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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호의 이유 있는 무신사 '비상등', 빛나는 실적 아래 깔린 불안한 셈법

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 2025-05-27 14: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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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6831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조만호</a>의 이유 있는 무신사 '비상등', 빛나는 실적 아래 깔린 불안한 셈법
조만호 무신사 대표이사가 올해는 외형성장보다 자산 효율성 관리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연매출 1조 원을 넘기며 외형 성장의 정점을 찍은 지금, 조만호 무신사 대표이사는 다시 방향을 틀었다. 지난 4월 무신사가 전사적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자 업계 안팎에서는 당혹과 궁금증이 뒤섞인 시선을 앞 다퉈 쏟아냈다.

하지만 1분기 분기보고서를 뜯어보면 판단은 명확해진다. 시쳇말로 매출과 이익은 늘었지만 내부에서는 재고가 불어났고 현금은 줄었다. 거래액은 내부 목표치를 밑돌았고 소비 심리 악화까지 겹치며 실적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겉으론 성장 중이지만 속은 복잡해졌다. 지금 무신사에 필요한 건 더 큰 외형이 아니라 다시 ‘체질을 묻는’ 시간이라는 평가다.

27일 무신사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조만호 대표는 올해 외형 확장보다 재무구조 안정성 강화에 무게를 둘 것으로 관측된다.

무신사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929억 원, 영업이익 17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2.6%, 영업이익은 24.0% 늘었다. 수치만 보면 여전히 잘 나가는 기업이다.

하지만 실적 아래 숨겨진 내부 구조를 보면 이야기는 다소 달라진다. 재고와 현금 흐름, 운영 효율성 등 ‘속사정’에선 경고등이 깜빡이고 있다.

무신사의 재고는 빠르게 불어나고 있지만 팔리는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입점 브랜드 상품 재고는 2402억 원, 자체 브랜드 무신사스탠다드의 제품 재고는 1971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와 비교해 상품 재고는 16.9%, 제품 재고는 38.7%나 증가했다.

문제는 이 재고가 잘 팔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재고자산 회전율은 지난해 1.7에서 올해 1분기 1.1로 떨어졌다. 재고 하나가 소진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그만큼 길어졌다는 뜻이다.

특히 무신사의 핵심 고객층이 유행에 민감한 2030세대라는 점에서 이 지표는 더 의미심장하다. 이들은 한 시즌 늦은 상품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회전이 느린 재고는 결국 할인으로 처분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수익성 악화와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직결된다. 늘어나는 재고는 단순한 창고 문제가 아니라 무신사의 체력과 이미지에 동시에 부담을 주는 복합 리스크인 셈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무신사스탠다드 오프라인 매장 확대에 따라 상품 재고를 선제적으로 확보한 점이 재고 자산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며 “1분기에는 패션업계 특성상 봄·여름 시즌 신상품 입고가 집중되며 판매가 일시적으로 둔화되는 시기이므로 재고 자산이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금 흐름도 악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259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약 2600억 원 줄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4569억 원에서 -1847억 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68311'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조만호</a>의 이유 있는 무신사 '비상등', 빛나는 실적 아래 깔린 불안한 셈법
▲ 무신사가 1분기 재고자산이 크게 확대됐다. 사진은 무신사스토어성수@대림창고. <무신사>

장부상 이익은 나고 있지만 현금은 빠져나가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특히 패션 플랫폼 특성상 물류와 운영비 부담이 크다. 수많은 브랜드와 제품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고 빠른 배송·반품 대응 등 고객 기대치도 높은 영향이다. 재고 증가와 현금 유출이 동시에 일어나는 구조는 유동성 리스크로 연결될 수도 있다.

물론 시기적 영향도 없지 않다. 패션업계는 통상 4분기에 매출 규모가 크고 입점 브랜드 정산 대금도 함께 늘어난다. 이들 금액은 대부분 다음 분기인 1분기에 정산되며 무신사 역시 이 과정에서 현금이 대거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계절적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적자로 돌아선 점은 불안 요인으로 남는다.

결국 무신사는 외형 성장이 일정 궤도에 오른 지금, 속도보다 방향을 점검해야 하는 전환점에 들어섰다고 평가된다. 조만호 대표 역시 확장보다 체질을 먼저 살피며 성장 이후의 과제를 하나씩 꺼내 들고 있는 모양새다.

무신사는 4월부터 전사적 비상경영체제를 본격 가동했고 2분기에도 이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 임원 주말 근무, 조직 슬림화, 비용 구조 재정비 등 체질 개선 작업이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 확대와 글로벌 진출 등 핵심 성장 축은 유지하면서, 비효율은 과감히 덜어내겠다는 조 대표의 판단이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무신사 관계자는 “2분기에도 소비 심리 위축에 따른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선제적인 위기 대응 차원에서 비상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무신사의 이번 행보를 단순한 긴축 대응이 아닌 상장(IPO)을 앞둔 ‘정비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실제 무신사는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물밑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에 요구되는 건 단순한 매출 성장만이 아니다. 재무 건전성과 사업 운영의 효율성까지 함께 증명해야 하는 무대에 오르는 만큼 이번 비상경영 체제는 본격적인 체질 점검에 나선 선제 조치라는 분석이다.

플랫폼 기업의 성장 공식은 초기엔 빠른 외형 확장과 점유율 확보다. 하지만 외형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쌓아온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굴리고 안정적인 현금 흐름으로 전환시키느냐가 ‘진짜 실력’으로 평가받는다.

무신사 관계자는 “소비 침체와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비상경영체제를 통해 비용 효율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다만 오프라인 유통 확대와 글로벌 시장 진출 등 핵심 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는 계획대로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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