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CJ바이오사이언스에 따르면 8월14일 열리는 임시주총에서 윤 내정자를 대표로 정식 선임할 예정이다. 천 대표는 고문으로 물러난다.
CJ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윤 내정자는 제약∙바이오 분야의 연구개발 및 영업마케팅 분야의 전문가로서 의약품 연구개발 및 상업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을 추진할 수 있는 추진력과 경영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윤 내정자를 회사가 한 단계 도약해야 하는 시점에 신약 개발 전략을 진두지휘할 리더십을 가진 적임자라고 평가한다.
지난해 ‘뉴 비전 선포식’을 열고 ‘AI 기반 마이크로바이옴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도약해 2026년까지 기술수출 3건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2022년 열린 CJ바이오사이언스 출범식에서 천 대표는 2025년까지 기술수출 2건을 목표했지만 시장 환경을 반영해 수정한 것이다.
다만 현재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의 침체로 인해 CJ바이오사이언스를 둘러싼 상황은 녹록치 않다.
기술력이 뛰어나더라도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수출 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상업적 성과로 이어지기 어려운데, 마이크로바이옴은 블록버스터 의약품(연매출 1조 원 이상)이 부재해 글로벌 제약사들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상황이다.
특히 항암제 분야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의약품이 없는 가운데 항체-약물접합체(ADC), 방사성의약품 등이 부상하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와 함께 주목받던 지놈앤컴퍼니도 최근 ADC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눈을 돌리지 않고 여전히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기술수출이 지연되면서 실적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상장폐지 사유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연매출 30억 원을 넘어야 관리종목 지정을 피할 수 있는데, CJ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이 34억 원으로 간신히 기준을 충족했다.
올해 1분기 매출도 전년 동기대비 9% 감소한 9억 원에 그친다. 물론 법 개정에 따라 2027년부터는 시가총액이 600억 원을 넘으면 매출과 무관하게 상장폐지 사유에서는 제외되지만, 매출 부진이 계속되면 시가총액 하락도 막을 수 없다.
법차손(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도 걸림돌이다. 법차손 비율이 자기자본의 50%를 넘는 해가 3년 중 2회 이상 발생하면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될 수 있다. CJ바이오사이언스는 2019년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해 2023년까지 5년간 유예를 받았지만, 2024년부터는 유예 대상에서 제외됐다.
▲ CJ바이오사이언스는 자생적인 실적 개선 없이는 관리종목 지정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
CJ바이오사이언스의 법차손 비율은 2022년 70.3%에서 2023년 주주배정 유상증자(456억 원 규모)로 32.0%까지 낮아졌으나, 2024년에는 CJ제일제당 상대 3자배정 유상증자(400억 원 규모) 했는데도 42.2%로 상승했다.
회사는 유상증자 등을 통해 법차손 비율을 관리하고 있고 CJ제일제당의 추가 지원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자생적인 실적 개선 없이는 관리종목 지정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다.
윤 내정자는 GSK코리아에서 호흡기사업 본부장을, 보령제약에서 전문의약품(ETC) 부문장을 역임하며 처방약 사업에 밝은 인물로 꼽힌다. 최근에는 2022년 3월부터 2024년 말까지 휴온스에서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휴온스 재임 기간 매년 10%대 매출 성장을 이끌어내며 연매출 5천 억 원을 넘기는 성과를 거뒀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CJ바이오사이언스에서도 실적 반등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천 대표도 대표직에서는 물러나지만 윤 내정자를 도와 후방 지원에 나선다.
CJ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천 대표는 상근 고문 역할을 맡아 연구개발(R&D) 자문, 외부 네트워킹 등 다방면으로 CJ바이오사이언스를 지원할 예정”이라며 “CJ바이오사이언스에 대한 지분율은 변화가 없을 것으로, 2대주주로서의 역할을 변함없이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