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 기자 bamco@businesspost.co.kr2026-03-24 15:2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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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상장사 인수합병(M&A)의 규칙을 바꾸는 의무공개매수제, 합병공정가액 법안이 국회 상임위 심사에 들어간다.
소액주주 보호를 강화하는 대신 비용 증가로 인수합병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안 통과 시 국내 인수합병 질서 전반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정조위원장(앞줄 가운데)을 비롯한 정조위원들과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 협의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최근 의무공개매수제법안·합병공정가액 법안(자본시장법 개정안) 등에 대한 법안 심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해당 법안은 31일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는 최근 국회 정무위의 법안 처리가 늦어지자 내각에 ‘가서 빌라’면서 질책했다. 정무위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어 상임위 운영이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본시장법 등을 개정해야 하는데 지금 야당이 정무위원장이라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며 “상임위를 아예 열지 않는 것 같은데 (국회에) 가서 빌더라도 어떻게 좀 해보시라”고 말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19일 국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와 당정협의까지 열면서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날 당정협의 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자본시장법에 공정한 합병 가액을 정하는 것, 단기 매매차익들에 대해 부당이익을 환수하는 법,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의무공개매수제도 등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의무공개매수제법안 및 합병공정가액 법안은 상장사에 대해 지분을 25% 이상 취득해 경영권을 확보할 경우 과반 확보 때까지 잔여 주식을 동일 가격으로 전량 매수하도록 의무공개매수를 도입하고 합병가액을 주식·자산·수익가치를 반영해 산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이강일 민주당 의원이 지난 12일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이 도입되면 기업 인수합병 지형이 크게 변화할 전망이다. 소액 주주 등 소위 ‘개미’들에게 유리한 법안이지만 인수합병을 감행하는 기업에게는 비용 부담이 늘어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기업을 인수하려면 인수자는 최대주주 지분만 개별 협상을 통해 확보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일정 지분 이상 취득 시 일반주주 지분까지 의무적으로 매수하도록 하는 기준은 없다. 이에 인수자가 대주주 지분을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매수하더라도 소액 주주는 동일한 가격으로 지분을 매각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실제 2017년에는 IMM 프라이빗에쿼티(PE)가 한샘의 지분을 인수할 때 한샘의 2대 주주인 헤지펀드가 인수과정에서 한샘 지배주주의 지분에 대해서만 경영권 프리미엄을 보장하고 나머지 일반주주의 지분을 매수하지 않아 주주평등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이는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 논의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번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게 되면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 과정에서 기존주주 역시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가격으로 지분을 매각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렇게 하면 기업 인수시 비용이 크게 증가해 기업 인수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러한 방식은 2022년 12월 금융당국에 의해서 추진되기도 했는데 그때도 동일한 논란이 일었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2022년 12월19일 자본시장포커스 ‘국내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논의 및 글로벌현황’에서 “의무공개매수는 경영권 거래가 있는 경우 소액 주주의 지분도 동일한 가격으로 매수해야 하므로 인수기업의 자금 부담을 커져 제한된 자금으로 인수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M&A 시장의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별도로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으로 경영권 방어 수단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어 있는 가운데 의무공개매수 도입으로 공격적 인수합병의 부담이 커지면서 일정 부분 이를 보완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법안이 통과한다면 인수뿐만 아니라 합병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정안은 상장사 합병가액을 주가 중심의 정형 산식에서 자산가치, 수익가치, 주식가격을 함께 반영하는 공정가액 체계로 바꾸고 이사회가 그 적정성을 설명·공시하도록 해 합병비율 산정의 자의성을 줄이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는 상장사 합병가액을 최근 1개월 및 1주일 거래량 가중 평균종가와 최근일 종가를 산술평균한 기준주가(시장가격)를 중심으로 산정하되, 일정 범위 내에서 할인·할증을 적용하는 방식이 활용된다.
▲ 2월23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 이 회의를 마지막으로 정무위원회는 이날(24일)까지 다시 열리지 않았다. <연합뉴스>
이에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에서 합병이 이뤄질 경우 합병 비율이 왜곡돼 일부 주주가 불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주가가 기업의 실제 가치나 미래 수익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이는 협상력이 낮은 소수주주에게 불리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합병기업과 피합병기업의 최대주주가 동일한 경우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순영 자본시장 연구위원과 김종민 자본시장 선임연구위원이 2018년 2월19일 내놓은 ‘기업 소유구조가 국내 상장사 간 합병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합병기업 최대주주가 피합병기업 최대주주이거나 특수관계인인 합병의 합병비율이 그렇지 않은 합병에 비해 유의하게 낮아 피합병기업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며 “피합병기업 저평가 정도는 합병기업과 피합병기업의 최대주주가 동일할 때 가장 높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합병기업과 피합병기업의 최대주주가 동일한 경우 피합병기업 저평가율은 최소 30%에서 최대 60% 수준으로 높게 나타났다.
다만 공정가액 산정 시 구체적 기준이 명시되지 않아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크고, 이에 따라 법적 불확실성과 분쟁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업의 구조조정과 M&A 의사결정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