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5-11-09 06:00:00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2025년 청정수소발전 입찰을 돌연 일방적으로 연기했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완전 탈석탄 에너지 정책’에 맞춰 입찰제도를 손본 뒤 연내 새 공고를 낸다는 방침으로 전해졌다.
한화그룹의 계열사 한화임팩트는 ‘2027년 첫 수소 전소 발전 가동’이라는 목표를 세웠지만, 지난해 입찰 불참에 이어 올해도 정부 측 입찰의 연기로 목표 달성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정부가 청정수소발전 입찰을 돌연 연기하면서 입찰 참여를 계획했던 한화임팩트의 사업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김동관 한화임팩트 투자부문 대표이사 겸 한화그룹 부회장.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수소 사업’은 현재 계열사 별로 성과가 엇갈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그룹의 수소 사업은 △수전해기술로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한화에너지·한화솔루션 △저장운송용 탱크 소재를 생산하는 한화솔루션 △수소 운반선 제작 한화오션 △선박용 수소연료전지개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수소 발전사업 한화임팩트·한화파워시스템 등 계열사 별로 역할이 분담돼 있다.
9일 한화임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회사는 연내 전력거래소가 새로 공고할 ‘청정수소발전 입찰’의 내용을 검토한 후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기존 공고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입찰 물량으로 약 600MW(설비용량 기준)를 개설하고, 연내 낙찰자 발표 및 계약을 체결한다는 일정을 가지고 있었으나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입찰 취소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탈석탄’ 에너지 정책 목표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것이다. 석탄-암모니아와 수소 혼소발전 사업자가 낙찰받을 경우 15년 동안 사업을 할 수 있어 2040년에도 석탄이 여전히 발전원으로 쓰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안주원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석탄-암모니아와 수소 혼소 발전은 제외하고 재생에너지 전력을 활용한 그린수소 사용 강화 등의 내용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가 청정수소 생산 세액공제 추진, 입찰제도 변화 등을 예고한만큼 수소 정책이 구체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화임팩트·한화파워시스템은 2023년 12월 한화임팩트 대산사업장 내에서 2023년 12월 80MW 가스터빈을 모두 수소로 가동하는 실증에 성공한 뒤, 정부의 청정수소발전 입찰을 꾸준히 준비해왔다.
당시 실증 결과, 배출가스 내 이산화탄소 비율은 0.04%로 공기 중에 유입된 양을 제외하면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없었다. 질소산화물 배출량도 별도 저감 장치 없이 9ppm 이하로 확인됐다.
한화임팩트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수소 발전사업의 첫 단추가 정부 청정수소발전 입찰에 들어가는 것이다 보니, 회사에서 사업 목표 일정을 확실히 정해두진 않았다”며 “정부 방향에 맞춰 청정수소발전 상용화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 연료 확보 차원에서 한화임팩트는 자회사 한화H2에너지USA(현 한화파워시스템글로벌)를 통해 지난 2022년 고려아연 유상증자에 4700억 원을 투입, 지분 5%를 취득했다. 당시 양사 협력 사업 일환으로 암모니아 탱크터미널, 암모니아 크랙킹, 수소연료전지발전, 수소가스터빈 발전시설 등의 구축 내용이 담겼다.
호주 아크에너지(고려아연 자회사), 한화임팩트, SK가스 등 3사가 2023년 8월 결선한 ‘한호H2컨소시엄’은 2032년까지 호주 퀸즐랜드 주에 그린수소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생산된 수소를 운송이 용이한 암모니아로 전환해 연간 100만 톤을 한국에 도입한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현재는 고려아연의 손자회사 선HQ가 연간 그린수소 155톤을 생산할 수 있는 실증 설비를 구축 중이다.
앞서 김동관 부회장은 2024년 8월 발표한 그룹 임원인사에서 한화임팩트 투자부문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를 두고 수소를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한화가 힘을 실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던 만큼. 한화임팩트는 그룹 수소 사업의 핵심 계열사로 평가된다.
이에 비해 한화솔루션은 수소 저장탱크 제조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최근 발을 빼는 모양새다.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2021년 총 1억 달러에 인수한 미국의 수소저장 탱크 제조업체 시마론을 외부 매각 혹은 계열사 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화시마론은 2021년 3000억 원 규모의 수소 운송을 위한 튜브 트레일러 공급 계약을 맺은 뒤 굵직한 계약 체결 소식이 없다. 회사는 상반기 매출 86억 원, 영업손실 64억 원으로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한화솔루션은 HS효성첨단소재와 체결한 1500억 원 규모의 수소 연료탱크 보강재용 탄소섬유 구매 계약까지 지난 3월 해지했다. 당시 회사는 “수소용기 사업의 지연과 매각 검토에 따라 해지를 합의했다”고 공시했다.
▲ 한화그룹이 2021년 11월 공개한 수소사업 온라인 가상전시관 '한화에너지이노베이션' 화면. 그룹의 다양한 수소사업의 청사진이 구현된 '수소도시'의 조감도를 볼 수 있었으나 현재는 홈페이지 접속이 불가능하다. <한화그룹>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의 수소 관련 사업은 최근까지 선급 인증 등의 성과를 내며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9월 노르웨이선급으로부터 8만㎥급 전기추진 액화수소운반선의 기본인증을 획득한 뒤, 화물창을 16㎥ 이상으로 확장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경기 판교 R&D캠퍼스의 MDS사업부를 주축으로 2022년부터 도심항공모빌리티(UAM)·선박용 수소연료전지 개발에 들어갔다. 회사는 2025년 3월 200kW급 고분자 전해질 연료전지(PEMFC)의 개념승인을 받은 뒤로 현재는 형식인증을 추진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은 선박의 보조 발전 장치로 수소연료전지와 에너지 저장시스템(ESS)을 장착, ‘무탄소 전동화’를 실현하고 수소연료전지에 필요한 수소를 선내에서 생산하기 위한 암모니아 크래커를 탑재한 ‘완전 무탄소 가스운반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한화그룹 계열사 4곳(한화파워시스템, 한화오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과 HMM, 한국선급(KR) 등은 지난 10월23일 맺은 협약에 따라 7천~8천TEU급 컨테이너선의 연료전지+암모니아 가스터빈 추진시스템과 2천TEU급 컨테이너선의 연료전지+배터리 추진 시스템을 개발을 공동 추진키로 했다.
김동관 부회장은 앞서 2021년 9월 열린 ‘H2 비즈니스 서밋’ 현장에서 “한화그룹은 신재생에너지와 수소 쪽에 관심을 갖고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하게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