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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기후총회 실효성 논란 해마다 되풀이, 국가 간 소규모 기후협상에 힘 더 실리나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6-06-02 15: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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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기후총회 실효성 논란 해마다 되풀이, 국가 간 소규모 기후협상에 힘 더 실리나
▲ 지난해 10월 브라질 벨렝에 위치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회장 앞에 설치된 현판에 불이 들어와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몇 년 사이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기후총회)'에서 글로벌 기후대응에 실제로 필요한 만큼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화석연료 퇴출을 위한 논의가 시작된지 몇 년이 흘렀는데도 유엔 기후총회에서 구체적인 이행 계획이 합의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올해 4월 콜롬비아에서 열린 일부 국가간 화석연료 회의처럼 소규모 협상이 글로벌 기후대응의 주도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나온다. 

◆ 유엔 기후총회 ‘전원합의’ 체제로 나라간 기후대응 합의 어려워

1일(현지시각)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붑커 훅스트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기후위원은 “최근 유엔 기후총회 개최 결과들이 과학적으로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에 미치지 못했다”는 비판을 내놨다.

훅스트라 위원은 “지난 5~8년간 유엔 기후총회에서 나온 결과물이 무엇인지 보면 실망스러웠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3년 동안 열린 유엔 기후총회들은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계와 전문가들이 논의 시점이 한참 지났다고 보고 있는 화석연료 퇴출을 위한 합의책이 현재까지 거의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2023년 11월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 기후총회(COP28)에서 처음 합의가 나올 것으로 예고됐다. 하지만 '2030년까지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시작한다'는 애매한 문구에 합의하는 것에 그쳤다.

이어 열린 두 차례의 유엔 기후총회 동안 화석연료 감축을 이행한 국가는 사실상 없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에너지 분석자료에 따르면 COP28 이후에도 화석연료 사용량은 소폭 증가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지난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2024년 12월 제29차 유엔 기후총회(COP29) 직후 로마클럽(기사 하단 용어설명 참조)은 성명문을 통해 “현재 구조로는 인류가 안전하게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필수적이고 기하급수적인 속도와 규모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며 “바로 이 때문에 우리는 유엔 기후총회의 근본적 개편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유엔 기후총회가 회의를 앞두고 예고한 것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전원합의제 방식이 꼽힌다. 단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이를 설득하고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계획한 목표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를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COP28 당시 최종합의문 초안에는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 문구가 아예 빠지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당시 사우디아라비아가 COP28 의장국 아랍에미리트에게 문구를 제거하도록 외교적으로 압박했다고 전했다.

2025년 제30차 유엔 기후총회(COP30)에서도 개최국 브라질은 ‘탈화석연료 이행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으나 사우디, 러시아, 중국 등이 이를 반대하면서 채택되지 못했다.
 
유엔 기후총회 실효성 논란 해마다 되풀이, 국가 간 소규모 기후협상에 힘 더 실리나
▲ 콜롬비아 산타마르타에서 열린 '제1차 화석연료 전환을 위한 회의' 참석자들이 손을 맞잡고 들어올리고 있다. <화석연료 전환을 위한 회의>
◆ ’소규모 국가간 협상‘을 통해 기후 대응에 진전 보여

반면 기후대응에 적극적인 일부 국가들만 포함된 소규모 협상에서는 기후총회보다 훨씬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26년 4월 콜롬비아 산타마르타에서 열린 ‘제1차 화석연료 전환을 위한 회의’가 꼽힌다.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브라질, 호주, 튀르키예 등 57개국이 참여했다. 이들 국가은 앞서 COP30 당시 브라질이 제시한 탈화석연료 이행을 위한 로드맵을 자발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산타마르타 회담장에서 곧바로 자국의 화석연료 퇴출 로드맵을 발표했다.

훅스트라 위원은 “기후총회의 활동은 지속돼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지구온난화를 해결하려면 더 빠르게 움직일 의향이 있는 소규모 국가간 그룹을 통한 활동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산타마르타 회의를 통해 모였던 국가들은 이행 상황 점검을 위해 2027년에 태평양 도서국 투발루에서 2차 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한국은 산타마르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산타마르타 회의에 참석한 국가들을 모두 더하면 글로벌 에너지 수요의 약 30%를 차지한다.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전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은 링크드인을 통해 “기후총회 자체를 폐지하자는 건 아니지만 다자주의적 해결을 위해 정밀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미국 빈자리에 유엔 기후총회 동력 약화, 소규모 협상 필요성 높아져

2026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행정명령 14199호를 통해 파리협정, 유엔기후변화협약 탈퇴를 공식화했다.

파리협정은 글로벌 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아래로 억제하기 위한 기후협정이다. 유엔 기후총회 합의사항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탈퇴를 선언하면서 유엔기후변화협약을 대상으로 한 모든 자금 지원과 연구협력도 중단하기로 했다.

2024년 기준 유엔기후변화협약 예산의 약 22%가 미국의 분담금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고려하면 운영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유엔 산하 국제기구들이 기후연구 및 분석에 미국 해양대기청(NOAA), 미항공우주국(NASA)가 가진 자산과 데이터에 크게 의존한다는 점이다.

특히 현재 작성되고 있는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제7차 보고서가 큰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익명의 한 과학자는 폴리티코를 통해 IPCC가 사용하는 모델을 놓고 "전 세계 연구자들의 충분한 검증을 받지 못해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은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 선언 직후 사무총장 명의로 유감을 표명했다.

사이먼 스티엘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은 “다른 모든 국가들이 함께 발걸음을 내딛는 가운데 미국 혼자 후퇴하는 것은 미국 경제, 일자리, 생활수준에 큰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이 다시 참여할 수 있는 문을 활짝 열어둘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이같은 행태가 소규모 기후협상에 더 힘을 줘야 하는 이유가 된다는 시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4월 산타마르타 회의 직후 “미국이 빠진 덕분에 오히려 산타마르타 회의 같은 협상이 나올 수 있었다”며 “이런 회의에는 중국, 러시아, 인도, 사우디 같은 국가들도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고 논평했다.

쿠미 나이두 그린피스 인터내셔널 전 사무총장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산타마르타 회의와 관련해 “마침내 드디어 기후위기를 야기하는 원인의 86%를 차지하는 화석연료 문제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됐다”며 “이런 협상들은 유엔 기후총회에 압박을 줘 화석연료 문제 논의를 빼놓으려는 행태를 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영호 기자  
 

◆ 용어설명

- 로마클럽 : 1968년에 창립된 국제 비영리 연구·정책 플랫폼이다. 지구적 위기와 인류의 미래를 분석하고 그 해결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학자·정책입안자·기업인·전직 국가지도자 등이 참여하는 국제적 싱크탱크 역할을 한다. 참여한 주요 인사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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