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래 기자 klcho@businesspost.co.kr2026-05-28 16: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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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감하면서 단기적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의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아파트뿐 아니라 비아파트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정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사업 기획부터 시행, 공급 관리까지 담당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역할도 함께 커지는 모양새다.
▲ 올해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감하면서 단기 주택 공급 확대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아파트와 비아파트를 아우르는 방향으로 정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사진은 증산4 도심복합사업 지구 조감도의 모습. <한국토지주택공사>
28일 LH에 따르면 도심 공공주택 복합지구 개발사업(도심복합사업)과 관련한 제도 개선에 따라 최근 대형 건설사의 참여가 늘고 있다.
도심복합사업은 기존 재개발 방식으로 사업 추진이 어려운 지역에 LH 같은 공공기관이 참여해 용적률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주민 주도의 정비사업을 지원하는 제도다.
2021년 처음 시행됐지만 사업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현재까지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서울 연신내역 도심복합사업의 경우 낮은 사업성으로 두 차례 유찰된 뒤 2025년 5월 사업비를 기존 1939억 원에서 2244억 원으로 약 16% 늘린 뒤에야 금호건설·대보건설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할 수 있었다.
이에 정부는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2026년 4월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시행령 개정안은 도심복합사업 사업성 확보를 목표로 준주거지역에만 허용되던 용적률 법적 상한의 1.4배 상향 적용 대상을 주거지역 전체로 확대하고 공원·녹지 확보 의무 기준과 건축물 높이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런 제도 개선에 힘입어 올해 도심복합사업이 처음으로 착공 단계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인천 제물포역 인근 도심복합사업이 후보지 선정 이후 5년 만인 2026년 드디어 착공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대형 건설사의 도심복합사업에 대한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LH는 지난 28일 삼성물산·DL이앤씨 컨소시엄과 증산4구역 도심복합사업 협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서울에서 지금까지 확정된 도심복합사업 6곳 중 증산4구역·신길2구역(포스코이앤씨)·쌍문역 서측(GS건설) 등 3곳에 대형 건설사가 시공사로 참여하게 됐다.
정부가 도심복합사업을 기반으로 2030년까지 수도권에 5만 가구를 착공하겠다고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도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도심복합사업 참여자 공모도 흥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8일 국토부가 서울을 대상으로 진행한 도심복합사업 후보지 공모에는 강남3구(서초·강남·송파구)를 포함한 16개 자치구 44곳에서 제안서를 제출했다.
후보지 공모에 지역 주민의 사업 참여 의향률이 30%를 넘으면 후보지 선정 평가 때 가점에서 만점을 받는데 이번에 제안서를 제출한 44곳 중 61%인 27곳이 만점에 해당할 정도로 많은 관심이 쏠렸다.
다만 LH가 주택 공급에서 본격적인 성과를 내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 토지주택공사가 주택 공급에서 본격적인 성과를 내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사진은 박현근 한국토지주택공사 수도권도시정비특별본부장(가운데), 박창용 DL이앤씨 수주관리실장(오른쪽), 임철진 삼성물산 주택영업본부장이 27일 서울 LH 수도권도시정비특별본부에서 열린 ‘증산4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한국토지주택공사>
이전부터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이 도심복합사업 지연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는데 최근 이란 전쟁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사업비 상승 우려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를 놓고 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물가상승을 고려해 적정공사비와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기존 공모지구는 공모지침서 등에 따라 물가 연동 방식도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공공 주도로 착공에는 속도를 낼 수 있지만 올해부터 아파트 공급 물량이 급감하고 있다. 그런 만큼 단기적 주택 공급 확대가 시급하다는 점도 LH가 고민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부동산R114가 2026년 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21만 가구로 1년 전보다 25%가량 줄어든다.
서울의 경우 감소폭이 더 크다. 올해 서울 지역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9천 가구로 2025년 대비 31.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건설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사업 추진에 부담이 적고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비아파트 부문 확대 계획을 세웠다.
지난 26일 국토부는 비아파트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며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간 4만1000가구, 2030년까지는 총 11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방안에는 △도시형생활주택 인허가 확대 △공실 비주거시설의 주거용 전환 △비아파트 전용 건설금융 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공실 상가·오피스를 주거시설로 전환하는 방안에서는 LH가 주도적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LH는 올해 2천 가구 규모의 비주거시설 리모델링을 우선적으로 추진한다. 이에 ‘주거시설 전환 네트워크 센터’를 내부에 설치해 리모델링 수요자와 설계·시공 업체를 연결하고 컨설팅을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다만 LH의 부채비율이 200%대에 이르는 만큼 직접 시행 확대에 따른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LH 부채 규모는 2020년 말 129조7억 원에서 매년 증가해 2023년 말 152조3511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173조7천억 원대까지 늘었다.
특히 LH가 기존 주요 수익원이던 택지 개발 뒤 민간 매각 방식을 중단하고 상대적으로 부담이 큰 직접 시행을 맡기로 한 만큼 앞으로 재무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자금 조달 기반을 넓히기 위한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LH는 지난 21일 5억 호주달러(약 5375억 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LH에 따르면 채권 발행 대금은 전액 공공임대주택 건설 등에 활용된다.
LH 관계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 주택공급 정책을 차질없이 수행하고 안전하고 품질 좋은 공공주택이 적기에 공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