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선 기자 insun@businesspost.co.kr2025-05-1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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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베트남 자동차 시장에서 1위 굳히기에 나선다. ‘일본차 텃밭’으로 여겨졌던 베트남에서 일본 도요타 자동차를 연이어 꺾으며, 베트남을 동남아시아 시장 거점으로 키우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가 베트남 자동차 시장에서 1위 굳히기에 나선다.
베트남에 진출한 지 2년 만인 2019년 처음으로 판매량 1위에 오른 현대차는 2022년을 제외하고는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일본차 텃밭’으로 여겨졌던 베트남에서 일본 토요타 자동차를 연이어 꺾으며, 베트남을 동남아시아 시장 거점으로 키우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앞으로 베트남 시장에서 현대차의 지위를 결정짓는 데 올해 실적이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는 2017년 베트남 탄꽁그룹과 생산합작법인인 HTMV(Hyundai Thanh Cong Vietnam auto Manufacturing corporation)를 설립하고 베트남에 진출했다.
신흥시장인 베트남은 현대차에 중요한 나라다. 베트남 자동차 시장은 동남아에서 태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시장이다. 2022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자동차 판매량 50만 대를 돌파했고, 1인당 국민소득도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에 소비 잠재력도 크다.
현대차는 동남아 국가 가운데 베트남을 수출 기지로까지 키울 계획을 가지고 있다.
베트남은 다른 동남아 국가와 마찬가지로 ‘일본차 텃밭’으로 불렸지만, 현대차가 진출 2년 만에 도요타를 꺾고 판매 순위 1위에 오르며 기염을 토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베트남에서 6만7168대를 판매했다. 2023년과 비교해 판매량이 0.4% 감소하긴 했지만 점유율 16.5%로 1위를 지켰다. 도요타가 6만6576대를 팔며 2위를 차지했다.
▲ 베트남에서 판매 중인 현대자동차 모델 가운데 베스트셀링카에 오른 '엑센트'. <현대차>
올해 들어서는 토요타에 월간 판매량에서 조금씩 밀리고 있다. 1월~3월 모두 도요타가 1위를 차지했고, 현대차는 2위로 내려앉았다.
다만 3월 점유율 차이가 0.01%포인트 차이인 만큼 순위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 3월 판매량만 놓고 보면 현대차가 5368대를, 토요타가 5370대를 팔았다.
토요타는 올해 베트남 현지 진출 30주년을 맞아 다양한 프로모션을 펼치며 판매량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 소득 수준이 낮은 베트남 소비자들은 가격 민감도가 높기 때문에 프로모션에 따라 판매량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는 업계 전언이다.
현대차와 토요타가 치열한 1위 경쟁을 하다 보면 인센티브 확대 등 프로모션 비용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두 회사는 최근 현지 판매량 증가를 위해 출혈 경쟁을 하고 있다. 둘 중 한 회사가 200만 원 할인 행사를 실시하면 다른 쪽이 300만 원을 할인하는 식이다.
등록세 지원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연간 판매량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최근 공격적 프로모션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대 수백만 원 이르는 등록세를 100% 지원해 주기로 한 것이다.
등록세 지원은 토요타가 먼저 시작했다. 토요타가 등록세 50%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하자 현대차는 등록세 전부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토요타보다 등록세 지원폭을 늘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보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로서는 출혈 경쟁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안정적 1위를 확보하는 게 중요해졌다.
권영민 베트남 현대탄콩 생산법인장은 지난해 3월 베트남 인터컨티넨탈 하노이 랜드마크72에서 열린 ‘제13회 국제 비즈니스·금융 콘퍼런스(IBFC)’에서 “베트남에서 성공한 비결은 기본적으로 현대차 상품과 제품, 가격경쟁력 등 3가지가 밑바탕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현지 시장을 잘 아는 기업과 합작사를 설립하면서 베트남 현지인들에 자국 기업이라는 이미지도 판매에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7월 베트남 권력 서열 3위인 팜 민 찐 총리가 방한했을 당시 개별 회동을 갖기도 했다. 당시 정 회장은 전기차 사업을 촉진하기 위한 신기술 이전과 함께 베트남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