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사들과 달리 신차를 대거 투입하고, 현지 생산량을 크게 늘리며 테슬라에 이은 판매 2위를 노린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올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신차를 대거 투입하고, 현지 생산량을 늘리는 승부수를 띄운다.
미국 전기차 판매 순위 3위에 올라있는 현대차그룹은 2위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를 바짝 뒤쫓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미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로 구매 수요가 줄면서 GM, 포드 등 완성차 업체사들은 전기차 생산을 늘리는 계획을 취소하고, 내연기관차 생산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 회장이 경쟁사들과 달리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공격적 전략을 펼치는 것은 전기차가 주도할 북미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29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그룹이 올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GM을 누르고 2위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가 총 58만9천 대를 판매하며 약 46%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GM이 16만9천 대(점유율 약 13%)로 2위, 현대차그룹이 10만4천 대(점유율 8.1%)로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GM과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판매량이 5만5천 대 가량 차이가 났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바뀌고 있다.
테슬라는 올해 1분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11만7300대를 판매하며 1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8.4% 감소했다.
2위인 GM은 2만5900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 대비 전기차 판매량이 18.8% 감소했다.
현대차그룹은 1분기 1만7379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기 대비 10.6% 줄었다.
그러나 GM와 현대차그룹의 1분기 전기차 판매량 격차는 많이 줄어들었다. 지난해 1분기 현대차그룹과 GM의 전기차 판매량 차이는 1만2464대였지만, 올해 1분기에는 8521대였다. 1년 전보다 판매량 차이가 31.6% 줄었다.
1분기 현대차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이오닉5'가 GM 전기차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은 '이퀴녹스 EV' 판매량을 앞질렀다.
아이오닉5는 올해 1분기 미국에서 9790대가 팔렸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판매량이 13.7% 증가했다. 반면 이퀴녹스 EV는 1년 전보다 판매량이 7.2% 줄어든 9589대를 기록했다.
| ▲ 현대자동차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이오닉5'. <현대자동차> |
1분기에 미국 전기차 톱3 회사들의 판매량이 모두 감소한 것은 지난해 10월부터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현지 생산을 크게 늘리는 전략을 선택했다.
아직 세계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기대만큼 늘고 있지 않지만,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주류는 전기차가 차지할 것이란 점에서 세계 자동차 시장 2위인 미국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아는 소형 전기 SUV 'EV3'를 올해 안에 미국 시장에 출시한다. 소형 전기 SUV는 다른 모델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데 유리한 만큼, 미국 전기차 시장 판매량을 늘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는 지난해 4분기부터 연간 생산 계획을 기존보다 높여잡았다. HMGMA는 아이오닉5와 준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9'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에 따라 전기차 구매가 크게 줄어들자,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은 미국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중심으로 판매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2022년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비중을 5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올해 2월 전기차 중심 전략을 전면 재조정하고,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차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완성차 제조사 포드도 전기차 전략을 전면 수정하고,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차 중심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일부 전기차 모델 단종을 발표하기도 했다.
GM도 비슷한 상황이다. GM은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 중이다. GM은 미국 미시간주에 위치한 오리온 공장을 전기차 생산을 위한 거점으로 전환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을 수정하고 내연기관 모델 생산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 3월에는 디트로이트 전기차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디트로이트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이 멈춘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자 3개월 만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정 회장은 지난해 미국의 자동차 관세 25% 부과 때도 현지 판매가격 동결로 시장 점유율을 크게 늘렸다”며 “정 회장이 현지 생산체제와 원가 절감책 등을 동원하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승부를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