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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부정' 트럼프 등장 경고한 20년 전 영화 주목, 앨 고어 "그래도 기후대응은 계속된다"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6-05-26 14: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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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부정' 트럼프 등장 경고한 20년 전 영화 주목, 앨 고어 "그래도 기후대응은 계속된다"
▲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주연을 맡은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이 개봉 20주년을 맞았다. 사진은 고어 전 부통령.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2006년 5월24일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전 세계에 큰 파장을 일으킨다. 바로 데이비스 구겐하임이 감독을 맡고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주연을 맡은 ‘불편한 진실’이다. 

이번달 개봉 20주년을 맞은 이 영화는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와 위험성, 정책 대응의 필요성 등을 전 세계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화 속에서 고어 전 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의 발목을 잡는 것은 결국 정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뒤 결국 '기후변화 부정론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두 차례나 올랐고 1기(2017~2021년)에 이어 2기 집권기(2025년~) 들어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20년 전 고어 전 부통령의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된 셈이다.

그럼에도 고어 전 부통령은 영화 개봉 20주년을 맞아 진행한 여러 언론과 인터뷰에서 최강대국 미국이 앞장서 기후대응 정책을 해체하는 현 상황 속에서도 기후대응이 도덕적 논리뿐 아니라 경제적 논리까지 갖추게 됐다는 점을 들어 앞으로도 전 세계적 기후 대응 기조는 중단되지 않고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 ‘불편한 진실’을 부정하는 트럼프

영화 '불편한 진실'은 고어 전 부통령이 기후변화의 현실을 담은 여러 슬라이드를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다.

영화 속에서 고어 전 부통령은 “기후대응은 도덕적 논리를 넘어 정치적으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곤경에 처하는 것은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며 “확실하게 알고 있다는 잘못된 확신에 근거해 행동하려고 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기후변화 부정론을 펼치는 정치인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대중들을 비판하는 말이다.

고어 전 부통령은 기후변화 부정론이 발생하는 이유를 놓고 “진실을 인정하는 것이 그들에게 불편한 일이고 우리에게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25일(현지시각) '불편한 진실 20주년'을 기념한 사설을 통해 "미국의 현 정치 상황을 꿰뚫는 발언"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적 대응을 담은 파리협약을 1기 집권기에 탈퇴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비롯해 각종 기후 규제를 철회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2기에서는 이런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정책 기조를 더욱 강화하고 확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 나와 “기후변화는 역사상 가장 큰 사기극”이라며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는 유엔 기구와 회원국들을 비판했다. 

같은 시기 트럼프의 측근인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쌓아올린 이 문명은 화석연료 덕분에 얻은 것이라는 것을 부정해선 안된다”고 발언했다. 지금까지 화석연료를 계속해서 써왔고 앞으로도 계속 쓰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그 뒤 올해 초 자국 이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유엔기후변화 협약을 포함해 66개 국제기구와 협정에서 탈퇴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영국 가디언지는 이를 두고 과학적으로 이미 증명된 위기가 다가오는 것이 보이는데도 이를 외면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기상학계에서는 이미 기후변화가 실존하는 것이 증명됐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후단체 ‘클라이밋 시티즌스 로비'의 다나 누치텔리 코디네이터도 지난달 예일대 클라이밋 커뮤니케이션즈 사설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발표된 기후 연구의 약 97%는 기후변화가 실존한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 영화 개봉 20년 뒤 현실이 된 기후변화

영화 '불편한 진실'에서 고어 전 부통령은 2006년 당시의 기후변화 진행 상황을 이렇게 짚는다.

고어 전 부통령은 “1990년부터 이어진 14년 동안 기온 기록을 보면 매년 최고 기온이 경신되고 있다”며 “21세기의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기온이 높아진 세상에 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약 0.7도 높아져 있었다.

이는 2020년대에 들어선 현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2022년까지만 해도 산업화 이전보다 1.15도 높은 수준이었던 지구 기온은 2023년에 1.48도까지 한 번에 상승하는 이례적 이상 현상을 보였다. 

