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을 하던 파리크라상을 지주회사 ‘상미당홀딩스’와 사업회사 ‘파리크라상’으로 분리하면서 사업 기능과 지주 기능을 명확하게 나눈 것이다.
파리크라상이 각 계열사의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셈인데 사실상 허진수 부회장이 주도하는 파리바게뜨의 해외 사업 확장에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SPC그룹은 13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파리크라상을 ‘상미당홀딩스(SMDH)’로 새롭게 출범시켰다고 밝혔다. 파리바게뜨 등 브랜드를 전개하는 파리크라상은 상미당홀딩스의 100% 자회사로 물적분할됐다.
기존 파리크라상은 허영인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지분을 전부 소유한 가족회사다. 허영인 회장 63.31%, 부인 이미향 감사 3.54%, 장남 허진수 부회장 20.33%, 차남 허희수 사장 12.82% 등이 지분을 나눠 들고 있다.
파리크라상 아래에는 핵심 자회사인 SPC삼립을 비롯한 SPC그룹의 계열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2024년 말을 기준으로 파리크라상의 연결재무제표 작성대상 종속기업은 모두 51개다. 해외에만 파리바게뜨 미국법인 등 법인 35개를 두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상미당홀딩스 중심으로 계열사들이 뭉치는 구조가 됐다. '오너일가→파리크라상→계열사'의 구조가 '오너일가→상미당홀딩스→파리크라상 및 계열사' 구조로 변하는 것이다.
SPC그룹은 기존 파리크라상이 파리바게뜨 등 여러 브랜드 전개와 같은 사업적 측면뿐 아니라 자회사 관리, 자본 투자 등 지주회사의 역할을 동시에 담당하다 보니 각 측면에서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다는 점을 새 지주회사 체제 구성이 필요했던 이유로 꼽고 있다.
SPC그룹 관계자는 “이번 지주회사 출범은 각 법인들과 지주회사의 사업을 분리해서 전문성과 독립성,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 지주회사를 꾸린 배경에는 해외 사업을 중심으로 SPC그룹의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허영인 회장의 의지도 담긴 것으로도 여겨진다. 전적으로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만큼 장남인 허진수 부회장이 도맡고 있는 해외 사업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이다.
파리바게뜨는 2004년 중국, 그 이듬해 미국에 첫 점포를 내며 일찌감치 해외에 진출했다. 하지만 급속도로 점포 수를 늘리기 시작한 것은 최근 일이다. 파리바게뜨가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보유한 매장 수는 미국과 캐나다, 프랑스, 영국, 중국,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몽골 등 모두 15개 나라에 걸쳐 700개다.
그 중에서도 북미 지역 공략 속도가 빠르다.
▲ 허진수 SPC그룹 부회장(사진)이 파리바게뜨 해외 사업 확대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에만 북미 지역에 새 매장 150개를 열었으며 올해 400호점을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SPC그룹은 2030년까지 파리바게뜨 북미 매장을 1천 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워둔 상태다.
2025년 9월에는 미국 텍사스에 2만8천㎡ 규모 제빵공장을 착공했다.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이 공장은 북미 핵심 생산 거점으로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착공식에는 허영인 회장과 장남 허진수 부회장 등 오너일가가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허진수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파리바게뜨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의 ‘로스앤젤레스 FC(LAFC)’의 파트너십 체결식에도 직접 참여하며 파리바게뜨 해외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해외 사업의 보폭이 점차 넓어지는 상황에서 파리크라상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은 해외 사업을 가속화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허영인 회장은 허진수 부회장을 그룹 후계자로 만들기 위한 막바지 수순도 밟고 있다. 지난해 11월 실시된 정기 임원인사에서 허진수 부회장이 기존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인데 이를 계기로 지배구조 재편도 병행해 새 판을 짰다고 볼 수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PC그룹은 파리크라상 아래에 여러 해외법인과 최근 설립된 빅바이트컴퍼니 등 많은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었다”며 “사업 영역이 확대될수록 물적분할의 필요성이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분할은 지난해 12월31일 결의돼 올해 1월1일을 분할 기일로 한다. 분할된 파리크라상과 상미당홀딩스의 대표이사는 기존 파리크라상의 대표이사인 도세호 사장이 겸임한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