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창업자가 인공지능(AI) 공부에 한창이다. AI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회사의 미래에 필수라는 판단 때문이다. |
[비즈니스포스트] 여행 종합 예약 플랫폼 마이리얼트립의 창업자인 이동건 대표이사가 인공지능(AI) 공부에 여념이 없다.
현재 마주하고 있는 AI라는 기술을 제대로 흡수해야만 다가올 미래에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동건 대표의 AI를 향한 학구열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예약하고 있는 마이리얼트립의 성장 가속화에 촉매제가 될지 주목된다.
4일 마이리얼트립에 따르면 기술 개발 등을 공유하는 블로그에 최근 이동건 대표가 처음으로 글을 올렸다.
이 대표는 ‘AI 시대를 맞이하며 한 창업자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라는 제목의 글로 마이리얼트립의 창업자로서 느낀 가장 큰 후회부터 현재 변화의 중심에 선 회사에서 진행되고 있는 조직과 업무 방식의 전환 등을 놓고 생각을 풀어냈다.
이 글의 부제는 ‘AI 시대에, 나는 무엇을 상상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이다.
이 대표는 “2012년 마이리얼트립을 창업한 이후 지난 13년 동안 여러 기술적 전환점을 마주해왔지만 이번처럼 전면적이고 구조적인 전환은 처음”이라며 “그 흐름 속에서 창업자로서의 경험과 반성을 되짚어보고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고민하게 됐다”며 운을 띄웠다.
그는 AI 시대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구조의 변화가 있다고 짚었다. 과거에는 각 조직이 분업으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왔지만 지금은 소수의 구성원이 다기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가 빠르게 보편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분업이 무너지면서 각 개인은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가지게 됐고 결국 리더십 또한 ‘조율’이라는 기능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이 흐름이 결국 ‘개인 기여자’의 시대를 여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는 시행착오도 겪고 있다.
처음에는 AI 전담 조직을 만들어 특정 기능을 개발하고 각 팀에서 의뢰된 솔루션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접근했지만 팀 전체의 속도가 오히려 느려지는 역효과가 났다.
이후 전략을 바꿔 특정 팀이 AI를 담당하기보다는 모든 구성원이 AI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각 개인이 쌓은 AI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동료끼리 서로 학습을 돕는 구조를 설계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러한 정보 습득 능력은 기술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기반”이라며 “AI를 일에 연결하기 위한 출발점은 전사적 학습과 자율적 시도에서 비롯된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AI를 강조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AI를 잘 활용하는 것이 회사의 성장이 아닌 생존을 위해 필수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창업 초창기 자신의 실패담에서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찾고 있다.
창업 3년 만인 2015년에 첫 앱을 내놨는데 당시만 해도 모바일로 수백만 원에 이르는 여행상품을 파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실제 당시 데이터도 모바일에서의 구매는 10만 원 이하에 집중되어 있었다. 이 대표가 PC 웹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한 이유다.
하지만 곧 상황이 달라졌다. 모바일로도 수백만 원에 이르는 여행상품을 사고파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예상이 완벽하게 어긋났던 셈이다.
그는 “대표의 상상력이 부족하면 회사 전체가 중요한 흐름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을 뼈아프게 깨달았다”며 “그 이후부터 다짐했다. 다음 변화가 온다면 가장 먼저 움직이고 가장 넓게 상상하겠다. 그리고 지금 그 다음이 눈앞에 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속도다. 완벽함보다 빠른 실험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시행착오가 따르더라도 빠르게 움직이는 조직만이 다음 시대의 중심에 설 수 있다”며 “그래서 이번 변화에서는 정확함보다 속도가, 정제됨보다 실행력이 훨씬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마이리얼트립은 지난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올해 상반기도 이미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
이 대표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이다. 1986년생으로 젊은 축에 속하지만 스타트업계에 입문한지 벌써 16년차다.
2010년 크라우드펀딩 기업인 콘크리트를 창업한 뒤 이 경험을 바탕으로 2012년 마이리얼트립을 설립했다. 이후 12년 내내 적자를 보다가 2024년에서야 1억 원 남짓한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마이리얼트립은 2024년 매출 892억 원, 영업이익 1억2793만 원을 냈다. 2023년보다 매출 47.4% 늘었고 영업손익은 175억 원가량 개선했다.
최근 성과는 더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 6월 마지막주에는 항공 발권액 1위 플랫폼에 올랐고 숙박 영역에서도 매월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상반기 기준으로 매출 600억 원가량, 순이익 20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 대표는 마이리얼트립을 이끌면서 2013년 시드단계 투자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1980억 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투자의 마지막 단계로 여겨지는 시리즈F 단계까지 받았다는 점에서 조만간 실적만 뒷받침되면 기업공개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