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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의 뒤집어보기] '해킹으로 가입자 105만5천+α 이탈' SK텔레콤의 와신상담, "신뢰 회복해 꼭 다 다시 데려오겠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28@businesspost.co.kr 2025-07-24 09: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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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의 뒤집어보기] '해킹으로 가입자 105만5천+α 이탈' SK텔레콤의 와신상담, "신뢰 회복해 꼭 다 다시 데려오겠다"
▲ SK텔레콤이 해킹 사태로 떠난 가입자들을 다 다시 데려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일 유영상 SK텔레콤 사장(가운데)이 서울 SK텔레콤 본사 T타워 수펙스홀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신뢰 회복 프로그램을 발표하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절치부심(切齒腐心)'. '이를 갈고 마음을 썩이다'는 뜻이다. 실패나 굴욕을 극복하기 위해 인내하며 다시 도전하는 태도를 묘사할 때 사용된다.

'와신상담(臥薪嘗膽)'. '불편한 섶에 몸을 눕히고 쓸개를 맛본다'는 의미다. 원수를 갚거나 마음먹은 일을 이루기 위하여 온갖 어려움과 괴로움을 참고 견딤을 비유적으로 이른다.

SK텔레콤이 요즘 절치부심하고 와신상담하고 있다.

'105만5천+α'

105만5천은 4월19일부터 7월14일 사이 번호이동을 통해 다른 사업자로 옮겨간 SK텔레콤 전 가입자 수다. α는 같은 기간에 이동통신을 안쓰거나 전화번호를 바꾸기로 작정하고 가입을 해지한 SK텔레콤 전 가입자 수다.

4월19일은 SK텔레콤의 해킹당해 뚫린 사실이 밖으로 알려지며 가입자 이탈이 시작된 날이다. 7월14일은 SK텔레콤의 이탈 가입자 중도해지 위약금 면제 마지막 날이다.

이동통신 업계 추정치다. SK텔레콤은 해킹 사태 기간 중 이탈 가입자 수를 묻는 질문에 "밝힐 수도, 확인해줄 수도 없다"고 밝혔다.

요약하면, 105만5천+α은 SK텔레콤의 보안 소홀로 통신망이 '사상 최악' 수준으로 뚫린데다 가입자 개인정보도 대량 유출돼 불안한 데 사후 대응도 '바닥'으로 드러나자 실망해 떠난 가입자 수다.

대부분 '1등 이동통신 사업자' SK텔레콤을 믿고 써온 '충성 고객'들이었다.

이 수치를 대하는 SK텔레콤은 참담할(몹시 슬프고 괴로울) 수밖에 없다.

SK텔레콤이 실망해 떠난 가입자들을 다시 다 데려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경쟁사 가입자를 빼와 빠진 가입자 점유율을 채우는 게 아니라, 떠난 전 가입자들이 꼭 다시 돌아와 믿고 쓰게 하겠단다.

SK텔레콤 홍보실 관계자는 "3년 내에 신뢰를 회복해 떠난 가입자들 스스로 다시 돌아오게 하자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우선 떠난 가입자들과 맺었던 '연'을 살려두는데 집중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공식 누리집 'T월드'에서 4월19일부터 7월14일 사이 이탈한 가입자들을 상대로 개인정보를 3년(36개월) 동안 보관하는 것에 대한 동의를 받고 있다.

T월드에 접속해 'SK텔레콤 재가입 고객 센터' 메뉴를 선택하면 'SK텔레콤에 돌아와주시는 고객님께 기존 가입 연수와 T멤버십 등급을 원복해 드립니다'라고 안내하며 'SK텔레콤 재가입을 고려하고 계시다면 고객정보 보관 동의를 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권한다.

통신사들은 해지 가입자 정보를 6개월까지만 보관하고 있다. 초기에는 더 오래 보관했는데, 부당 이용과 유출 등 정보인권 침해 가능성이 제기되자 6개월로 보관 기간을 단축했다.

앞서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4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고객 신뢰 회복 위한 '책임과 약속' 프로그램'을 발표하며 "SK텔레콤은 침해 사고 이후 해지한 고객이 해지일로부터 6개월 안에 재가입할 경우에는 별도 절차 없이 가입 연수와 멤버십 등급을 원상복구해 제공한다"고 밝혔다.

당사자 동의를 받아 이 기간을 36개월로 늘리는 것이다.

참고로, SK텔레콤은 개인 혹은 가족(동종 결합)의 이동통신 가입 기간을 합친 가입 연수에 따라 요금을 감면해주고 있다. 길수록 더 많이 깎아준다. 또한 멤버십 등급에 따라 할인율 등을 차등화하고 있다.

