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리바바를 비롯한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 데이터서버 등 인프라 투자를 위한 자금을 공격적으로 끌어모으며 지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투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알리바바 인공지능 클라우드 기술 전시장 전경. |
[비즈니스포스트] 알리바바를 필두로 화웨이와 바이두, 텐센트 등 중국 대형 IT기업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서버를 비롯한 인프라 투자 확대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의 투자 규모가 미국 빅테크 기업을 점차 따라잡고 성장 전망에도 긍정적 평가가 이어지자 글로벌 대형 금융기관들이 앞다퉈 자금을 대며 판을 더 키우고 있다.
14일 블룸버그 등 외신을 종합하면 중국 클라우드 및 플랫폼 업체들이 인공지능 인프라 증설에 공격적으로 나서며 미국과 ‘평행우주’를 건설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업체들이 데이터센터 구축에 매년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는 사례가 중국에서도 점차 확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알리바바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AI 서비스 수요가 클라우드 매출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며 3년 동안 관련 인프라에 530억 달러(약 7조6천억 원)를 들이겠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IT전문지 피어스네트워크는 “알리바바와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은 미국 인공지능 기업보다 주목을 덜 받고 있지만 앞으로는 상황이 분명히 달라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중국 IT기업의 사업 규모나 인공지능 인프라에 투자하는 금액 등을 고려한다면 글로벌 AI 산업이 곧 미국과 중국의 양강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알리바바가 이미 세계 4위 클라우드 업체로 성장했고 화웨이는 아시아와 중동, 남미 지역의 34개 국가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피어스네트워크에 따르면 구글은 세계 42개 지역, 아마존이 38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단순히 진출 국가 수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중국 빅테크 업체들은 이러한 성장세에 힘입어 인공지능 설비 투자를 확대해 성장세에 더욱 힘을 싣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대형 IT기업들이 수 년 전부터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새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공격적으로 투자 경쟁을 벌여 온 흐름이 중국에서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 중국 화웨이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홍보용 사진. |
블룸버그는 “알리바바는 현재 중국 기술 기업들의 투자금 확보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며 “인공지능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며 투자 필요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알리바바가 교환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은 32억 달러(약 4조4천억 원) 안팎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의 자금은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에 활용될 것으로 추정된다.
알리바바는 이와 별도로 15억 달러(약 2조1천억 원) 규모 전환사채도 발행했고 바이두는 20억 달러(약 2조8천억 원)의 교환사태로 투자금을 확보했다.
텐센트는 9월 중 채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대형 IT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며 공격적 지출 경쟁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블룸버그는 “알리바바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뒤 성장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며 “이러한 전략이 매출 증가로 이어지도록 하려는 전략”이라는 홍콩 투자업계 전문가의 분석을 전했다.
중국 대형 IT기업의 대규모 자금 확보 시도가 이어지며 글로벌 대형 금융기관들도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상당한 투자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한 셈이다.
모간스탠리와 JP모간, UBS와 씨티그룹, 바클레이스와 홍콩 HSBC 등 투자은행과 증권사들이 알리바바의 대규모 채권 발행 과정에 참여한 것으로 블룸버그는 파악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빅테크의 자금 조달 열풍은 투자기관들에 황금 같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알리바바의 채권 발행 소식은 11일 중국 선전증시가 약 6개월만에 최고 상승폭을 기록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 캠브리콘과 하이곤 등 기업의 주가가 크게 뛰는 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결국 글로벌 투자기관들이 미국을 넘어 중국 증시에서도 인공지능 열풍에 따른 주가 상승 기회를 바라보고 뛰어드는 사례도 늘어날 공산이 크다.
다만 시장 조사기관 블룸버그인텔리전스는 “인공지능 서비스 수요 증가가 중국 클라우드 업체의 실적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은 아직 이르다”며 “최소 3년 동안에는 전기요금 상승과 치열한 시장 경쟁으로 관련 기업들이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관측을 제시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