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회가 9월 본회의를 열어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결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산업 협회들이 정부에 차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운영 계획을 재고해달라고 촉구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철강협회, 한국화학산업협회, 한국시멘트협회, 대한석유협회, 한국비철금속협회, 한국제지연합회, 한국화학섬유협회 등 8개 산업계 협회들은 4일 정부에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및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 관련 산업계 공동 건의문'을 제출했다.
이들 협회는 현재 기후에너지환경부가 2035 NDC와 배출권 거래제와 관련해 제시하고 있는 내용들이 산업계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들은 이번 건의문을 통해 "최근 국내 제조업은 중국발 공급과잉, 주요국 관세 인상, 내수침체 장기화 등 국내외 여건 악화로 수익성 저하와 경영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기후부가 제시한 2035 NDC 감축 시나리오와 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안은 산업 경쟁력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기후부는 올해 9월 2035 NDC 공개 논의를 위해 4개 감축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각각 2018년과 비교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48%, 53%, 61%, 65%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협회들은 "기후부가 제시하고 있는 시나리오 가운데 48%를 제외하면 나머지 시나리오들은 각 부문과 업종에서 얼마나 어떻게 감축해야 하는지 수단과 근거가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협회들은 이어 "기후부가 제시한 4차 배출권거래제 계획기간의 할당계획이 2030 NDC와 정합성이 맞지 않고 NDC와 비교해 과도한 감축률을 적용해 할당량을 산정했다"며 "2030 NDC의 산업 감축률과 정합성을 확보하는 수준에서 할당량을 선정해달라"고 요청했다.
| ▲ 산업 업종별 배출권 추가 구매 부담을 집계한 표. <대한상공회의소> |
올해 9월 기후부는 4차 배출권거래제 계획기간 할당계획 정부안을 발표했다. 해당 계획안에 따르면 발전 외 산업 부문들의 유상할당 비중은 15%로 확대된다.
같은 달 국회 본회의에서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 배출권 할당 기준을 기존 업체 단위에서 사업장 단위로 바꾸고 유상, 무상할당 기준을 비용발생도에서 탄소집약도로 바꿔 명시했다.
추가로 NDC가 변경된다면 이에 따라 유상할당 비중도 상향조정될 수 있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이에 산업계는 기후부가 발표한 2035 NDC 논의 현황과 4차 배출권거래제 계획을 기반으로 배출권 추가 구매 부담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4차 배출권거래제 계획기간 동안에만 산업별 배출권 추가 구매 부담은 철강 5141만9천 톤, 정유 1912만2천 톤, 시멘트 1898만9천 톤, 석유화학 1028만8천 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배출권 가격이 내년에 1톤당 5만 원까지 오른다고 가정하면 금액으로 환산했을 때 약 5조 원이 넘게 된다.
산업계의 주장에도 정부가 유상할당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배출권 판매 수익은 기후부가 기후대응에 사용하는 예산인 '기후대응기금'의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가 배출권거래제는 산업계의 부담을 경감한다는 명목하에 배출권을 거의 전부 무상할당해왔다. 이 때문에 배출권 수요가 공급을 웃돌아 배출권 가격은 올해 기준 평균 9천 원을 기록하고 있다.
유럽연합 배출권이 14만 원을 상회하는 것을 고려하면 심각하게 낮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도 유상할당 비중 확대는 필수적으로 추진해야 하는데 산업계의 거센 반대에 계속 부딪히고 있다.
협회들은 "국가와 산업 경쟁력을 함께 고려한 합리적 수준의 NDC 목표가 설정돼야 한다"며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기업의 기술 개발 노력 뿐만 아니라 정부의 재정 지원, 인프라 확충, 제도 개선 등 다차원적 지원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