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 사장이 AI·폴더블 선점을 통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따라잡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이 공개한 ‘아이폰 17’ 시리즈에서도 ‘인공지능(AI) 혁신’이 빠지면서, 갤럭시 AI로 앞서가고 있는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초격차 전략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사장은 ‘AI 대중화’에 앞장서겠다며, 세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공고한 지위를 무너뜨릴 준비를 하고 있다.
노 사장은 올해 10월~11월 두 번 접는 ‘갤럭시Z 트라이폴드(가칭)’도 공개, AI뿐 아니라 폼팩터(기기 형태)에서도 혁신을 이어나가며 애플보다 우위에 서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이 9일(현지시각) 초슬림폰 ‘아이폰 에어’를 포함한 아이폰17 시리즈를 공개한 가운데 소비자 평가가 다소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5.6㎜ 두께로 역대 아이폰 가운데 가장 얇은 모델인 ‘아이폰 에어’의 디자인, 아이폰 17 기본모델의 가격 동결(256GB 799달러) 등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아이폰17프로/프로맥스의 후면 디자인 변경, A19프로 칩의 성능 등에서는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AI 혁신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를 소개하며 요약·글쓰기 보조·이미지 편집 등 개인화된 AI 기능을 소개했지만, 이미 갤럭시에서는 모두 구현되는 기능으로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국 IT매체 더버지는 “팀 쿡 애플 CEO는 ‘아이폰 역사상 가장 큰 도약을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애플 인텔리전스에 관한 언급은 간략하게만 이뤄졌다”며 “애플이 공개한 AI 도구들은 이미 1년 전에 구글이나 삼성과 같은 경쟁사들이 선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 애플 아이폰17 시리즈. <애플 홈페이지> |
애플이 AI에 뒤처지면서,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에서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 점유율은 20%로, 애플(1분기 19%, 2분기 16%)을 앞섰다. 하지만 프리미엄 스마트폰(600달러 이상) 시장에서는 여전히 애플(62%)이 삼성전자(20%)를 압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양한 중저가 라인업(A, FE 등)으로 전체 출하량에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고가 라인업에서는 애플과 점유율 면에서 여전히 격차가 큰 것이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의 갤럭시AI가 세계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으면서, 프리미엄폰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애플의 본거지인 미국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점유율은 31%로, 2024년 2분기 23% 대비 8%포인트나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애플의 점유율은 56%에서 49%로 하락했다.
또 인도 프리미엄폰 시장(약 110만 원 이상)에서는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점유율 49%)가 처음으로 애플(48%)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스마트폰 시장이다.
인도 매체 인디안익스프레스는 “삼성전자가 인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을 처음으로 앞질렀다”며 “격차는 작지만 중요한 이정표”라고 보도했다.
노태문 사장은 AI에서 애플과 격차를 더 벌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4일(현지시각) 유럽 최대 IT·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회사로 거듭나겠다”며 “올해 4억 대 이상의 갤럭시 기기에 AI를 탑재해 누구나 쉽게 멀티모달 기반 AI 경험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갤럭시AI는 사용률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초 출시한 갤럭시S25 시리즈는 ‘서클 투 서치’, ‘포토 어시스트’ 등 갤럭시AI 사용률이 전작 대비 2배 늘었다. 또 동남아·오세아니아 지역에서는 갤럭시 스마트폰 사용자의 77%가 갤럭시AI를 실제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 사장은 올해 4분기 ‘트라이폴드폰(가칭)’을 공개해 폼팩터 혁신을 통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아직 폴더블폰도 출시하지 못한 애플과 격차를 벌리면서,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가격은 400만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 갤럭시Z 시리즈에 적용했던 AI 기능을 새로운 폼팩터인 트라이폴드폰에 최적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 개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카운터포인트 측은 “삼성은 ‘AI 이미지 생성’과 ‘AI 지우개’ 등 AI 기능의 완성도를 높여 주요 경쟁사와 차별화를 이뤄내며,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 증가를 이끌어내고 있다”며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삼성 갤럭시 플래그십 스마트폰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