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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공급난에 속타는 게임사들, 펄어비스·엔씨소프트 신작 출시 앞서 사양 낮추기 '식은땀'

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 2026-01-08 16: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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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와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난이 장기화하면서 게임업계 전반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대로 서버·데이터센터용 고사양 메모리 수요가 급증한 여파가 소비자 PC용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번지며, 대형 게임사들의 신작 개발 전략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메모리 공급난에 속타는 게임사들, 펄어비스·엔씨소프트 신작 출시 앞서 사양 낮추기 '식은땀'
▲ 펄어비스는 오늘 3월 출시할 예정인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게임 '붉은사막(Crimson Desert)'의 권장 PC 그래픽카드 사양을 기존 RTX 4070 슈퍼급에서 RTX 2080 수준으로 낮췄다. <펄어비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메모리 수급 불균형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내 게임사들이 대형 PC·콘솔 타이틀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 상황에서, 하드웨어 환경 변화에 대응해 이용자 기반을 넓히기 위한 게임 사양 최적화의 중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게임 업계에서도 위기감은 뚜렷해지고 있다. ‘발더스 게이트’ 시리즈로 유명한 라리안 스튜디오의 최고경영자 스벤 빈케는 최근 인터뷰에서 “PC용 D램 가격 급등이 신작 개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과거에는 후반 작업으로 미뤄왔던 최적화 작업을 이제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전제로 두고 진행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 고가의 고사양 PC나 노트북 구매를 미루고 상대적으로 낮은 사양의 제품을 선택할 경우, 개발사들이 더 넓은 이용자층을 확보하기 위해 저사양 컴퓨터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구동되는 게임 설계를 고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PC 게임 플랫폼 스팀의 하드웨어 조사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게임 이용자의 약 40%가 16GB 램을, 38%가 32GB 램을 사용하고 있다. 그래픽 메모리(VRAM)는 8GB 사용자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시장조사업계에서는 노트북 제조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올해 2분기부터 8GB 램 탑재 모델 비중을 늘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게이밍 노트북 시장에서도 기본 8GB 구성에 확장 슬롯을 제공하는 방식이 다시 주류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제는 AAA급 게임 사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언리얼 엔진 5 등 고사양 엔진을 기반으로 한 대작 경쟁이 심화하면서 컴퓨터 그래픽과 D램 용량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AAA급 PC와 콘솔게임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국내 게임사들도 저사양 환경에서 원활한 게임 운영이 가능하도록 게임 설계를 급히 변경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올해 3월 20일 출시 예정인 붉은사막을 개발 중인 펄어비스는 권장 PC 그래픽카드 사양을 기존 RTX 4070 슈퍼급에서 RTX 2080 수준으로 낮췄다. 전날에는 엔비디아의 지포스 나우와 협업해 클라우드 게임 지원도 병행한다고 밝혔다. 고사양 PC를 보유하지 않은 이용자들도 월 구독 방식으로 스트리밍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접근성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메모리 공급난에 속타는 게임사들, 펄어비스·엔씨소프트 신작 출시 앞서 사양 낮추기 '식은땀'
▲ 엔씨소프트가 올해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AAA급 대작 슈팅게임 '신더시티' 이미지. <엔씨소프트>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신더시티를 준비 중인 엔씨소프트 역시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 엔씨소프트역시 신더시티를 지포스 나우에 선보일 예정이다.  

넷마블, 크래프톤, 넥슨 등 주요 대형사들 역시 AAA급 PC·콘솔 신작을 다수 준비 중인 만큼, 메모리와 GPU 수급 환경 변화는 업계 전반의 공통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같은 변화를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 국내 게임사들이 그간 게임 최적화 노하우를 쌓아온 만큼,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넥슨의 카잔, 네오위즈의 P의 거짓 등은 출시 당시 글로벌 이용자들로부터 최적화 완성도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최지원 네오위즈 ‘P의 거짓’ 총괄 디렉터는 “최적화는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해 방망이를 깎듯 계속 다듬어왔다”며 “왕도라기보다는 처음부터 최적화를 중요하게 두고 집요하게 접근한 결과”라고 말했다.

넥슨 네오플 ‘카잔’ 개발진 역시 “약 16개월에 걸쳐 프레임 저하 구간을 하나하나 찾아 수정하고 재검증하는 최적화 과정을 반복했다”고 앞서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시장은 전례 없는 공급부족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가격상승과 이에 따른 영향은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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