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5-06-06 06:00:00
확대축소
공유하기
▲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가 1주일 새 30.7%나 상승하는 등 최근 국제 해운 운임이 급등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컨테이너선 공급 과잉과 해운 물동량 감소 전망에 따라 HMM이 웃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최근 국제 컨테이너선 해운 운임이 급등했는데도 HMM이 웃지 못하고 있다.
최근 운임 상승은 미국 정부의 본격적 관세 부과에 앞서 발생한 단기 물동량 증가에 따른 것으로, 시장의 근원적 수요 증가에 따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향후 관세 전쟁에 따라 세계 해운 무역량이 줄어들어 컨테이너선 물동량 자체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오는 2027년까지 해운 선사들이 잇따라 컨테이너선을 인도 받음에 따라 해운선박 공급량이 지속적으로 증가, 중장기적으로 해운 운임이 하락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최원혁 HMM 대표이사 사장은 아프리카·중동 등 신흥 시장 중심으로 새로운 해운 노선 개발에 열을 올리며, 중장기 수익성 기반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6일 해운업계와 증권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2025년 들어 1292.75포인트까지 하락했던 운임지수가 다시 2000포인트를 넘겼지만, 증권가는 해운 기업들의 올해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지 않고 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5월 마지막 주 2072.71포인트로, 1주일 새 30.7%나 상승했다.
미국이 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부과를 유예하자, 관세 부과 전 재고 확충을 위한 미주 노선 컨테이너 예약이 늘어난 것이 이번 운임 급등의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일시적 관세 유예는 물동량을 특정 시기에 몰리게 할 뿐, 장기 물동량 전망치를 높일 이유가 아니다”라며 “컨테이너선 물동량 전망치 개선을 위해선 미국-중국의 무역 분쟁이 끝나고 과거와 같은 자유무역 기조가 회복돼야 하는데, 미국 정부의 일관된 대 중국 무역 압박을 볼 때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컨테이너선 공급 과잉과 글로벌 물동량 둔화 등을 반영하면 올해 실적은 지난해에 비해 후퇴할 것이란 관측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HMM은 2025년 매출 10조2701억 원, 영업이익은 1조6212억 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4년보다 매출은 12.2%, 영업이익은 53.9% 감소하는 것이다.
▲ 해운업계에 따르면 향후 3년간 세계 컨테이너선 공급 과잉에 따라 국제 해운 운임이 점차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다. 사진은 HMM의 컨테이너선 모습. < HMM >
한국해양진흥공사는 글로벌 컨테이너선 물동량 증가율을 △2025년 3.6% △2026년 2.1%, △2027년 3.6%로 전망한 반면, 컨테이너선 공급 증가율은 △2025년 6.3% △2026년 3.2% △2027년 3.7% 등으로 공급이 수요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했다.
2020년대 초반 해운 업계가 유례없는 호황기에 발주한 선박들이 지난해부터 인도되기 시작해 오는 2027년까지 꾸준히 인도될 예정인 가운데,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 4월 중국 조선업 제재안을 발표하자 국제 해운선사들은 컨테이너선 발주를 다시 재개하고 있다.
영국 해운시장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1~4월 세계 선박 건조 발주량은 1259만CGT로, 2024년 같은 기간보다 49.7% 줄었다. 하지만 컨테이너선 선종 발주량은 285.3%로 유일하게 증가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연구원은 “주요 선사의 컨테이너선 공급 조절과 탈탄소화를 위한 노후선 폐선 등이 변수가 될 수 있으나, 컨테이너선 초과 공급 상황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원혁 HMM 대표이사는 미국의 관세 정책의 영향이 덜한 아프리카·중동·지중해 등 새로운 해운 노선 개발로 앞으로 닥칠 수익성 악화에 대비하고 있다.
앞서 올해 2월 HMM은 대서양 항로(TA1) 서비스를 7년 만에 재개했고, 인도-북유럽 항로(INX)를 새로 개설했다. 이어 4월에는 아시아-남미동안(FL2) 항로도 개설했다.
한국해양진흥공사 측은 “북미 항로에서 유럽, 남미, 아시아 등으로의 선박 재배치 확대는 기타 항로의 공급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며 “공급 조절에 실패한다면 선사 간 경쟁 심화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며, 운임방어에 성공하더라도 물동량 둔화 여파로 전년 대비 사업 규모는 축소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는 컨테이너 시황 불확실성 확대로 선사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따른 항로 구조 개편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원혁 대표는 1960년 생으로 성균관대 통계학과를 졸업하고, CJGLS(현 CJ대한통운)에서 3PL본부장, 물류연구소장 등으로 활동한 국제물류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2015년 범한판토스(LX판토스) 대표이사에 오른 뒤 8년 간 회사를 맡다 물러났고, 지난 3월 HMM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