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상배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가 신약개발 중심의 사업 구조에 변화를 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수익 기반을 확보하려는 모습이 눈에 띄는 데 이는 기술수출 성과가 지연되면서 4년 연속 영업손실을 보고 있는 점과 무관하지 않은 변화로 풀이된다.
▲ 윤상배 CJ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사진)가 웰니스 사업에 힘을 싣는 모습이 감지된다.
윤 대표는 앞으로 빠르게 상업화 성과를 낼 수 있는 웰니스 사업 비중을 높여 자생력을 키우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CJ바이오사이언스 사업보고서를 보면 회사 연구개발(R&D) 조직이 기존 디스커버리, 디벨로먼트&CMC, 바이오디지털플랫폼 중심 구조에서 지난해 4분기에 △R&D전략담당 △신약연구그룹 △웰니스연구그룹 △CMC연구그룹 △임상 △바이오디지털플랫폼그룹 체제로 개편됐다.
특히 유전체 분석 서비스 분야를 담당하는 웰니스연구그룹이 신약연구그룹과 병렬 구조로 재편된 점이 주목된다. 연구개발 조직 안에서 웰니스 사업이 다른 주력사업을 돕는 보조 영역이 아니라 독립적인 사업을 갖는 위상을 갖추게 됐다는 의미로 여겨진다.
관련 사업을 확대하면서 그 기반이 되는 연구개발 조직까지 전열을 재정비한 것으로 보인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그동안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 및 유전체 정보) 분석 플랫폼을 기반으로 유전체 정보 분석 서비스 등 웰니스 사업을 일부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수검자를 확대하기 위해 사업 범위를 확대하며 단기 매출 기반 확보에 무게를 싣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내 미생물 분석서비스 ‘스마일 것’으로 B2C(소비자대상)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1월에는 메디람한방병원과 업무협약을 통해 B2H(병원 대상 사업)인 '것인사이드'로 진출했고 최근에는 피부과와도 업무협약을 맺었다. 장내 미생물 환경 분석 범위를 단순히 개인 건강에서 항암이나 피부미용 등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표는 웰니스 사업과 관련해 건강기능식품(건기식)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 출범한 웰니스연구그룹의 주요 업무를 살펴보면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기능성 소재, 유산균 및 개별인정형 소재 등 과학적 근거 확보 및 제품화와 연계한다고 쓰여있다.
개별인정형 원료는 건강기능식품 공전에 등재되지 않은 새로운 원료로 영업자가 연구개발한 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해 안정성과 기능성을 개별적으로 인정받은 성분을 말한다. 개별인정형 원료로 인정받으면 6년 동안 독점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어 시장 선점이나 수익성 확보에 유리하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건기식과 관련해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체계도 일부 갖추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가 2025년 9월 CJ제일제당의 자회사인 CJ웰케어와 함께 약국 유통용 유산균 제품을 개발하며 프리미엄 건기식 시장에 진출했다. 윤 대표가 CJ웰케어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두 회사의 협업을 통해 웰니스 사업 확대 전략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표가 웰니스 사업 강화에 힘을 싣는 배경을 살펴보면 신약개발 분야에서 기대했던 기술수출 성과가 아직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2024년 중장기 목표로 2026년까지 기술수출 3건을 달성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까지 성과는 없다.
일반적으로 기술수출은 임상 1상 또는 2상 단계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은데 CJ바이오사이언스는 아직 임상을 진행하고 있어 데이터를 공개한 후보물질조차 없는 상황이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개발 자체가 세계적 치료제 트렌드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도 단기간 내 성과 창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마이크로바이옴에 집중한 바이오 회사들은 최근 '개발 중단', '난관 봉착' 등의 소리를 듣고 있는 처지다.
미국 FDA(식품의약국)이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를 품목허가 승인했다는 점 때문에 기술의 잠재력은 높게 평가 받고 있지만 아직까지 갈길이 먼 셈이다.
이처럼 기술수출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회사의 적자 구조도 장기화되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2022년 332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이후 2023년 303억 원, 2024년 323억 원, 2025년 24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4년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 CJ바이오사이언스(사진)가 2025년까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CJ바이오사이언스 홈페이지 이미지.
이런 상황에서 CJ바이오사이언스 사령탑에 오른 윤 대표로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을 수밖에 없다.
윤 대표는 2025년 7월 CJ바이오사이언스 창업자인 천종식 전 대표의 뒤를 이어 새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회사 설립 이후 약 25년 동안 경영을 이끌어온 상징적 인물의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았다는 점에서 윤 대표로서는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입증해야 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CJ바이오사이언스의 상황은 녹록치않다.
2025년 연결기준 매출은 37억 원으로 2024년보다 6.52% 늘었지만 여전히 매출 대비 손실 규모가 매우 큰 구조다. 영업손실 규모가 줄어드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자체 수익 기반을 확보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웰니스 사업 확대는 비교적 빠른 매출 창출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윤 대표가 가장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꼽힌다. 특히 CJ웰케어와 협업은 그룹 내 유통망과 브랜드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 확장 속도를 높일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모회사 CJ제일제당의 전략 변화 가능성도 CJ바이오사이언스의 사업 방향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지목된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2021년 CJ제일제당에 인수된 이후 연구개발 자금을 꾸준히 지원받아 왔다. 다만 CJ제일제당이 최근 수익성 중심 사업 구조로 전략 방향을 조정하고 있는 만큼 바이오 분야에 대한 지원이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시선도 나온다.
CJ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장내 미생물 분석 서비스를 통해 개인 건강에 맞춘 솔루션 제공까지 확장하고 있다”며 “신약 임상도 현재 진행하고 있는 만큼 기술수출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