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5-06-0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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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라 미국 국채 수익률 변동성이 커진 상황 속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은 미국 30년물 국채를 주로 취급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을 계속해서 담고 있다.
미국 채권이 여전히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결국 기준금리 하락에 따라 국채 가격이 오를 것(국채 수익률 하락)이라는 믿음이 개인투자자의 꾸준한 매수세를 이끄는 것으로 보인다.
▲ 개인투자자들이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국내 증시에 상장된 미국 30년 국채 ETF를 더욱 많이 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3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5월16일(현지시각)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Aaa->Aa1) 이후 국내 주요 미국 30년 국채 ETF 상품에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더욱 강하게 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투자자는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후 처음 국내 증시가 열린 5월19일부터 전날까지 약 2주 동안 국내 ETF시장에 상장된 순자산총액(AUM) 5천억 원 이상의 미국 30년 국채 상품을 모두 1022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현재 국내 ETF시장에는 순자산 5천억 원 이상 미국 30년 국채 상품이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TIGER 미국30년국채커버드콜액티브(H)’ ‘TIGER 미국30년국채스트립액티브(합성H)’ ‘Kodex 미국30년국채타겟커버드콜(합성H)’ ‘Kodex 미국30년국채액티브(H)’ 등 모두 5개 상장돼 있다.
개인투자자는 이들 5개 ETF 가운데 5월19일 이후 전날까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를 394억 원어치 순매수하며 가장 많이 담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30년국채커버드콜액티브(H)와 TIGER 미국30년국채스트립액티브(합성H)이 각각 252억 원과 186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개인투자자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미국30년국채액티브(H)와 Kodex 미국30년국채타겟커버드콜(합성H)도 각각 146억 원과 43억 원어치를 담으며 순매수 흐름을 이어갔다.
개인투자자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이 5개 ETF를 모두 4866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최근 2주 동안 순매수 규모가 올해 전체 순매수 규모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인데 ETF 가격 하락에 따른 저가 매수세가 더욱 강하게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30년 국채 ETF 상품은 기본적으로 미국 30년 국채 가격에 연동돼 움직인다.
국채는 발행 가격과 향후 받는 이자가 고정돼 있어 발행 이후 시장에서 거래될 때는 가격과 수익률(금리)이 반대로 움직인다.
미국 30년 국채 수익률은 5월 초 만해도 4.6%대를 보였으나 점진적으로 올라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크게 튀어 5%를 넘어섰고 여전히 4.9% 후반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에 미국 30년 국채에 투자하는 ETF 대부분은 최근 2주 사이 52주 신저가 기록을 새로 썼다.
반면 개인투자자 확대 등에 힘입어 미국 30년 국채 ETF 덩치는 더욱 커졌다.
5월30일 기준 미국 30년 국채 투자 관련 상위 5개 ETF의 순자산은 5조5305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26%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ETF시장이 173조5639억 원에서 199조8788억 원으로 15% 가량 성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을 뛰어넘는 빠른 성장세다.
대형 ETF도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5월26일 Kodex 미국30년국채액티브(H) 순자산이 5천억 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올해를 시작할 때만해도 순자산 5천억 원 이상 미국 장기채 ETF는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와 TIGER 미국30년국채커버드콜액티브(H), TIGER 미국30년국채스트립액티브(합성H) 등 3개에 그쳤는데 올해 들어 Kodex 미국30년국채타겟커버드콜(합성H)와 Kodex 미국30년국채액티브(H)가 5천억 원을 새로 넘겼다.
▲ 삼성자산운용은 5월 말 Kodex 미국30년국채액티브(H) 순자산이 5천억 원을 넘었다고 밝혔다. <삼성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은 “무디스의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 등의 영향으로 최근 미국 30년 국채 금리가 2023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5%를 넘어섰다”며 “이례적 수준의 고금리 상황 속에서 미국 장기채 투자 매력이 상승하며 개인투자자 등 투자금 유입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장기채를 비롯한 미국 국채 수익률이 중장기적으로 하향 안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준우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와 달러화의 괴리가 심화하면서 미국 국채의 안전자산 지위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구조적 변화가 급격히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여름이 지날수록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해 (국채 움직임이) 안정화할 것”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미국 30년 국채 수익률이 올해 4분기 4.8%대를 거쳐 내년 1분기 4.7%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S&P와 피치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시기에도 장기물 금리는 일시 급등 후 하락하며 자본차익의 기회를 제공했다”며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도 미국 장기물 국채에 대한 전략적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실제 미국 30년 국채 ETF는 5월22일을 저점으로 조금씩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장기채 ETF 가운데 가장 순자산이 큰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를 보면 5월22일 이후 전날까지 1.54% 상승했다. 미국 30년 국채 수익률이 현지시각으로 5월21일 5%를 넘긴 뒤 조금씩 하향 안정화하는 모습을 보여서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시기의 문제일 뿐 미국 연방준비제도도 언젠가는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며 “현재 장기채 수익률 급등 현상이 일시적이라고 보는 분석이 지배적인 만큼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개인투자자의 장기채 ETF 매수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