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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극한 날씨와 정책 후퇴로 기후변화 리스크 점증, 현지 공장 둔 한국 기업 촉각

이근호 기자 leegh@businesspost.co.kr 2026-08-04 16: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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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극한 날씨와 정책 후퇴로 기후변화 리스크 점증, 현지 공장 둔 한국 기업 촉각
▲ 루마니아 체르나보다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의 3일자 모습. 해당 발전소는 다뉴브강 수위 하락에 따른 냉각수 공급 차질로 가동을 중단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삼성SDI와 SK온 헝가리 배터리 공장이 폭염과 가뭄에 따른 현지 원전 가동 중단으로 각각 전력 소비를 감축하며 유럽에 공장을 둔 한국 기업에 기후변화가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유럽은 다른 지역보다 기후변화 속도가 빨라 극한 날씨가 빈번한데 현지 생산 요건까지 강화해 한국 기업에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나온다.

3일(현지시각)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완성차 기업 포드와 다치아가 루마니아에 있는 자동차 공장의 생산을 이날부터 오는 19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고 일리에 볼로얀 루마니아 총리가 발표했다.

해당 공장은 루마니아 원전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전력 공급이 감소해 전력 소비를 줄이고자 문을 닫는 것이다. 

유럽의 기록적 폭염으로 루마니아와 헝가리 등을 지나는 다뉴브강 수위가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져 원전에 냉각수 공급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AP통신을 보면 3일 기준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측정한 다뉴브강의 수위는 10㎝까지 낮아졌다. 이는 2018년에 기록된 역대 최저 수위인 33㎝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헝가리에서도 다뉴브강 수위 저하로 원전이 멈춰 섰다. 헝가리 전력 생산의 40% 안팎을 담당하는 팍스 원전은 냉각수 부족으로 3일부터 대부분 설비 가동을 중단했다. 

이에 현지에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SDI와 SK온 등 기업이 전력 소비를 감축하기로 했다. 

SK온 관계자에 따르면 헝가리 공장은 현재 가동률이 높지 않아 전력 소비를 줄여도 당장 생산엔 차질이 없다. 

그러나 유럽 내 다른 지역에도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 현상이 나타나면서 산업계 전반에 비용 상승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위스와 독일 등을 지나는 라인강 또한 수위가 낮아져 화학제품과 원자재 운송 차질 등으로 물류비용이 상승했다. 

이와 관련해 CNBC는 “유럽 기업들이 폭염으로 설비 고장과 생산성 저하, 전력망 부담 등 새로운 경영 리스크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유럽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기후변화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 중기예보센터(EMCWF) 산하 기후 관측 기관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유럽은 1990년대 중반부터 10여 년마다 기온이 0.56도씩 상승해 세계 다른 지역보다 두 배가량 빠른 기온 상승 속도를 보였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6월24일자 기사를 통해 유럽 온난화 속도가 빠른 이유로 해빙·눈 감소 등 지역적 요인과 이중 제트기류 형성으로 인한 폭염 및 열 갇힘 현상을 지목했다.

이에 유럽 내 각국은 건물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재생에너지 도입을 늘리는 등 기후 대응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환경청(EEA)은 2023년 10월24일에 펴낸 보고서를 통해 유럽연합 회원국이 기후 적응 계획을 마련했지만 장기 투자 재원 부족을 공통 과제로 지목했다. 
유럽 극한 날씨와 정책 후퇴로 기후변화 리스크 점증, 현지 공장 둔 한국 기업 촉각
▲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내 도로가 텅 비어 있다. < LG에너지솔루션 >
더구나 유럽연합은 최근 산업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기후 대응에서 뒷걸음질하는 모양새다. 

로이터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 7월17일 기후변화 정책인 탄소배출권거래제(ETS) 개편안을 공개했다. 해당 개편안에는 기업을 대상으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완화하는 안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2040년까지 배출량을 매년 4.3% 줄이도록 규정했던 안이 개편안에서는 2031~2035년에는 약 3.7%, 2036~2040년에는 약 1.7% 감축하도록 연간 배출량 축소율을 완화했다.

유럽연합이 산업 경쟁력을 우려해 기후 대응 관련 정책 도입을 늦추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날씨를 막을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

스웨덴 국영 전력회사인 바텐팔의 아니카 람스콜드 지속가능 책임은 로이터를 통해 “규제 안정성은 에너지 전환에 따른 투자를 일으키는 필수 요소”라며 기후 정책을 완화하는 것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에는 삼성SDI와 SK온 외에 한국 배터리와 자동차 및 전자 기업이 다수 포진해 있다. 

삼성전자는 헝가리 야스페뉘서루 TV 공장과 폴란드 브롱키 가전 공장을 운영한다. 

LG전자는 폴란드 므와바에 TV와 가전을 만드는 공장을 뒀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배터리 공장을 운영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각각 튀르키예와 슬로바키아에 자동차 제조 공장을 뒀다. 

이들 공장도 폭염과 전력난, 용수 부족, 물류 차질 등 기후 리스크 영향권에 들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특히 유럽연합이 최근 산업가속화법(IAA)을 비롯해 현지 생산을 요구하는 정책을 강화해 생산 거점을 이전하기 어려운 만큼 기후 리스크 대응 능력이 향후 유럽 사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유럽이 기후변화에 따른 극한 날씨에도 대응 정책에 숨을 고르면서 현지에 공장을 둔 한국 기업은 에너지 공급 차질이나 물류비 상승 등 변수를 마주할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블룸버그는 라인강 수위 하락을 다룬 기사를 통해 “높은 비용은 유럽 내 산업 경쟁력을 아시아나 북미와 비교해 더 약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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