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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반도체 중심 경제 성장은 '독이 든 성배' 그칠까, AI와 수출 의존에 외신 경고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26-05-29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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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반도체 중심 경제 성장은 '독이 든 성배' 그칠까, AI와 수출 의존에 외신 경고
▲ 한국 경제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며 중장기적으로 약점을 키울 수 있다는 외신의 지적이 나왔다. 경제 개혁 속도가 늦어지고 수출 및 특정 산업에 의존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공장.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메모리반도체가 주도하는 한국 경제의 가파른 성장이 만만찮은 부작용을 남길 수 있다는 주요 외신들의 지적이 나온다.

인공지능(AI) 산업과 수출에 경제 의존도가 높아지는 동시에 재벌 기업의 영향력은 더 커지고 소수 강대국과 교역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반도체 주도 ‘과속 성장’이 한국 경제의 약점 가린다

29일 블룸버그와 영국 이코노미스트 등 외신을 종합하면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주요 국가 경제가 인공지능 열풍으로 ‘과속 성장’ 상태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28일(현지시각) 이와 관련한 보도에서 지난 1년에 걸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500% 이상 증가했다는 점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한국과 대만, 일본은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망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데이터센터 투자 열풍이 불러온 강력한 수요 증가에 큰 수혜를 보고 있다.

그러나 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 생산 및 수출 증가에 따른 경제 성장 효과가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약점을 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와 같은 일부 산업을 제외하면 한국을 비롯한 국가의 제조업이 중국에 밀려 빠르게 위축되며 경제 성장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어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이전에는 주변 국가에서 부품을 수입하고 중저가 완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데 주력했지만 이제는 공급망 전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자동차 및 화학 기업들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제조사와 경쟁하며 점차 위협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 예시로 꼽혔다.

이코노미스트는 결국 반도체에만 집중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의 경제 취약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개혁을 위한 시도가 다급해진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반도체 호황에 따른 ‘착시효과’를 믿고 다른 제조업 경쟁력 약화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28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투자은행 HSBC의 프레더릭 노이만 연구원은 “한국과 대만의 가파른 경제 성장은 인공지능 산업에 수혜를 못 보는 산업의 어려움을 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반도체 중심 경제 성장은 '독이 든 성배' 그칠까, AI와 수출 의존에 외신 경고
▲ 한국 경제 성장에 인공지능 관련 수출의 기여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래픽 챗GPT 제작>
◆ 경제 성장 불균형과 강대국 의존 등 부작용 낳아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과 대만의 2025년 경제 성장률에서 약 4분의3이 인공지능 관련 기술 수출에서 발생했다는 증권사 골드만삭스의 분석을 전했다.

이와 동시에 수출 의존도 높아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19년 이후 한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액의 비중이 2025년까지 46%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한국 수출 품목에서 반도체를 비롯한 인공지능 관련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현재 40% 안팎으로 2년 전과 비교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는 통계도 제시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처럼 수출 의존도를 더욱 높이는 전략이 경제를 위험에 더 취약한 구조로 바꿔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 경제가 내수시장 활성화 및 해외 시장 다변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일이 최선의 선택지인데 지금의 방식은 낡은 경제 구조에 의존하는 데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중국의 추격을 막기 위해 반도체 산업에 오히려 적극적으로 지원 정책을 강화하는 일도 위험을 더 키우는 요소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 국가는 반도체 호황기를 산업 다변화 기회로 삼는 대신 성장을 수출에 의존하고, 수출에서는 반도체 산업에 집중하며, 반도체 수요를 미국과 중국에 의존하는 ‘올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매우 위험한 조합”이라고 비판했다.

반도체에 집중하는 전략은 산업별 경제 성장 불균형과 소득 불평등, 일부 강대국에 경제 의존 심화와 같은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반도체와 같은 첨단 기술 산업은 일반적으로 변동성이 큰 분야라는 점도 이런 시각의 근거로 제시됐다. 반도체 수요가 둔화하기 시작하면 한국 경제가 방어력을 갖춰내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프레더릭 노이만 HSBC 연구원은 반도체 산업에 성장 의존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어지던 ‘K자형 그래프’ 형태의 경제 불균형 심화 현상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반도체 중심 경제 성장은 '독이 든 성배' 그칠까, AI와 수출 의존에 외신 경고
▲ 삼성전자 HBM4E 고대역폭 메모리 홍보용 이미지. <삼성전자>
◆ 이재명 정부 AI 중심 정책에도 외신 ‘경고장’

경제전문지 포브스도 28일(현지시각) 한국의 인공지능 중심 성장 전략을 비판하는 보도를 전했다.

포브스는 1분기 한국의 경제 지표를 보면 이재명 대통령이 인공지능을 ‘만병통치약’처럼 여기고 있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내수 경기 부진과 물가 상승, 대외 불확실성에도 1분기 한국 수출이 2025년 1분기보다 약 40% 증가하며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동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이재명 정부가 한국의 생산성 향상과 기업들 사이 경쟁환경 개선, 스타트업 성장 지원과 여성의 경제활동 활성화 등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인공지능 산업 성장이 한국 경제 회복을 위한 만병통치약으로 등장하면서 이러한 숙제를 풀어내야 할 필요성이 낮아졌다고 진단했다.

자연히 한국 경제의 근본적 문제 해결에는 오히려 부정적 영향이 미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포브스는 인공지능 산업 성장에 따른 수혜와 관련 투자 확대가 모두 한국의 재벌 대기업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재벌 중심의 경제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노력을 이어가던 상황에서 쌓은 성과가 큰 폭으로 후퇴하게 될 가능성이 유력해졌다는 것이다.

포브스는 한국에서 인공지능 산업 성장에 따른 초과이익을 재배분하는 국민배당금 관련 논의도 등장했지만 이는 근본적 해법이 아닌 임시방편에 가까워 보인다는 비판도 전했다.

결국 인공지능 열풍이 언젠가 꺾인다면 한국 경제가 받는 충격이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인공지능 산업에 따른 막대한 수혜가 한국의 경제 개혁 동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장기 관점에서 ‘독이 든 성배’에 그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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