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F&F 브랜드 운영 역량에 의구심, 상표권 빌린 브랜드는 돈 버는데 인수 브랜드는 돈 까먹어
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6-05-29 14: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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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수 F&F 대표이사가 자체 브랜드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디스커버리익스페디션>
[비즈니스포스트] 김창수 F&F 대표이사의 브랜드 운영 역량을 놓고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MLB와 디스커버리익스페디션 등 라이선스 브랜드, 즉 지적재산(IP)을 빌린 브랜드는 실적을 떠받치고 있지만 자체 포트폴리오를 강화하자는 취지에서 인수한 브랜드는 오히려 회사에 부담만 주고 있다.
라이선스 브랜드를 성공시켰던 역량이 인수 브랜드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것을 놓고 세계적 골프 브랜드 테일러메이드의 F&F 인수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29일 F&F의 상황을 종합하면 MLB와 디스커버리익스페디션과 같이 해외 브랜드 지식재산권(IP)을 빌려와 국내외 소비자 취향에 맞게 재해석하고 상품 기획과 유통망, 마케팅 역량을 결합해 매출을 키우는 전략은 비교적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실적도 이를 뒷받침한다.
F&F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5609억 원, 영업이익 1535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0.9%, 영업이익은 24.2%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27.4%인데 동종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에 그치는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이 크게 높은 수준이다.
대표 사례로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세르지오타키니와 듀베티카를 꼽을 수 있다. 두 브랜드는 김 대표가 라이선스 중심 사업구조를 넘어 자체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키우기 위해 품은 브랜드다.
F&F는 2022년 7월 세르지오타키니를 운영하는 세르지오타키니오퍼레이션스와 브랜드 IP를 보유한 세르지오타키니아이피홀딩스 지분 100%를 826억5200만 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세르지오타키니는 아직 F&F의 수익성에 뚜렷한 보탬이 되지 못하고 있다.
세르지오타키니오퍼레이션스는 2023년 순이익 69억 원을 냈으나 2024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2024년 순손실 37억 원, 2025년 순손실 55억 원을 냈다. 2026년 1분기에도 순손실 16억 원을 기록했다.
듀베티카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F&F는 2018년 7월 716만 유로(당시 약 92억 원)에 듀베티카를 인수했다. F&F는 듀베티카 인수를 위해 자본금 49억 원을 출자해 듀베티카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듀베티카인터내셔널은 2020년 순손실 81억 원, 2021년 순손실 91억 원, 2022년 순손실 48억 원을 냈다. 2023년에는 순이익 224억 원을 냈다. 다만 이는 자회사 듀베티카불가리아를 청산한 영향이 반영된 결과로 영업 경쟁력이 본격적으로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에도 이익 기여는 사실상 없다. 듀베티카인터내셔널은 2024년 순손실 41억 원, 2025년 순손실 7억 원을 냈다. 2026년에는 듀베티카 IP를 보유한 듀베티카SRL에 흡수합병되며 1분기 순이익 1억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물론 자체 브랜드의 성과를 지금 단계에서 단정하기는 이르다.
해외 브랜드를 인수한 뒤 국내외 시장에 맞게 다시 정비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상품 구성과 가격대, 유통망, 마케팅 전략을 새로 맞추는 과정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세르지오타키니는 인수한 지 아직 4년이 채 되지 않았다. 현재 실적만으로 실패를 단정하기보다 적응기와 투자 구간으로 볼 여지도 있다.
▲ 2025년 9월 세르지오타키니 한남 플래그십 매장 개장 행사에 참석한 브랜드 모델 박지현씨. < F&F >
듀베티카에서는 일부 개선 조짐도 나타난다.
듀베티카는 2021년 이후 적자폭을 점차 줄여가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소폭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부담이 완화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실제 김창수 대표가 자체 브랜드 확보에 공을 들이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라이선스 사업만으로 장기 성장을 이어가는 데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라이선스 브랜드는 이미 쌓인 인지도를 활용해 빠르게 매출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F&F가 MLB와 디스커버리익스페디션으로 보여준 방식도 여기에 가깝다. 상품 기획과 유통, 마케팅 역량을 결합하면 브랜드 파급력을 단기간에 키울 수 있다.
하지만 브랜드 IP를 직접 보유하지 않으면 성과를 모두 가져가기 어렵다.
브랜드 가치가 커져도 IP 자체의 상승분은 원권리자에게 남는다. 계약 조건이 바뀔 수 있고 갱신 과정에서 협상력이 흔들릴 위험도 있다. F&F가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한 단계 더 올라서려면 자체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키워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김 대표가 F&F의 자체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브랜드 인수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빌린 브랜드를 잘 키우는 회사를 넘어 직접 보유한 브랜드의 가치를 높이는 회사라는 점을 실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브랜드 강화에 힘을 쏟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라이선스 브랜드에서 성과를 낸 것과 달리 인수 브랜드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면서 김 대표의 브랜드 운영 능력에 의구심도 따라붙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은 테일러메이드를 둘러싼 시장의 시선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F&F는 2021년 사모펀드 운용사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가 주도한 테일러메이드 인수에 5580억 원을 투자했다.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지만 핵심 투자자로서 우선매수권과 사전동의권도 확보했다. 이후 테일러메이드 인수 가능성도 검토해왔다.
다만 자체 인수 브랜드의 성과가 아직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더 큰 규모의 글로벌 브랜드를 품는 데 회의석 시선이 투자금융업계 중심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테일러메이드는 세계 골프용품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다. 그만큼 투자 규모와 운영 난도도 세르지오타키니나 듀베티카보다 클 수 있는데 F&F가 과연 이에 적합한 회사인지 의문이라는 시선이 투자금융업계 안팎에 존재하고 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