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 기자 bamco@businesspost.co.kr2026-03-23 15: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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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이정현)가 대구시장 후보 공천에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을 ‘컷오프’(경선 배제)했다.
이들은 대구시장 국민의힘 후보 여론조사에 줄곧 1·2위를 달려온 만큼 이번 컷오프의 배경을 둘러싸고 당 안팎에서 의문이 일고 있다. 이정현 공관위원장이 내세운 ‘원칙’이 대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 국민의힘 전국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을 살펴보면 일관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왼쪽 세 번째)이 22일 오전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열린 장동혁 대표와 지역 국회의원의 비공개 연석회의에서 참석해 눈을 감고 있다. 장 대표는 이날 대구시장 공천과 관련해 대구 지역 의원들을 만났다. <연합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정현식 공천’으로 전국 여기저기서 누더기 공천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며 “(장 대표가 22일 오전 대구로 내려와 대구 지역 국회의원들을 만나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고 약속한 이후) 불과 몇 시간 뒤,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은 저와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컷오프하는 결정을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이어 “장 대표에게 묻는다.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앞서 온 유력 후보들을 아무런 설명도, 근거도 없이 한꺼번에 잘라내고 나머지 후보들만으로 경선을 치르겠다는 것이 과연 대구 시민을 위한 결정인가”라며 “원칙 없는 공천을 방치하는 대표, 자기 입으로 한 약속조차 지키지 못하는 대표라면, 그 직을 내려놓는 것이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이정현 공관위원장은 대구시장 후보 공천 결정을 하기 전 약 20여분 동안 장 대표와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진다.
함께 컷오프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역시 강하게 반발했다.
이 전 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이 자르고 싶었던 이진숙을 국힘이 잘랐다. 민주당의 잠재적 후보 김부겸이 자르고 싶었던 이진숙을 국힘이 잘랐다”며 “공관위가 이번 결정을 재고하지 않는다면 저뿐만 아니라 대구 시민들이 그냥 넘어가질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국민의힘 공관위는 전날인 22일 대구시장 후보 공천에서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을 컷오프해 6명을 경선 후보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추경호, 윤재옥, 유영하, 최은석 의원과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 홍석준 전 의원 등 6명이 경선을 치를 예정이다.
공관위의 컷오프 결정을 두고 주 의원은 이미 법적 절차를 예고했고 이 전 위원장은 향후 거취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할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주 의원과 이 전 위원장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서 선두를 다투는 유력 후보였기에 이번 컷오프를 두고 공관위의 대구시장 후보 공천의 원칙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대구경제신문 의뢰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18~19일 대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810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 (30.6%),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16.3%),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12.1%),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 (5.6%),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4.7%) 등으로 집계됐다.
이 위원장이 줄곧 현역 및 중진을 향해 ‘용단’을 촉구하며 주창해 온 ‘혁신 공천’에 따른 결정으로 본다고 해도, 왜 주 의원만 제외하고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4선),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3선) 등 다른 중진들은 남겼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이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후보군 가운데 지지율 1위의 ‘뉴 페이스’로 꼽히다. 이정현 공관위원장과 유튜버 고성국씨를 매개로 가까운 관계라는 전언까지 있었던 만큼, 그의 공천 배제 결정은 정치권에서도 갑작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번 대구시장 컷오프에 앞서 부산시장과 충북지사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일었다. 부산시장 후보 공천의 경우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는 방안이 거론됐으나 박형준 부산시장과 주 의원이 함께 반발하면서 결국 경선을 치루게 됐다.
충북지사 후보 공천에서는 김영환 충북지사가 컷오프됐다. 공관위는 울산시장(김두겸), 강원지사(김진태), 경남지사(박완수), 인천시장(유정복), 대전시장(이장우), 세종시장(최민호) 등에서는 현역 단체장을 그대로 단수공천했기 때문에 김 지사 컷오프는 또 다른 무원칙 논란을 낳았다.
▲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23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자신을 6·3 지방선거 공천에서 배제(컷오프)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 결정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 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처럼 당 안팎의 후보자들에게 설명할 원칙이 없다보니 후보자들이 이정현 공관위원장과 당권파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전날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면접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층 고분고분한 태도를 보였다. 두 차례 후보 등록까지 보류하며 인적 쇄신과 혁신선대위 구성을 강하게 요구하던 모습과 많이 달랐다.
오 시장은 22일 “오해가 있는 것 같아서 설명을 드리겠다. 사실 뭐 (제가) 혁신선대위라는 표현을 썼지 않나”며 “그렇게 하다보니까 마치 선대위를 공관위 단위에서 빨리 만들어 달라는 취지의 주장인 것처럼 빛춰져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제가 혁신 선대위하는 표현을 한다면 그 뜻은 중도확장 선대위하고 표현하는 게 가장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재 국민의힘은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에서 경기, 광주전남, 전북만 남겨두고 있다. 나머지는 단수공천 또는 경선 대상자를 확정지었다.
이 가운데 경기지사 선거에는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함진규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출마 의사를 밝히고 있다. 양 최고위원이 당내 개혁파로 분류되는 반면 함 전 사장은 이정현 위원장과 함께 친박계로 꼽히는 데다 윤석열 전 대통령 캠프 출신이라는 점에서 대비된다. 이 위원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무선 가상번호 100% 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4%포인트, 응답률은 6.4%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