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5-06-09 14: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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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현 롯데쇼핑 할인점사업부장 겸 슈퍼사업부장(롯데마트·슈퍼 대표)이 올해 부쩍 해외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성현 롯데쇼핑 할인점사업부장 겸 슈퍼사업부장(롯데마트·슈퍼 대표)이 국내보다는 해외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사실상 롯데마트의 기를 살려주는 해외에서의 성과를 극대화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국내 실적의 공백을 메우려는 의도로 여겨진다.
9일 롯데마트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강성현 대표가 올해 롯데마트의 해외사업에 부쩍 힘을 주고 있는 모습이 감지된다.
가장 먼저, 사업적으로는 롯데마트의 싱가포르 진출이 큰 성과로 꼽힌다. 롯데마트는 5월 싱가포르에 진출했는데 이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 처음 진출했던 2008년 이후 17년 만의 새 영토 개척이다.
단독으로 새 매장을 낸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 최대 슈퍼마켓 체인을 운영하는 NTUC페어프라이스가 운영하는 매장에 ‘숍인숍’ 형태의 소형 점포로 입점했다. 형태가 이렇다보니 이름도 롯데마트가 아닌 롯데마트익스프레스다. 롯데마트는 이 곳에서 자체브랜드 상품과 즉석 조리식품 등을 선보이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아들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이 롯데마트익스프레스 1호점 오픈식에 직접 참석했을 정도로 그룹의 관심도 높았다.
롯데마트는 싱가포르 전역에 있는 페어프라이스 매장 100여 곳에서도 롯데마트 자체브랜드 상품을 판매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문화적 스킨십에 나서며 롯데마트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8일에는 수도 자카르타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인도네시아 진출을 지원하는 행사를 열었다. 2일에는 발리에서 해양 생태계 보전 활동 펼치면서 맹그로브 나무 직접 심기도 했다.
롯데마트가 해외에서 가장 많은 성과를 내는 나라로 꼽히는 베트남에서도 사업 확대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 3월에는 강성현 대표가 직접 베트남으로 날아가 타이응우옌성에 랜드마크형 대형마트를 출점하는 것과 관련해 당서기와 면담하기도 했다.
강 대표가 해외에 주력하는 이유는 비교적 명확한 편이다. 해외사업이 한국사업보다 더 효자이기 때문이다.
롯데마트가 1분기 국내에서 벌어들인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1518억 원, 67억 원이다. 2024년 1분기보다 매출은 3.2%, 영업이익은 73.6% 감소했다.
국내 소비가 침체된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하지만 경쟁사인 이마트가 2018년 1분기 이후 7년 만에 최대 1분기 매출을 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부진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해외를 보면 사정은 급격하게 달라진다.
롯데마트는 해외에서 1분기 매출 4689억 원, 영업이익 214억 원을 냈다. 2024년 1분기보다 매출은 9.5%, 영업이익은 20.6% 증가한 것이다. 외형만 보면 국내사업에 미치지 못하지만 영업이익만 보면 해외사업이 우위라고 볼 수 있는 수치다.
대형마트 관계자들이 롯데마트를 놓고 “국내의 부진을 해외가 다 메운다”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하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해외사업의 분위기가 좋다는 것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 롯데마트가 5월 싱가포르 '페어프라이스엑스트라 비보시티점' 안에 문을 연 롯데마트익스프레스 1호점 모습. <롯데마트>
롯데마트가 인도네시아 고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의 팔로워 수는 34만 명가량이다. 국내 롯데마트 계정의 팔로워 수인 26만 명보다 많다.
인도네시아 계정의 활동량도 한국 계정보다 많은 편인데 롯데마트는 이를 활용해 즉석 조리식품 특화 매장인 ‘요리하다키친’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전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는 K푸드를 통한 매출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HQ(헤드쿼터) 총괄대표 겸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도 롯데마트의 성과를 추켜세운다.
그는 최근 투자자와 소통을 확대하기 위한 취지로 낸 CEO IR레터에서 “해외사업의 성과 또한 지속 확대되며 시장에서도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다”며 “해외 할인점 또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모두 매출과 영업이익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특히 베트남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1분기 10.8%를 기록하며 높은 수익성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강성현 대표는 과거 롯데마트의 해외사업을 추진하면서 현지 시장에 맞춘 빠른 대응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을 보인 바 있다.
강 대표는 2023년 9월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에서 기자들과 만나 “베트남이 한국보다 유행을 늦게 따라온다고 생각해서 베트남 고객들의 수준이 한국보다 낮다고도 생각할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이곳은 굉장히 모던한 것과 전통적인 것이 공존하고 있고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고객들이 젊기 때문에 트렌드에 대한 반응이 매우 빠르다”고 말했다.
그는 “(롯데마트는) 한국을 기준으로 베트남을 보고 있고 베트남 고객들도 한국을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이곳에 옛날 콘셉트를 적용하면 현지 고객들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베트남에서 경쟁하고 있는 빅씨와 같은 업체보다 훨씬 더 앞서가는 할인점 모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