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사면은 대통령 고유권한으로 법적 절차를 거치지만 규모와 대상자는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정해진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시민사회와 종교계, 학계에서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 혐의로 2024년 12월12일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과 600만 원 추징금이 확정된 뒤 2025년 1월에 서울남부교도소로 이감돼 복역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장을 지낸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참여한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은 물론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을 포함한 법대교수 34명이 대통령실에 조 전 대표 탄원서를 제출했다. 개신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등 4대 종단도 7월 초 조 전 대표 사면을 청원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7월9일 조 전 대표를 면회했고 강득구, 고민정, 박지원 민주당 의원 등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조 전 대표가 사면돼야 한다는 주장에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따른 피해자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검찰의 무도한 행태를 상징하는 사건이 조 전 대표와 그의 가족에 대한 무자비한 수사인 만큼 검찰개혁을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가 조 전 대표를 사면시켜 바로잡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4일 BBS라디오 아침저널에서 “검찰이 조국 일가족을 몰살시키는 정치적 보복, 과도한 수사를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개인적으로 (조 전 대표를) 사면·복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도 7월29일 페이스북에서 “조국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조국의 사면을 통해 확인 받고 싶은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 공개적으로 조 전 대표 사면을 반대한 사람이 없다는 것도 조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 함께 검찰 수사의 피해자로 꼽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이 대통령이 조 전 대표를 사면을 결정했을 때 직면할 비판도 무시할 수는 없다는 점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조 전 대표 입시비리 사건은 20대와 30대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이다. 집권 초 높은 지지율에도 20대와 30대 지지율이 낮은 이 대통령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미디어토마토가 7월10일 발표한 조 전 대표 사면 관련 여론조사에서 20대(찬성 38.3%, 반대 50.9%)와 30대(찬성 29.8%, 반대 61.4%)는 전체 평균(찬성 46.2%, 반대 45.6%)보다 '반대'가 더 높았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그동안 민주당은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당 차원에서 조 전 대표 사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는 데 거리를 뒀다.
이 대통령이 조 전 대표 사면을 결정하기 어려운 또 다른 요인으로는 조 전 대표의 형기 만료가 2026년 12월이라는 점이다. 만일 조 전 대표가 이번 광복절 사면을 통해 석방된다면 형기의 1/4만 복역한 상태에서 출소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가석방은 형기의 70~80%를 채운 수감자를 대상으로 이뤄져 왔고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적어도 형기의 절반 이상이 지난 수감자들이 대다수였다.
국민의힘도 아직 형기의 1/4도 채우지 않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은 형평성에 전혀 맞지 않는다며 비판해 왔다.
그러나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전날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에게 홍문종 전 자유한국당 의원 등의 광복절 사면을 요청하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이 사진으로 찍히면서 조 전 대표의 사면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민의힘이 조 전 대표 사면에 반대했던 주장의 힘이 빠지는 데다 여야 정치인 사면의 균형을 맞춰 조 전 대표의 사면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국민의힘 당대표에 출마한 주진우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가 사면을 요청하면 조국, 이화영 같은 사람들 사면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송 원내대표의 ‘사면 청탁’이 조 전 대표의 사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시선도 있다. 대통령실에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정치인들은 모두 사면대상에서 배제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 이슈앤피플에서 “조 전 대표 사면 요구들이 있기 때문에 이 대통령이 부담을 느낄 수 있는데 자칫 이게 정치적 논란을 키울 수 있다”며 “당장 이번 8.15에 (조 전 대표 사면이) 실현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조 전 대표가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올해 연말 그의 사면 여부가 또 다시 정치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보통 광복절(8월 15일), 신년(1월1일), 삼일절(3월1일) 등에 맞춰 실시돼 왔다.
이번 광복절에 조 전 대표가 사면되지 않는다면 올해 연말에는 사면 목소리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조 전 대표가 지난해 12월 구속된 만큼 형기의 절반을 이미 채운 것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2026년 3.1절이나 광복절 사면은 '실익'이 거의 또는 아예 없다. 일반 수형자들은 행형 성적에 따라 '가석방'으로 출소하는데, 징역 2년의 조 전 대표라면 1년반 정도만 지나도 모범수로서 가석상 심사 대상에 올라간다. 정치적 논란 없이 자유의 몸이 되는 셈이다.
조국혁신당이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 당선을 위해 노력했던 점이나 여권과 조 전 대표가 일정 부분 정치적 동지 관계에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대통령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마냥 미룰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8·15 광복절 특사를 두고 "정치인 사면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아직 최종적 검토 내지는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7월7일과 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42명을 대상으로 무선·ARS(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