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5-07-16 16: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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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마이크로소프트 게임 플랫폼 ‘엑스박스’의 신작 공개 행사에서 공개된 서브노티카2 의 소개 이미지. <크래프톤>
[비즈니스포스트] 크래프톤의 외부 지식재산권(IP) 확장 전략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2021년 인수한 북미 게임사 언노운월즈와의 갈등으로 기대작 '서브노티카2' 출시가 지연된 데 이어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지면서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크래프톤의 자회사 언노운월즈는 공지를 내고 앞서 해보기(얼리 억세스)로 연내 출시 예정이던 해양 어드벤처 게임 ‘서브노티카2’의 출시 시점을 2026년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게임의 방향이나 팀 구성에는 변화가 없으며 더 많은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출시 일자를 늦췄다”고 설명했다.
언노운월즈는 크래프톤이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해 2021년 약 5억 달러(약 5858억 원)에 인수한 스튜디오로 코스피 상장 이후 크래프톤의 첫 대형 인수합병(M&A) 사례이자 당시 최대 규모의 게임사 인수였다. 대표작 ‘서브노티카’ 시리즈는 누적 1800만 장 이상 판매된 글로벌 흥행작으로 후속작에 대한 기대도 컸다. 당시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이번 인수로 크래프톤의 글로벌 게임 제작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브노티카2’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불거진 것은 크래프톤이 이번 달 언노운월즈의 창립 멤버 3인(테드 길, 찰리 클리블랜드, 맥스 맥과이어)을 해임하면서부터다. 신임 대표로는 크래프톤의 또 다른 북미 자회사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출신 스티브 파푸트시스가 선임됐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서브노티카 2’에 대한 기대감을 볼 때 우리는 플레이어들에게 가능한 한 빨리 최고의 게임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前) 경영진은 이에 반발하며 인수 계약 당시 설정된 최대 2억5000만 달러(약 3453억 원) 규모의 성과급 조건을 회피하기 위한 부당 해고라고 주장했다. 찰리 클리블랜드 전 디렉터는 “게임은 이미 얼리 억세스를 위한 준비가 끝났다”며 크래프톤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크래프톤은 전날 공시를 내고 “현재 미국법원으로부터 소장을 공식 송달받지 않았다”며 “추후 소장을 송달받고 구체적인 사항이 확인되면 재공시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전 경영진이 게임 외부 프로젝트에 집중해 게임 개발을 소홀히 했으며 콘텐츠의 완성도가 부족해 일정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내부 유출 문서에 따르면 ‘서브노티카2’는 필드 구현, 콘텐츠 양, 몬스터 디자인 등 주요 항목에서 개발 목표에 반복적으로 미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도 경영진 교체 이후에도 게임 개발을 지속하고, 남아 있는 언노운월즈 직원들에게 공정한 보상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이 같은 갈등이 알려지자 전 경영진을 지지하는 이용자들 사이에서 ‘서브노티카2’ 불매 운동까지 확산되고 있다.
관련 게시물은 추천 수 5만9천여 개, 댓글 300건 이상을 기록하며 현지 커뮤니티에서 주목을 받았고 북미의 주요 게임 전문 매체들도 해당 사안을 잇달아 보도했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서브노티카 같은 훌륭한 IP가 이렇게 취급받는 것이 안타깝다”, “팬들의 기대를 무시한 처사”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으며 게임 위시리스트 삭제, 다른 크래프톤 게임에 대한 부정적 리뷰 게시 등을 통해 항의 의사를 밝히고 있다.
김창한 대표는 대표작 ‘펍지: 배틀그라운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외부 IP를 확보하고 이를 신작이나 모바일 게임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회사 측은 “검증된 IP는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고 초기 흥행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주요 신작 프로젝트들이 외부 갈등과 법적 분쟁 등 개발 외적인 이슈로 잇따라 영향을 받으면서 크래프톤의 사업 전략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크래프톤은 국내 게임업계에서 M&A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으로 꼽히지만 IP 확보 기준과 신작 개발 과정에서의 내부 관리 역량 강화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연내 출시가 예상됐던 야심작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IP 사용 문제로 법정 공방에 휘말리며 출시가 지연됐고 결국 원작 IP를 포기하고 자체 IP로 전환해 개발을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출시 일정은 공개되지 않아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이어지는 상황이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