교해 25%가량 낮은 수준이다.
수익성을 개선하려면 운임 인상이 가장 효과적 방법이지만, 업계 경쟁 심화로 이마저도 쉽지 않다. 실제 국내 LCC들은 유류비가 최고치에 달했던 5월과 6월에도 앞다퉈 항공권 할인 경쟁을 펼쳤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이 올해 하반기 고유가가 지속되며 수익성에 타격을 입더라도, 경쟁 심화에 따라 쉽사리 운임을 인상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LCC 항공사들이 탑승률이 높은 노선 위주로 재편하면서 빈 좌석 채우기에 주력하고 있다”며 “탑승률 확보를 운임 인상보다 우선시할 가능성이 높아 운임 하방 압력도 함께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주항공은 하반기에 일본과 중국 위주로 노선을 운영하며 수익성 악화를 방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거리가 짧을수록 유류비 부담이 적으며, 최근 국내 여행객들의 수요도 이 두 나라를 중심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유가가 상승했으나, 환율이 하락하고 있어 비용 부담분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운임 인상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논의할 예정이며,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우호적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제주항공의 2026년 실적 전망치는 매출 1조9953억 원, 영업이익 72억 원이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