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식 환인제약 대표이사 회장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 정책 논의에 딜레마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이광식 환인제약 대표이사 회장이 정치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가 무르익음에 따라 처리 방안을 놓고 고심이 깊어지게 됐다.
환인제약의 자사주 비중이 제약업계에서 상당히 높은 축에 속한다.
환인제약은 과거 데칸 밸류어드바이저스 펀드(데칸 펀드)와 경영권 분쟁을 겪었던 아픔이 있는 만큼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높이는데 기여하는 자사주 처리를 두고 딜레마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 환인제약, 낮은 오너 지분율과 외부 위협요소
환인제약은 올해 7월 자사주 100만 주(약 122억 원 규모)를 케이프투자증권 등에 매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2.54%의 높은 자사주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올해 상반기 기준 17.92%에서 5.38%포인트 감소한 수치지만 여전히 제약업계 안에서 자사주 비중이 큰 회사 가운데 하나로 분류된다.
자사주는 일반적으로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때, 전체 분모에서 제외돼 기존 대주주의 지배력을 상대적으로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더구나 우호세력과 교환(스와프)하거나 우호세력에 매각할 경우 경영권 방어에 용이한 방법이 될 수 있다.
2025년 10월13일 기준 환인제약의 지배구조는 외부 공격에 취약한 상태로 평가받고 있어 자사주가 중요하다.
오너일가인
이광식 회장(20%)과 장남 이원범 환인제약 대표이사 사장(3.27%)의 합산 지분율은 23.27%에 불과하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인 피델리티(5.64%), 국민연금(4.93%) 등 기관투자자들의 지분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 언제든 경영권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구조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주목할 점은 국민연금이 과거 2006년~2009년 외국계 데칸 펀드 측을 지지했던 전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또 다른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경우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 데칸 펀드와 경영권 분쟁, 이광식의 아픈 기억
환인제약의 높은 자사주 보유 배경에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벌어진 데칸 펀드와 치열한 경영권 분쟁이 자리하고 있다.
환인제약은 2003년 자사주 200만 주를 취득한 데 이어 2004년 160만 주를 추가로 취득했고,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던 2007년 40만 주를 추가로 취득한 바 있다.
환인제약과 데칸 펀드의 경영권 분쟁은 2006년 12월 시작됐다.
당시 데칸 펀드가 경영참가를 목적으로 대량매매를 통해 환인제약 주식 202만1천 주를 취득하면서 지분율 20.83%로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이때
이광식 회장의 지분율은 20.65%로 2대주주로 밀려나게 됐다.
데칸 펀드는 기업투명성 제고를 명목으로 사외이사와 감사 선임을 추진했다. 심지어 국민연금과 사전에 접촉해 지지를 이끌어내는 치밀함도 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광식 회장은 현대스위스저축은행, LS투자증권 등을 우군으로 끌어들여 경영권 방어에 가까스로 성공했다.
2009년 3월 20일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건은 56.7%, 비상근감사 선임건은 53.3%가 반대하며
이광식 회장이 이끄는 경영진이 가까스로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었다.
데칸 펀드는 그 해 지분을 정리하면서 환인제약에서 엑시트했지만,
이광식 회장 일가의 낮은 지배력은 여전히 약점으로 남아 있다.
◆ 경영권 분쟁이 남긴 트라우마와 이광식의 자사주 딜레마
제약업계에서는 데칸 펀드와 경영권 분쟁 사건을 환인제약에게 일종의 '트라우마'로 평가하고 있다.
이광식 회장으로서는 이 과정에서 자사주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환인제약의 자사주 비중이 높은 것이 이런 시각을 뒷받침한다.
다만 2025년 10월 기준으로 정치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은
이광식 회장에게 고민거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상법에는 충실의무가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됐고, 정치권에서는 자사주를 장기 보유하거나 우호세력에게 헐값 처분하는 행위를 제약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상법에 이사의 충실의무가 회사뿐만 아니라 일반 주주에도 확장된 점에 유의해자사주 처리 과정도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자사주 처분을 통해 회사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면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지만, 오로지 대주주의 지배력 유지를 위해 활용된다면 개정 상법에서는 주주충실의무를 강화한 만큼 법적 다툼의 여지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