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2025-12-16 13: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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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준호 형지엘리트 대표이사(왼쪽)와 이병만 코스맥스 대표이사가 8일 ‘형지엘리트-코스맥스 전략적 제휴 업무 협약식’을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형지엘리트>
[비즈니스포스트] 형지엘리트가 교복·스포츠·워크웨어를 넘어 K뷰티까지 손을 뻗으며 외형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뚜렷한 수익 기반을 다지지 못한 상태에서 이종(異種)이라고 할 수 있는 화장품사업에 뛰어드는 등 지나치게 많은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준호 형지엘리트 대표이사가 투자금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재무 여력에 비해 무리한 확장이라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단기 성장에만 눈을 돌리다 오히려 기업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16일 형지엘리트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최준호 대표가 교복을 넘어 스포츠와 화장품까지 빠르게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형지엘리트는 본업인 교복 사업의 성장성이 학령인구 감소로 둔화되자 스포츠웨어, 워크웨어, 스포츠굿즈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코스맥스와 K뷰티 사업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고 중국 Z세대를 겨냥한 뷰티 브랜드를 공동 기획·제조·유통하겠다고 밝혔다.
수년간 학생복 사업으로 확보한 10대·학부모 데이터와 브랜드 인지도를 코스맥스의 연구개발 및 제조 역량과 결합해 중국 청소년 취향의 제품을 내놓겠다는 구상이다. 중장기적으로는 K뷰티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미국과 일본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형지엘리트는 빠르게 확장 중인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회사채 발행과 유상증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형지엘리트는 지난 10월 이사회에서 주주배정 후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발행가액은 905원, 발행 주식 수는 보통주 2300만 주로 총 모집 금액은 약 208억 원이다.
조달한 자금은 운영자금 158억 원, 차입금 상환 50억 원, 발행 비용 4억 원 등에 배정됐다. 모집 금액의 80%가량이 운영자금으로 쓰이는 만큼 신사업 확대를 위한 실탄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최준호 대표의 공격적 확장 전략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금이 과연 형지엘리트가 대규모 투자를 감행할 적기인지에 대한 의문이다.
교복 시장은 학령인구 감소로 성장 한계가 뚜렷하다. 스포츠·워크웨어 사업은 아직 매출 변동성이 크며 수익성도 검증되지 않은 단계다. 여기에 고금리 단기차입과 대규모 유상증자까지 더해지면서 “기존 포트폴리오 안정화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전혀 다른 업종인 뷰티까지 사업을 넓히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 형지엘리트가 학생복, 유니폼, 스포츠, 워크웨어, 화장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사진은 형지엘리트 윌비워크웨어 'A+A 2025' 부스 시안 이미지. <형지엘리트>
형지엘리트의 차입 구조를 살펴보면 이러한 우려는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형지엘리트의 제25기 1분기(2025년 7~9월) 기준 단기차입금은 375억 원이다. 1년 새 67억 원이 증가했다.
이 가운데 우리은행·고려저축은행·예가람저축은행·제이티저축은행·디비캐피탈 등에서 빌린 59억 원은 이자율이 모두 7% 이상이다. 농협은행과 인도네시아 우리사우다라은행에서 차입한 116억 원 역시 기준금리에 2.3%포인트가 더해지는 구조여서 금리가 7% 안팎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 한국산업은행·하나은행·신한은행·부산은행·농협은행에서 빌린 170억 원의 금리도 4.71~5.63% 수준이다. 최소 금리만 적용해 계산해도 단기차입금에서 나가는 연간 이자만 20억 원을 훌쩍 넘는 셈이다.
부채 부담은 지분 희석 문제와도 연결된다.
형지엘리트는 과거 발행했던 제7·제9회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를 모두 보통주로 전환했다. 해당 회사채들의 합산 규모는 약 85억 원이다. 형지엘리트는 현금 상환을 피했지만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가 크게 희석됐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런 상황에서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 208억 원 중 채무 상환에 쓰이는 금액이 50억 원에 그친다는 점도 시장의 의문을 키우고 있다. 금리가 높은 차입금부터 우선적으로 상환하겠다는 것이 형지엘리트의 설명이다.
물론 최준호 대표의 구상대로 형지엘리트의 외형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형지엘리트는 제25기 1분기(2025년 7월~9월) 연결기준으로 매출 446억 원, 영업이익 75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34%, 영업이익은 무려 402% 급등했다.
다만 외형 확대가 언제나 영업이익 증가로 연결된 것은 아니다. 외형과 내실의 간극이 구조적으로 드러난 시점이라는 평가다. 형지엘리트의 제24기(2024년 7월~2025년 6월) 매출은 1667억 원으로 25.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6억 원으로 오히려 5.7% 감소했다. 신규 사업 확장에 따른 비용 증가가 수익성을 잠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형지엘리트 관계자는 “코스맥스와의 협약은 형지엘리트가 보유한 10대 타깃 인사이트를 뷰티 영역으로 확장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전환점”이라며 “코스맥스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Z세대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는 친환경 뷰티 브랜드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