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관희 LG유플러스 정보보안센터장(CISO)이 29일 서울 LG유플러스 용산사옥에서 열린 보안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LG유플러스가 2027년까지 글로벌 수준의 '제로 트러스트'를 구현하겠다는 보안 강화 전략을 내세우며, 통신 3사 간 보안 경쟁에 뛰어들었다.
제로 트러스트는 네트워크 내외부 구분 없이 모든 접근을 신뢰하지 않고, 항상 검증을 수행하는 보안 모델을 뜻한다.
LG유플러스는 29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 본사에서 보안 전략 간담회를 열고, 통합 보안 전략인 ‘보안 퍼스트’를 공개했다.
이 전략은 보안 거버넌스, 보안 예방, 보안 대응 등 3단계 보안 체계와 함께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종합 패키지로 구성된다.
이날 발표는 최고경영자 직속으로 전사 정보보안을 총괄하는 홍관희 LG유플러스 정보보안센터장(CISO)이 맡아 진행했다.
그는 “국내 기업 중 어느 곳보다도 빠르게 보안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계획에 따라 체계적으로 보안 수준을 높여 왔다”며 “전략적 투자로 빈틈없는 보안을 실현하고,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보안을 제공하는 통신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지난 6월 인공지능(AI) 통화 에이전트 서비스 ‘익시오’에 적용된 보안 기술을 주제로 별도 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불과 1달 만에 다시 보안 전략 간담회를 다시 개최한 것은 보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최근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특히 보이스피싱, 스미싱 등 디지털 범죄가 급증하고, SK텔레콤의 유심 해킹사고 이후 통신업계 전반에 보안 리스크가 경영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SK텔레콤과 KT가 각각 조 단위의 정보보호 투자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날 홍 센터장은 3단계 보안 체계 가운데 첫 번째 단계인 ‘보안 거버넌스’에 대해 설명하며 “사내 보안 전담조직인 정보보안센터를 중심으로 보안 컨트롤타워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관련 투자와 전문 인력 확보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홍관희 LG유플러스 정보보안센터장(CISO)이 29일 서울 LG유플러스 용산사옥에서 열린 보안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보안퍼스트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정보보호 공시 기준 LG유플러스는 2024년 정보보호 분야에 약 828억 원을 투자했다. 2023년에 비해 31.1% 증가한 것이다.
회사는 올해 지난해보다 30% 이상 보안 투자를 늘리고, 향후 5년 간 약 7천억 원을 투자한다.
홍 센터장은 “작년에만 800억 원을 넘게 투자했고, 올해도 1300억 원을 투자할 것”이라며 “제로 트러스트 구축에 가장 많은 비용을 들이고 AI 관제 대응, 컴플라이언스 개선, 암호화 등에도 비용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단계인 ‘보안 예방’을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화이트해커가 참여하는 모의해킹을 진행 중이며, 내년 상반기까지 주요 시스템의 취약점을 점검키로 했다.
세 번째 ‘보안 대응’ 단계에서는 2027년까지 제로 트러스트 특화 모델을 완성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글로벌 보안 기업으로부터 6개월간 컨설팅을 받았고, 올해는 KISA 프로그램을 통해 1개월 간 전략을 보완하고 있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AI를 활용한 비정상 접근 통제와 이상행위 탐지 시스템도 단계적으로 자동화하기로 했다.
홍 센터장은 “제로 트러스트를 올해부터 본격 구축하고 있으며, 2027년까지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회사는 보이스피싱·스미싱 범죄 예방을 위한 ‘고객 보호 풀 패키지’를 마련했다.
1단계에서는 AI 기반 고객 피해 방지 분석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위협을 탐지하고, 스팸 문자 및 악성 URL 접속을 자동으로 차단한다.
2단계에서는 AI 통화 에이전트 익시오가 보이스피싱 시도를 인식해 가입자에게 실시간으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한다.
3단계는 악성 앱이 단말기에 설치됐을 경우 이를 즉시 탐지해 카카오톡 알림톡을 통해 긴급 경고를 전송한다. 알림을 받은 가입자는 전국 1800여 개 LG유플러스 매장의 보안 전문 상담사 또는 인근 경찰서를 찾아 즉각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회사는 여기에 더해 범죄 조직의 실제 통화 패턴을 AI에 학습시켜 피해 가능성이 높은 가입자에 사전에 경찰과 연결해주는 대응 체계도 마련한다.
이날 홍 센터장은 실제 악성 앱이 설치된 스마트폰을 직접 시연하며, 단말기가 외부 침입으로부터 장악되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 홍관희 LG유플러스 정보보안센터장(CISO)이 29일 서울 LG유플러스 용산사옥에서 열린 보안 전략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홍 센터장은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통합 정보보안 협의체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밝혔다.
그는 “현재는 각 통신사가 공공기관이나 부처와 개별적으로 협력하고 있는데, 한계가 있다”며 “제조사, 금융사, 정부, 경찰, 통신사가 모두 모여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