가입을 해지하면 가입 연수와 멤버십 등급 모두 사라진다. 4월19일~7월14일 해지 가입자들도 자신의 개인정보를 3년 동안 보관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해지일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모두 없어진다.

SK텔레콤 이동통신을 오래 써와 가입 연수가 오래 쌓였거나 멤버십 혜택을 잘 이용해온 가입자 쪽에선, 비록 사상 최악 해킹 사태에 불안하고 실망해 떠났지만 그동안 쌓인 가입 연수와 멤버십 등급이 사라지는 것은 아쉬워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이동통신 가입자 중에는 1~2년 단위로 스마트폰 교체를 이유로 사업자를 갈아타는 경우가 많다. 옮겨간 통신사 역시 해킹을 당하거나 고객 서비스 등에 실망해 다시 이탈할 수도 있다.

SK텔레콤 쪽에서 보면, 살려둔 가입 연수와 멤버십 등급을 앞세워 옮겨간 이통사에서 다시 이탈하는 전 가입자들을 유인할 수 있다. '전어를 구워 집 나간 자식을 불러들이는' 식의 마케팅 전략을 펼 수 있다.

그동안 해지를 방해하거나 해지 가입자 정보를 몰래 따로 보관했다가 재가입 텔레마케팅 등에 활용해 문제가 된 적은 있었으나, 이탈 가입자를 반드시 다시 데려오겠다며 드러내놓고 해지 고객 개인정보 보관 기간 연장 작전까지 펴기는 SK텔레콤이 처음이다.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해킹으로 가입자 105만5천+α 이탈' SK텔레콤의 와신상담, "신뢰 회복해 꼭 다 다시 데려오겠다"
▲ SK텔레콤이 가입 연수와 멤버십 등급 헤택을 앞세워 해킹 사태 때 떠난 가입자들을 다시 다 데려오겠다며 개인정보 보관 기간 연장에 대한 동의 절차를 진행하자, 경쟁사들이 발끈하며 문제 제기에 나서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SK텔레콤 이동통신 가입자 점유율은 해킹 사태에 따른 가입자 대량 이탈로 40% 밑으로 떨어졌다(5월 기준). SK텔레콤은 2002년 1월 신세기통신(017) 합병을 통해 가입자 점유율을 57%로 높인 이후 압도적인 '1위 사업자'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가져왔다.

절치부심과 와신상담이 통하는 걸까. SK텔레콤 이동통신에 대한 이용자 만족도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지난 23일 나온 컨슈머인사이트의 이동통신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해킹 사건 뒤 조사에서 34%로 떨어졌던 SK텔레콤 이동통신 만족도가 44%로 반등했다. 이 조사에서 LG유플러스와 KT 만족도는 각각 62%와 54%에 달했다.

SK텔레콤은 '가장 이용하고 싶은 통신사'에서도 다시 1위에 올랐다. 17%로 떨어지며 2위로 밀렸다가 21%로 반등하며 KT(20%)를 다시 제쳤다.

당연히 KT와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은 불편해한다.

SK텔레콤 전 가입자들에게 보관 기간 연장에 동의하기 전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에 조심하라고 당부하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 당국의 관심을 촉구한다.

이들은 우선 해지 가입자 개인정보를 너무 오래 보관하는 거 아니냐고 문제를 제기한다. 개인정보보호법의 '목적 달성 후 지체없이 파기' 원칙과 상충된다고 짚는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본인 동의를 받는다고 하니 보관 기간을 늘리는 게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는 없지만, 해지 고객 개인정보 장기 보관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 제한과 락인(Lock-in) 효과 부작용 지적도 나온다.

다른 통신사 관계자는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해지 가입자의 기존 혜택을 장기간 복구해주는 것은 가입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한하고 경쟁 사업자의 가입자 유치 기회를 빼앗는 처사로, 공정거래법상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을 높이는 행위란 비판도 나온다.

한 보안 전문가는 "SK텔레콤 해지 가입자 쪽에서 보면, 개인정보가 전 사업자와 현 사업자 양 쪽에 보관되는 꼴"이라며 "그만큼 유출 및 부당 이용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짚었다.

해지 가입자 개인정보를 재가입 유치 텔레마케팅 등에 활용하겠다고 사실상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이동통신 유통점 대표는 "이동통신 대리점은 가입 유치 수수료(리베이트)와 함께, 유치한 가입자가 다달이 내는 요금 일부(2~7%)로 살아간다"며 "경쟁사로 옮겨간 SK텔레콤 해지 가입자들이 텔레마케팅 등 유통점의 영업에 시달리는 상황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이 아이디어(개인정보 보관 기간 연장)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질문에서 따왔다. 법무법인의 법률 검토를 받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이용약관 신고도 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3년 보관에 대한 전 가입자 동의률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김재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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