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회장은 2022년 지누스 지분 30.0%와 경영권을 7747억 원에 인수했다. 별도 신주 인수까지 포함하면 지누스에 투입한 금액은 모두 8790억 원가량으로 파악된다.
정 회장의 지누스 인수는 단순 매트리스 회사 인수를 넘어 현대리바트, 현대L&C와 함께 리빙 사업을 그룹의 핵심 성장축으로 키우기 위해 던진 승부수로 평가받았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누스 인수 당시 리빙 사업부문 매출 규모가 2021년 실적 기준으로 봤을 때 3조6천억 원 수준으로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제시한 ‘비전 2030’에서는 리빙 사업부문 매출을 2021년 2조5천억 원에서 2030년 5조 원대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지누스는 이 구상에서 글로벌과 온라인 리빙 확장의 핵심 축으로 꼽혔다. 현대리바트가 가구, 현대L&C가 건자재를 맡는다면 지누스는 온라인 매트리스와 해외 판로를 통해 리빙 사업의 외형을 넓혀야 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셈이다.
하지만 인수 이후 지누스의 상황은 기대와 다소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지누스 매출은 인수 당시인 2022년 1조1596억 원에서 2023년 9523억 원, 2024년 9204억 원, 2025년 9132억 원으로 줄었다. 지누스를 통해 리빙 사업 외형을 키우겠다는 당초 구상과 달리 핵심 인수 자산의 매출 규모가 오히려 축소된 것이다.
리빙 분야를 담당하는 계열사 3곳의 단순 합산 매출도 기대를 밑돌고 있다.
2025년 현대리바트 매출은 1조5461억 원, 현대L&C는 9829억 원, 지누스는 9132억 원으로 모두 합치면 3조4422억 원 수준이다. 지누스 인수 당시 현대백화점그룹이 설명했던 리빙 사업 매출 3조6천억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대리바트가 국내 가구사업에서 체급을 키우고 현대L&C가 건자재 축을 맡고 있지만 지누스가 글로벌·온라인 리빙 확장의 축으로 기대만큼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리빙 사업 전체의 성장 논리도 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누스의 국내 사업 확대가 더디다는 점도 인수 명분을 희석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물론 지누스는 인수 이전부터 해외, 특히 미국 매출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해 왔다. 지난해 기준 지누스의 수출 비중은 93.5%, 미국 매출 비중은 81.2%에 이른다.
▲ 지누스가 올해 상반기에도 적자 기조를 이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지누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지누스의 국내 사업 규모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회장은 지누스 인수 당시 현대리바트, 현대L&C와 협력해 매트리스 중심의 제품군을 거실, 홈오피스 등 일반 가구 영역으로 넓히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백화점, 홈쇼핑, 면세점 등 그룹 유통망을 활용해 국내 사업을 키우겠다는 계획도 함께 내놨다.
지누스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590억 원으로 2024년보다 33.2% 늘었다. 증가율만 보면 개선 흐름이 나타난 셈이다. 다만 국내 매출 비중은 6.5%로 인수 당시인 2022년보다 3.5%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다.
지누스 부진을 미국 매트리스 업황 악화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편입 이후에도 국내 판로 다변화와 리빙 계열사 시너지가 아직 충분히 매출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하반기 지누스의 실적 전망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지누스는 미국 조지아 공장 매각과 물류 효율화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 기대를 키우고 있다. 비용 절감 효과가 반영되며 실적 개선이 나타날 수 있다는 증권가 전망도 적지 않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누스는 3분기부터 관세 환급, 조지아 공장 매각 및 물류 효율화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가 반영되면서 실적 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백화점·면세점·지누스가 동시에 이익 개선 국면에 진입해 연결 실적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누스 관계자는 “매트리스 부문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수익성 중심의 사업 구조 개편을 지속해 비효율 요소를 개선하고 보다 안정적 이익 구조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