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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AI 규제 합리화'에 데이터센터 문제 급부상, '무정전 전원장치' 두고 갑론을박

조성근 기자 josg@businesspost.co.kr 2025-12-04 10:3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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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정부의 인공지능(AI) 규제 합리화 흐름 속에서 데이터센터의 무정전 전원 장치(UPS) 설치 규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AI 확산을 위해 개인정보 활용, 저작물 공정이용 등 다수의 규제 완화 방안을 제시했지만 데이터센터의 핵심 설비인 UPS 설치 기준은 부처 간 해석 차이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정부 'AI 규제 합리화'에 데이터센터 문제 급부상, '무정전 전원장치' 두고 갑론을박
이재명 대통령이 9월8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열린 국가인공지능(AI) 전략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업계는 글로벌 빅테크가 요구하는 UPS 분산 배치가 불가능해지면 국내 데이터센터가 경쟁력을 잃고 결국 AI 산업 기반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소방당국은 화재 안전을 이유로 엄격한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

4일 정부와 업계 움직임을 종합하면 정부가 국내 AI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제 개선에 발벗고 나선 가운데 최근 데이터센터의 무정전 전원 장치(UPS) 문제가 '병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일 'ICT 규제 샌드박스 성과공유회 및 규제 개선 포럼'을 열고 AI 관련 규제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안전한 개인정보 활용을 위한 규제 특례 방안 △저작물 공정이용과 데이터 활성화 △AI 확산을 저해하는 규제에 대한 특례 적용 방안 등 3개 주제를 놓고 전문가 토론이 진행됐다.

엄열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관은 이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면서도 신기술·서비스의 확산을 지원하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 취지를 살려 'AI 3대 강국'으로 제도적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적극 힘쓰겠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도 지난달 27일 'AI 분야 규제 합리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은 기존의 법제 정비 중심 방식에서 벗어나 산업 현장에 밀착한 규제 이슈를 발굴해 AI 기업들이 겪는 애로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분야별로 총 67개 세부 규제 개선 과제가 선정됐다.

국무조정실은 "이번 로드맵은 법제 정비 중심의 방식에서 벗어나 산업 현장에 밀착한 규제 이슈를 발굴해 AI 기업 등의 현장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향후 기술 패러다임 전환 등 수요에 따라 추가적인 과제를 지속 발굴해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도 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관련 규제 완화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AI 발전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데이터센터가 국내에 충분히 들어서려면 글로벌 클라우드 업계가 입주할 만한 조건을 갖춰야 하는데 지엽적인 규제만 조금씩 풀어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소방청은 지난 8월 '전기저장시설의 화재안전성능기준(NFPC607)'을 기존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이어 UPS에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기준에 따르면 시설 내 무정전 전원 장치(UPS) 및 배터리는 '건물 지상 22미터·지하 9미터 이내'에 넣어 설치해야 한다.
 
정부 'AI 규제 합리화'에 데이터센터 문제 급부상, '무정전 전원장치' 두고 갑론을박
▲ 홍영근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이 9월30일 서울 마포구 상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방문해 무정전 전원 공급장치(UPS) 실을 점검하고 있다. <서울소방재난본부>

'무정전 전원 장치(UPS)'는 정전 시에도 일정 시간 동안 전원을 계속 공급해 주는 장치다. 이는 내부 배터리에 전력을 비축해 뒀다가 갑작스러운 정전이나 전원 불안정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이 전원을 사용해 연결된 기기를 보호한다. 

데이터센터는 산업 특성상 서비스 무중단이 핵심적 요건이다. 이에 설령 데이터센터 내 특정 지점에서 화재 등 사고로 인해 전력 공급이 멈추더라도 서비스 무중단을 위해 비상 발전용 UPS를 들여놓는다.

소방청은 화재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고, UPS도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이므로 ESS와 화재 위험성이 동일하다고 바라본다.

UPS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 때문에 화재 및 폭발 위험이 있다. 과충전, 과방전, 외부 충격, 고온 등이 원인이 되어 '열 폭주' 현상이 발생하면 내부에서 가연성 가스가 생성되어 내부 온도와 압력이 급격히 상승하며 화재가 발생한다. 이는 데이터센터 화재와 같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데이터센터 업계는 이를 지나친 규제라 바라본다. 

통상 일반적인 데이터센터는 건물 약 7~8층 높이로 짓는다. 특히 AI 개발에 최적화된 대용량 데이터센터는 규마가 그 이상인 경우도 많다. 하지만 소방청 기준에 따라 지상 22미터·지하 9미터 이내에 UPS 및 배터리를 설치하려면 일반적인 건물보다도 층고가 높은 데이터센터 기준으로 지상 2층·지하 1층 내로 범위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건물 설계부터 쉽지 않게 된다.

데이터센터는 통상 지상 1층이 아예 필로티 구조이거나 필요 설비가 오가는 하역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UPS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은 더욱 한정된다.

데이터센터 업계가 이 문제가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데이터센터의 핵심 고객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이미 각층별 UPS 분산 배치를 글로벌 표준처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소방청 규제를 따르면 UPS를 지상 2층·지하 1층에 몰아서 배치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UPS를 분산 배치 하지 않는 국내 데이터센터는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최근 해외의 데이터센터는 한쪽 배터리실에서 불이 나더라도 다른 배터리실로 번져 UPS마저 멈추지 않도록 UPS와 배터리실을 각층에 분산해 구성하고 있다.

AI 업계 관계자는 이날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해외 클라우드 기업은 데이터센터를 최대한 모듈 단위로 세분화해서 구축하는 것이 원칙이고 만약 불이 나면 다른 지점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 기본 조건"이라며 "그런 조건이 성립되지 않은 데이터센터에는 고객들이 아예 입주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하부층에 UPS를 다 몰아넣게 되면 상부층에 입주할 고객들은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렵고 장비들을 근접거리에 배치할 수 없게 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집적정보통신시설 보호지침' 고시 개정을 통해 서비스 안정성을 위한 UPS 분산 배치를 요구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2022년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배터리 용량이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분리된 격실에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당시 판교 데이터센터에서는 UPS와 배터리를 모두 지하 한 층에 몰아 설치해 놓은 까닭에 화재 발생 이후 비상 발전 역할을 해야 할 UP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이것이 대국민 서비스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로까지 확산했다. 조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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