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상수 이사회 의장이 이끄는 파마리서치는 2025년 6월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설립을 발표하고 추진했다가 이를 철회했다. <그래픽 씨저널> |
[비즈니스포스트] 파마리서치는 피부 미용 의료기기·화장품을 만드는 바이오기업이다. 창업주인
정상수 이사회 의장이 1993년 설립했다.
파마리서치는 2025년 6월13일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가 7월8일 이를 철회했다.
이는 회사의 사업부문을 분리해 ‘파마리서치’를 설립하고 존속법인은 ‘파마리서치홀딩스’로 변경하는 방식으로 추진됐다. 분할기일은 11월1일,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의 재상장일은 12월10일로 예정돼 있었다.
회사 쪽은 ‘사업의 전문성과 책임경영 강화, 조직의 유연성과 실행력 제고’를 분할 목적으로 들었다. 에스테틱 중심의 수익사업과 투자 중심의 관리기능을 분리해 각 부문의 집중도를 높이고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설명이었다.
특히 지주회사 중심으로 글로벌 진출과 인수합병(M&A) 등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인적분할 발표 이후 주주들이 강력 반대하고 나섰다. 주주들은 경쟁력 있는 사업이 신설법인으로 이전함으로써 존속법인의 기업가치가 하락할 것을 우려했다.
또 지주회사 요건(지분 30% 보유) 충족을 위해 신설회사 주식을 공개매수로 현물출자받는 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겠다는 회사의 계획에 대해 문제 제기가 계속됐다.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과 주가의 급격한 변동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다.
인적분할 후 주식 현물출자는 신설법인의 주식을 기존 주주들로부터 받고 존속법인의 신주를 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해 지주회사에서 대주주의 영향력이 강화돼 사실상 ‘중복상장’의 형태가 만들어진다는 비판도 나왔다.
파마리서치 쪽은 인적분할을 철회하면서 “지배구조 변화에 대한 우려,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 그리고 소통의 충분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고, 이를 신중히 받아들여 분할 결정을 재검토하게 됐다”면서 “이 과정을 통해 기업의 의사결정은 전략적 필요나 법적 타당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보다 능동적이고 깊이 있는 신뢰 기반의 주주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 정상수의 지주회사 설립 추진 목적
이번 파마리서치의 지주회사 설립 추진을 두고 업계에서는 두 자녀의 역할을 분담해 주려는
정상수 의장의 시도였다는 시각이 많다.
즉 아들 정래승 이사가 지주회사를, 딸 정유진 이사가 사업회사인 파마리서치를 맡도록 하는 그림이었다는 해석이다.
정래승 이사는 MBA 출신으로 지난 3월 이사회에 합류했고, 정유진 이사는 약학박사 출신으로 2020년부터 회사에서 일해 왔다.
아울러 인적분할 후 현물출자와 유상증자를 통해 두 자녀가 별도의 자금 투입 없이도 지주회사 지분율을 확대하는 결과를 노렸다는 의견도 나왔다. 결국 승계를 위한 사전작업의 목적이 컸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 정상수의 자녀 역할분담과 승계 플랜
현재 파마리서치는 인적분할 철회 이후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상수 의장 역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새롭게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시장의 반발이 큰 만큼 이른 시일 내에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다시 추진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추후 이를 재추진하려면 기존 주주들의 반발을 무마할 만한 충분한 대책을 사전에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두 자녀의 역할분담이 일단 파마리서치 내에서 이뤄질 것으로 내다본다. 아들인 정래승 이사는 신사업의 기획 및 전략을, 딸인 정유진 이사는 기존 사업 확대와 연구개발(R&D)을 맡는 그림이 유력하다.
아울러 정 회장은 당장 배당 확대와 급여 인상을 통해 두 자녀의 승계자금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래승·정유진 두 사람의 지분율은 매우 낮은 편이다. 2025년 6월 말 기준으로
정상수 의장의 파마리서치 지분율은 30.80%인 데 반해 두 자녀의 지분율은 각 0.09%에 그친다.
정래승 이사의 개인회사인 픽셀리티를 승계에 이용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픽셀리티는 가상현실(VR)과 확장현실(XR) 관련 게임 개발사로, 정래승 이사는 이 회사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파마리서치 주주(1.22%) 중 하나인 머스트자산운용은 파마리서치가 용역을 주는 방법을 통해 픽셀리티를 지원하거나, 픽셀리티의 지분을 인수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실제로 파마리서치의 2024년 사업보고서에는 파마리서치가 2023년과 2024년 각 7억9천만 원과 6억 원을 픽셀리티에 지출한 것으로 나와 있다.
파마리서치 관계자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현재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설립 재추진 계획은 논의된 적이 없다”면서 “정래승·정유진 두 분의 역할에 대해서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 정상수·정래승·정유진은 누구?
정상수 의장은 1958년생으로, 강릉고등학교와 중앙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했다.
1982년 대웅제약에 입사해 일하다가 1993년 파마리서치프로덕트(현 파마리서치)를 설립했다. 2001년 법인으로 전환하고 대표이사에 올랐다가 2020년 3월 대표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만 맡고 있다.
PDRN(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 및 PN(폴리뉴클리오티드) 추출 기술을 바탕으로 재생 의약품과 의료기기, 화장품을 생산하면서 회사를 우량기업으로 키워냈다.
정래승 이사는 1988년생이다.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다.
알바트로스인베스트먼트 투자심사역을 거쳐 2017년 4월 픽셀리티를 설립하고 대표이사에 올랐다. 2025년 3월 파마리서치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정유진 이사는 1991년생으로, 미국 노스이스턴대학교에서 약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존슨앤존슨과 대웅제약을 거쳐 2020년 파마리서치 개발부에 입사했다. 2022년부터 미국법인장을 맡고 있다. 2023년 파마리서치 이사회에도 진입했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