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빅테크를 비롯한 기업들의 대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 투자가 충분한 수요를 확보하지 못하면 과거 닷컴버블 사태와 유사한 일이 재현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왔다. 아마존 미국 데이터센터 사진.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이 과거 ‘닷컴버블’ 사태와 유사한 결말을 맞이하는 시나리오가 아직 유효하다는 증권사 JP모간의 분석이 제시됐다.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과도한 투자 경쟁이 데이터센터와 같은 인프라의 공급 과잉으로 이어져 수익성 악화와 업체들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JP모간이 최근 보고서를 내고 “현재 인공지능 시장에 최악의 시나리오는 관련 기업들의 막대한 부채와 투자자 이탈, 연쇄 파산 등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고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가 12일 보도했다.
미국을 넘어 전 세계 증시와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 열풍이 2000년 전후 닷컴버블 붕괴 사태와 비슷한 양상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인공지능 핵심 인프라 투자 급증이 닷컴버블 피해를 키웠던 통신 네트워크 인프라와 유사성을 보인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JP모간은 “닷컴버블 사태 당시 광케이블 등 통신 네트워크 인프라의 경제적 성과는 대규모 투자 금액을 보전할 수 있을 만큼 빠르게 실현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당시 다수의 통신 업체들은 막대한 부채를 감수하고 자금을 조달해 대규모 통신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인터넷 트래픽의 폭발적 증가를 예측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현재 빅테크와 여러 스타트업이 인공지능 학습 및 연산 능력을 키우기 위해 천문학적 금액을 데이터센터 구축에 사용하는 현재 상황과 비슷한 선상에 있다.
JP모간은 고속 통신기술이 시장에 자리잡는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지며 관련 기업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는 시기도 늦어져 재무 부담을 키웠다고 전했다. 이는 결국 다수의 업체가 파산하며 증시에 큰 충격을 일으킨 닷컴버블 사태로 이어졌다.
다수의 기업이 확실한 수요 전망을 파악하지 않은 채 미래 성장성과 경쟁을 의식해 무리하게 인프라 투자에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큰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의미다.
결국 막대한 금액이 사용된 네트워크 인프라는 심각한 공급 과잉 상태에 빠지면서 관련 기업들이 이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이는 재무구조에 악순환을 이끌었다.
| ▲ 엔비디아 블랙웰 GB200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 인공지능 서버 홍보용 이미지. |
JP모간은 현재 인공지능 분야 투자에도 같은 문제가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규모가 빅테크 기업들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수준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월스트리트 주요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인공지능 버블 붕괴 시나리오와 유사한 면이 많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학습 및 연산 능력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실제로 얼마나 많은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JP모간은 “데이터센터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갈수록 경쟁이 심해지고 투자 효율성도 낮아지며 수익성은 기대치를 밑돌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 UBS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인공지능 분야에 이뤄질 투자 금액을 각각 4230억 달러(약 621조 원), 5710억 달러(약 838조 원)로 예상해 내놓았다.
구글과 메타,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4개 기업이 올해 지출하는 금액만 3700억 달러(약 543조 원) 안팎이다.
물론 해당 기업들이 이처럼 막대한 투자 금액을 매년 벌어들이거나 현금으로 확보해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재무 부담은 갈수록 심해질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인프라 수요가 공급을 밑돈다면 닷컴버블과 유사한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는 셈이다.
다만 JP모간은 현재 투자를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재무 상태는 닷컴버블 당시 과도한 차입으로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했던 기업들과 비교해 훨씬 양호하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현재 인공지능 투자에 나선 다수의 기업들이 모두 성공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제시됐다.
JP모간은 “인공지능 생태계 특성상 ‘승자독식’ 구조를 보일 공산이 크기 때문에 여러 승리자에 못지않을 만큼의 패배자들이 존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공지능 기업들의 주가가 지나치게 상승해 고평가되고 있다는 점도 위험 신호로 지목된다. 투자심리가 악화하면 증시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인공지능 인프라에 들이는 막대한 투자와 비교해 수익화 계획은 아직 불분명하다”며 투자자들이 기업가치 고평가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