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이 미국 보험사 인수를 추진하며 해외사업에 ‘승부수’를 던졌다.
국내 손해보험 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해외에서 수익성을 높이려는 정 사장의 전략이 가시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이 미국 자동차보험 특화 보험사 인수를 추진하는 등 해외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미국 특화 보험사 포르테그라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DB손해보험은 2009년 미국 본토에 진출한 뒤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을 확대했고 그 연장선에서 (포르테그라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며 “최근 실사를 마친 뒤 협의 단계에 있으며, 가격과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해외 보험전문매체 인슈어런스인사이더는 지난 3월 DB손해보험과 일본 다이이치생명이 포르테그라 인수를 검토하고 있으며, 5월 다이이치생명이 참여하지 않기로 한 뒤 DB손해보험이 단독으로 실사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포르테그라는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에 본사를 둔 미국 보험사다. 1978년 설립됐으며 특수보험·차량서비스 계약 등 차량 관련 보험에 특화한 회사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약 2조 원을 투입해 포르테그라 지분 100% 인수를 희망한다고 알려졌다.
포르테그라 인수가 성사되면 국내 보험사가 미국 보험사를 인수하는 최초 사례로, 국내 보험업계에 있어 눈에 띄는 성과가 될 것으로 파악된다.
또 DB손해보험이 자동차보험에서 강점이 있는 보험사인 만큼 자동차보험 특화 보험사인 포르테그라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DB손해보험은 일찌감치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며 그중에서도 미국 시장을 핵심 거점시장으로 삼아 집중 공략해 왔다. 많은 보험사가 가까운 아시아권부터 집중해 온 것과는 다른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에 1984년 외국사 지점 형태로 괌에 지점을 낸 뒤 2006년 하와이, 2009년 캘리포니아, 2011년 뉴욕에 각각 지점을 설립했다.
오랜 시간 현지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업기반을 넓히며, 이번엔 현지 보험사를 인수해 운영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에서는 정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DB손해보험이 해외 시장 진출에 더 속도를 내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정 사장은 국내 보험시장 정체가 본격화하던 2023년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첫 신년사부터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 신흥시장 진출과 함께 기존 진출 지역 사업 강화로 해외사업을 본격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해외에서 수익 돌파구를 찾는 데 힘써 왔다
꾸준히 해외사업에 공들인 만큼 매출도 성장세에 있다.
사업보고서 보험종목별 보험실적 현황에서 일반손해보험 기준 DB손해보험은 2024년 해외에서 보험수익 7249억 원을 거뒀다. 2023년 5710억 원에서 약 27% 늘었다.
▲ DB손해보험은 해외 보험수익이 꾸준히 늘어왔다. 그래프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사업보고서상 일반손해보험 해외 보험수익 기준. |
2024년 DB손해보험이 거둔 전체 보험수익은 약 14조 원 수준으로, 7천억 원대 수익은 아직 비중이 작다. 하지만 국내 손해보험사 가운데 가장 높은 해외 보험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 사장은 해외 사업에 속도를 내고자 2024년 12월 해외사업 본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해외전략본부를 신설하는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이 본부는 해외사업 확대에 따른 전략 수립과 실행을 총괄하고자 설립됐다.
정체된 국내 보험시장 속에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전략은 당분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외 경제 변동성 확대와 인구구조 변화 등에 영향을 받으며 2025년 손해보험업 수입보험료는 2024년보다 4.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생명보험업보다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지만, 2024년보다 낮아진 증가율이기에 해외사업 등 신성장동력을 빠르게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 사장은 2024년엔 베트남 현지 손해보험사인 베트남국가항공보험(VNI) 및 사이공하노이보험(BSH) 지분을 각각 75%씩 취득해 공략 시장 범위를 넓히고 있다.
VNI는 DB손해보험, 포르테그라와 유사하게 자동차보험에서 강점을 가진 회사기도 하다. DB손해보험은 올해 VNI 사명을 DBV로 리브랜딩하며 해외에서도 그룹 계열사로서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다.
정 사장은 해외사업을 일관되게 확장해 온 만큼 같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요양사업, 펫보험, 인공지능(AI) 디지털 기술 활용, 해외사업 확대 등 신규사업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