이어진 2024년에는 1.52도를 기록하며 역사상 처음으로 파리협정에서 제한선으로 규정한 1.5도 선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파리협정에서 말하는 1.5도 상승 제한은 최소 20년 이상 장기 평균치를 말한다.

기후학계에서는 기후변화가 임계점을 넘어 가속화되는 지점에 들어섰다고 평가가 나왔다. 일각에서는 2023년에 발생한 슈퍼 엘니뇨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보기도 했으나 2025년에도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48도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2006년보다 기온이 월등히 높아진 현재 세계 각지에서는 당시에는 볼 수 없었던 온갖 재난이 몰아치고 있다.

남아시아, 중동, 유럽 남부에서는 45~50도 사이의 초고온 폭염이 발생하고 있고 북남미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슈퍼 허리케인과 폭우가 매년 찾아오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큰 피해를 입힌 경상북도 산불과 호남 지역의 극한호우가 발생했다.

스티븐 자이치크 할리우드리포터 수석 에디터는 지난달 사설을 통해 “영화 '불편한 진실'은 50년 단위의 장기적 관점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을 예측한 영화였는데 그 절반도 안된 20년밖에 지나지 않은 현재 이때 예고됐던 많은 것들이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부정' 트럼프 등장 경고한 20년 전 영화 주목, 앨 고어 "그래도 기후대응은 계속된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유엔 총회에 나와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 "트럼프의 영향은 언젠가 끝날 것, 기후대응 정책 더 강력하게 회복될 것"

트럼프 대통령이 앞장서 기후대응 정책을 해체하고 있는 현 상황에도 불구하고 고어 전 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고어 전 부통령은 할리우드리포터와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기후정책 침체를 가져온 것은 이번이 첫 번째가 아니다”며 “그의 집권이 끝났을 때 기후정책은 이전보다 더 강력하게 회복됐다”고 지적했다.

올해도 만 78세가 된 고어 전 부통령은 앞으로도 계속 기후대응을 촉구하기 위한 활동을 세계 각지에서 이어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불편한 진실' 촬영 당시 활용됐던 슬라이드쇼를 지금도 계속 보강하며 각종 강연에 사용해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뉴욕타임스에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후 대응 활동을 계속하는 이유는 내게 있어 이것이 특별한 도전이기 때문”이라며 “한 번 시작하면 더 이상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그런 류의 도전”이라고 설명했다.

◆ 기후대응 도덕적 명분에 경제적 논리까지 확보

영화 '불편한 진실'이 나온 20년 전과 달라진 점도 있다. 당시에는 기후 대응이 주로 도덕적 관점에서 논의됐다면 현재는 경제성 조건도 갖추게 됐다. 

특히 재생에너지가 많은 발전을 거듭해 이제는 화석연료보다 저렴한 대안으로 자리잡았다.

누치텔리 코디네이터는 “국제기관 데이터를 종합해보면 이제는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응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결론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가 발행한 ‘2024년도 재생에너지 발전단가’ 보고서를 보면 재생에너지가 화석에너지보다 더 저렴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균등화발전비용(LCOE, 기사 하단 용어설명 참조) 기준 태양광 발전의 1kWh당 비용은 약 58원, 육상풍력발전은 46원으로 집계됐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ENF)가 집계한 올해 발전원별 비용 통계를 보면 석탄발전의 단가는 1kWh당 81~180원으로 재생에너지보다 월등히 높다.

이와 관련해 고어 전 부통령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놀랍고 전례없는 기술 혁명을 통해 이제는 지구를 보호하는 것이 이제는 경제적 선택이 됐다”며 “우리는 그때와 이제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영호 기자
 

◆ 용어설명

- 균등화발전비용 : 발전소가 가동 수명 동안 생산하는 전력 1kWh당 ‘평균 비용’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지표를 말한다. 즉 발전소의 가동 시기 평균 비용이다. 비용에는 건설비 같은 초기 투자지와 운영유지비, 연료비, 해체·폐기비용 등이 포함된다. 발전원 간 경제성을 동일 기준에서 비교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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