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류재철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이 각각 다른 전략으로 로봇 사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LG전자가 인공지능(AI) 홈 로봇 'LG클로이드'를 공개하며 소비자의 가사노동을 해결해주겠다고 나선 가운데 삼성전자는 제조 현장에서 로봇을 활용하겠다며 차별화를 꾀하는 모양새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은 통제된 공장 라인에서 로봇의 정밀도와 신뢰성을 검증한 뒤, 가정용 로봇 시장에 뛰어들어도 늦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류재철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세계 1위 가전 역량과 고객 데이터를 활용, 가정용 로봇 시장을 선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7일 IT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세계 최대 가전·IT박람회인 'CES 2026' 무대의 주인공으로 '로봇'이 주목받고 있지만, 현대자동차·LG전자와 달리 삼성전자는 별다른 로봇 제품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일각에선 삼성의 로봇 사업화가 예정보다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당초 지난해 가정용 로봇 '볼리'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일정을 무제한 연기했다. 제미나이 등 AI 플랫폼을 탑재하는 과정에서 기술 검증 등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행 보조 웨어러블 로봇인 '봇핏'도 기업간거래(B2B) 시장에서는 상용화했지만, 일반 소비자 대상(B2C) 판매 시기는 당초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단순히 걷기를 도와주는 것을 넘어, 갤럭시 웨어러블 생태계와 완벽한 연동을 제공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최적화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노태문 사장도 당장의 로봇 상용화보다는 기술력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노 사장은 5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로봇사업 계획을 묻는 질문에 "다양한 제조 현장에서 로봇을 위한 데이터를 많이 쌓을 수 있고 역량을 고도화할 수 있다"며 "먼저 삼성전자의 생산 거점에서 로봇을 우선 적용하고, 여기서 쌓은 기술과 역량으로 B2C에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LG전자는 로봇을 '미래의 가전'으로 정의하며 가정용 로봇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번 CES 2026에서 공개된 'LG 클로이드'는 손가락을 가진 휴머노이드 형태로, 단순히 돌아다니는 반려형태를 넘어 빨래를 개고 설거지를 돕는 등 실제 가사 노동을 수행하는 기능을 갖췄다.
지난 조직개편을 통해 생활가전(HS)사업본부 산하에 HS로보틱스연구소를 신설한 것도 로봇을 수익을 낼 수 있는 '생활 필수 가전'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류재철 사장은 "집은 공장이나 연구실과 달리 불규칙한 구조와 예측 불가능한 인간의 행동 등 끊임없는 변화를 가진 공간"이라며 "LG 클로이드는 가정 공간 안에서 가장 안전하고 일관되게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 ▲ 6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서 관람객들이 LG전자의 홈 로봇 'LG 클로이드' 시연을 지켜보고 있다. < LG전자 > |
삼성전자가 통제된 생산라인에서 로봇 기술의 완벽함을 우선시하는 '제조현장 우선'을 택했다면, LG전자는 집안일의 완전한 대체를 목표로 하는 '가정 우선'을 로봇 사업 전략으로 내세운 것이다.
삼성전자가 로봇 기술력을 확보할 무대로 산업 현장을 택한 것은 '기술적 완성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가정은 아이, 반려동물 등 변수가 너무 많아 AI가 실수할 확률이 높은 반면 공장은 통제된 환경이어서 로봇의 성능을 안정적으로 검증하기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수한 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함께 피지컬 AI 엔진을 개발하고 있으며 협동로봇, 양팔로봇, 자율이동로봇 등을 제조·물류 등에 접목하겠다고 밝혔다.
이지니 대신증권 연구원은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숙련공 부족이 지속되는 가운데 제조업 전반의 자동화와 피지컬 AI 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산업 데이터 수집과 현장 적용 역량이 우수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로봇 전략은 경쟁사에 비해 소비 시장 진입이 늦어 후발 주자에 머물 수 있다는 위험 요인이 있다.
이에 비해 LG전자는 핵심 가전 인프라와 소비자 데이터를 갖춘 있는 만큼, 최대한 빨리 가정용 로봇 시장에 뛰어든다는 전략을 세웠다.
LG전자가 연간 판매하는 가전 제품은 1억 대에 육박한다. 제품 수명을 7년으로 가정하면 약 7억 대에 가까운 제품을 고객이 사용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를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사용 데이터의 시간은 7천억 시간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같은 데이터와 인프라는 하드웨어 점유율과 무관하게 로봇 사업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LG전자 측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LG전자의 과제는 LG 클로이드의 제조 비용을 어떻게 낮추고,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안전 사고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엔비디아(AI모델), 피겨AI(부품) 등 글로벌 기업과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용희 그로스리서치 연구원은 "LG전자는 추후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과 중장기적 전략 관계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며 "경쟁사의 휴머노이드조차 LG전자의 데이터 네트워크(신경망)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