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래 기자 klcho@businesspost.co.kr2025-07-0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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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DL이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석유화학 산업 불황 속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김종현 DL 대표이사 겸 DL케미칼 대표 부회장은 그룹 차원에서 비주력 사업 매각을 추진해 합성고무 같은 고부가제품 강화에 힘 줄 것으로 예상된다.
▲ DL이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석유화학 산업 불황 속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김종현 DL케미칼 대표이사 겸 DL 대표이사 부회장의 모습.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DL은 2025년 2분기 영업이익으로 시장 기대치보다 3% 높은 782억 원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유가와 환율 등이 하락하며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기대치보다 낮은 수치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서도 DL은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된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화학계열사를 거느린 지주사 DL은 특수제품 비중이 높고 산업포트폴리오가 다양해 외부요인 영향을 적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연구원은 “특히 폴리부텐(PB) 시장 상황 강세가 지속되는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며 “2분기에는 PB 분야에서만 3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PB는 DL의 핵심 계열사인 DL케미칼의 주력 제품으로 분자량에 따라 다양한 물리적 성질을 가진다. 분자량이 적은 PB는 점성이 낮아 윤활제와 화장품 등에 사용되고 분자량이 많은 경우에는 접착제나 건축용 실리콘(실란트)으로 활용된다.
DL케미칼은 PB 소재 글로벌 시장에서 25% 수준의 점유율을 유지하는 세계 1위 기업이다.
또한 DL케미칼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단일 공장에서 범용 PB와 고반응성 PB를 모두 생산할 수 있어 PB 소재와 관련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여겨진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자회사들의 시장 상황이 회복세에 접어든 부분이 DL에게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2022년 인수한 크레이튼의 경우 공장 가동률이 지난해 4분기 69%에서 올해 2분기 86%까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크레이튼의 스타이렌블록코폴리머(SBC)와 소나무 화학 물질에서 추출한 바이오 소재는 아스팔트 개질재를 비롯한 인프라용과 접착제 등에 활용된다. 2분기부터 건설업이 계절적 성수기에 접어들면서 해당 제품들의 판매량이 증가한 것이 가동률 확대로 이어졌다.
또한 석유화학 제품 수요 회복세를 보인 부분도 크레이튼 공장 가동률 회복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유럽의 2025년 상반기 구매관리자지수(PMI) 평균을 살펴보면 각각 51.4포인트와 48.4포인트를 기록해 2024년 하반기보다 2.7포인트 2.9포인트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DL케미칼이 2020년 인수한 세계 1위 의료용 라텍스 기업인 카리플렉스는 올해 싱가폴에 세계 최대 규모의 폴리이소프렌 라텍스 공장을 준공하며 생산 능력을 더욱 확대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상업생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돼 실적 증대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
▲ 김종현 DL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왼쪽에서 네 번째), 류상우 카리플렉스 CEO(왼쪽에서 세 번째) 등 관계자들이 5월14일 싱가포르 주롱섬에서 열린 카리플렉스 'IRL' 신규 공장 준공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DL케미칼 >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선 카리플렉스가 올해 영업이익으로는 500억 원 안팎을 내며 1년 전과 비교해 5.5% 수준의 꾸준한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분석됐다.
이런 상황에서 김종현 부회장은 그룹의 비주력 사업을 매각을 진행하며 고부가제품 중심으로 석유화학 분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에 더욱 힘을 쓸 것으로 보인다.
DL은 계열사인 글래드호텔앤리조트가 보유한 글래드 여의도, 글래드 마포, 글래드 강남 코엑스 센터, 메종 글래드 제주 등 4개 호텔 가운데 글래드 마포를 제외한 3개의 호텔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호텔 실적도 코로나19 종식 이후 활황을 보이고 있어 최대 7천억 원 정도의 금액으로 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발전사업자인 DL에너지도 신재생에너지 및 해외복합화력발전 등 사업 일부의 매각과 관련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해당 거래 규모는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점쳐진다.
이를 통해 김 대표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합성고무를 비롯한 고부가제품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DL케미칼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DL케미칼은 울산공장에 1천억 규모 투자를 진행해 특수고무(SLBR)공장 생산 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SLBR은 타이어 접지면(트레드)을 구성하는 주요 소재다. DL케미칼이 크레이튼을 인수하며 합성고무 분야에 진출해 있는 만큼 이번 생산 시설 구축을 바탕으로 사업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미 SLBR 생산 능력을 갖췄음에도 상업 생산에 나서지 않는 점으로 미뤄볼 때 DL케미칼이 합성고무 사업 강화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DL케미칼 관계자는 “SLBR 생산시설 갖추고 있지만 아직까지 본격적 상업화와 관련해서는 확답을 하기 어렵다”며 “특수고무 사업과 관련한 변동 사항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합성고무 외에도 주력인 PB 사업과 관련해 새 제품 확대에 힘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회장은 2025년 신년사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PB사업에서 주력 윤활유 용도 외에도 지속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넥스트 PB’를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