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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테일러 팹' 이웃되는 테슬라 '테라팹', 반도체 인력·장비 확보 경쟁자되나

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 2026-03-23 15: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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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테일러 팹' 이웃되는 테슬라 '테라팹', 반도체 인력·장비 확보 경쟁자되나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테라팹(Terafab)'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테슬라와 삼성전자가 '반도체 협력사'이자 '잠재적 경쟁자'라는 이중적인 관계에 놓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 '테라팹(Terafab)'을 건설하겠다고 밝히면서, 테슬라가 삼성전자의 '고객사'인 동시에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테라팹은 삼성전자가 현재 건설 중인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에서 차로 30~40분 거리에 지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근처에 테슬라의 야심찬 대규모 반도체 공장이 지어지는 만큼, 반도체 기술인력과 핵심 장비 확보 등에서 미묘한 경쟁 관계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각에선 초미세 반도체 공정의 기술력과 수율(완성품 비율)을 확보하는 것이 몇 년 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을 고려하면,  테라팹 프로젝트가 성공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23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일론 머스크 CEO가 미국 현지시각 21일 테슬라·스페이스X·xAI의 공동 반도체 공장 건설 프로젝트인 '테라팹'을 공식 발표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산업 지형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테라팹은 현재 한 해 동안 전 세계 인공지능(AI) 연산에 필요한 전력인 20기가와트(GW)의 50배에 달하는 테라와트(TW)급 전력을 투입해야 할 정도의 연산 능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테라팹은 로직·메모리·패키징뿐 아니라 리소그래피·마스크 수정 제작까지 모두 한 장소에서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건설된다. 건설 비용은 총 200억 달러(약 30조 원)가 투입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머스크 CEO는 "삼성전자, TSMC 등 기존 업체에 가능한 한 빠르게 생산을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설비 확장 속도에 한계가 있었다"며 "테라팹 건설로 칩을 만들고 개선하는 속도가 기존 대비 최소 10배 이상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는 삼성 파운드리의 주요 고객사다.

삼성전자는 2025년 테슬라의 차세대 자율주행용 인공지능(AI) 칩인 'AI6'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2나노 공정으로 생산하는 165억 달러(약 24조8천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계약을 체결했다. AI6은 이르면 2027년부터 양산을 시작한다.

하지만 테라팹이 본격 가동한다면, 테슬라와 삼성전자가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특히 테라팹 건설 예정지는 삼성전자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에서 차로 30분 거리로, 사실상 같은 경제권 내에 '이웃'으로 자리 잡게 된다. 삼성이 테일러에 공장을 지으며 확보한 반도체 전문 인력과 협력업체 생태계를 테라팹도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테슬라는 이미 홈페이지를 통해 테라팹 반도체 개발 엔지니어를 채용하며 반도체 인력 확보 경쟁을 시작했다.

향후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3나노 이하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한 대에 3천억 원이 넘는 EUV 노광 장비가 필수다. 
삼성전자 '테일러 팹' 이웃되는 테슬라 '테라팹', 반도체 인력·장비 확보 경쟁자되나
▲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 모습. <삼성전자>
또 머스크 CEO는 지난해부터 삼성전자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 개인 사무실을 마련하는 등 삼성의 AI6 반도체 생산 과정에도 직접 관여하고 있다.

삼성의 첨단 2나노 반도체 공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직접 관찰하고, 이를 테라팹 구축에 활용하겠다는 전략적 계산이 깔린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AI6 개발, 제조 과정에서 삼성의 반도체 생산 지식재산(IP)과 제조 노하우 유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테슬라가 AI6 칩 위탁생산 주문을 삼성전자로 돌린 이유는 낮은 비용으로 반도체 파운드리 관련 경험을 얻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 고도화를 위해 고객사인 테슬라와 협력하면서도, '잠재적 경쟁자'라는 이중적 관계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가 발주한 파운드리 물량은 삼성이 대만 TSMC와 격차를 좁히는 데 필수적이다. 

머스크 CEO는 테라팹에서 일부 반도체는 협력사에 생산을 맡기고, 일부는 직접 생산하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테슬라는 이미 배터리 산업에서 '하이브리드 공급망(자체 생산+외부 조달)'을 활용함으로써 배터리 공급 업체와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전략을 펼쳐왔는데, 반도체에서도 동일한 전략을 추진하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테라팹을 구축한다고 해도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첨단 메모리를 직접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일부 반도체를 내재화하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삼성전자와 협력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라팹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에 의문의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반도체 제조에는 천문학적 자본과 수십 년의 연구개발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기술력 기반 없이 단기간에 초미세 공정의 수율을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배적 시각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테슬라의 '테라팹' 구상이 공개된 지난해 11월 "반도체 제조는 단순히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TSMC와 같은 반도체 기업이 하는 일은 과학, 공학, 예술이 결합한 극도로 복잡한 과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머스크 CEO가 테라팹 건설에 기존 반도체 기업을 끌어들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그는 지난해 11월 반도체 공장 건설을 위해 인텔과 협력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로이터는 "머스크가 인텔과 협력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현재로선 공식 합의는 없는 상태"라며 "머스크는 테라팹 프로젝트의 구체적 일정을 밝히지 않았으며, 그는 과거에도 매우 야심찬 프로젝트를 발표해왔지만, 그 가운데 상당수는 지연되거나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나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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