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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직무급제 '시도 않으면 아무 것도 없다', 직원들 우려 '산 넘어 산'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5-04-23 14: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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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직무급제 '시도 않으면 아무 것도 없다', 직원들 우려 '산 넘어 산'
▲ 롯데그룹이 계열사 전반에 직무급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하는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하려는 직무급제를 놓고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무엇보다도 중요 업무와 비중요 업무를 가르는 기준이 직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서 한국 조직문화에 직무급제가 어울리지 않는 옷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3일 롯데그룹 안팎의 얘기를 종합하면 맡은 업무에 따라 임금을 다르게 책정하는 직무급제를 계열사 전반으로 확대하는 방안과 관련해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그룹 계열사의 한 직원은 “직무급제 도입과 관련한 소문이 돌긴 했었는데 사실인 모양”이라며 “입사 동기들끼리는 직무급제 도입을 놓고 주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직원도 “회사가 무슨 근거로 중요 업무와 비중요 업무를 나눈다는 것인지 공감하기 힘들다”며 “안 그래도 롯데그룹의 임금이 다른 대기업보다 낮은데 사기가 더 떨어지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직무급제는 맡은 업무에 따라 임금을 다르게 책정하는 보상체계를 말한다. 즉 해당 직무의 중요도를 판단해 월급을 주겠다는 것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직무를 기반으로 개인의 성과에 더 집중해 보상할 수 있는 HR체계를 구축하려는 것”이라며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생산성을 높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현재 롯데백화점과 롯데웰푸드 등에 직무급제 도입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상태다. 롯데바이오로직스와 롯데이노베이트, 대홍기획 등은 이미 직무급제가 도입됐으며 계열사 전반으로 이를 확대하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그룹이 계열사 전반에 직무급제 도입을 검토하는 것은 대기업 최초의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삼성전자는 2016년 직무급제 도입을 추진했다가 직원 반발에 계획을 접었다.

신동빈 회장이 직원들의 예상되는 반발에도 다소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인사체계 도입을 추진하는 이유는 명확해 보인다. 롯데그룹의 전방위적 위기를 수습하려면 연공서열에 따른 직급제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조직문화가 보수적이라 비효율적 요소가 많다고 평가받는 체질을 개선하려면 해당 업무의 중요도를 기준으로 보상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하지만 직원들은 직무급제를 기대하기보다는 우려하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더 중요한 업무와 덜 중요한 업무의 기준을 무엇으로 가르느냐에 대해 공감대를 이루기 어렵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계열사의 한 직원은 “직무급제 도입 검토 소식이 전해지면서 직원들끼리 모여 개개인별로 부여받은 업무가 어느 등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지 점쳐보면서 푸념을 늘어놓고 있다”며 “업무의 중요도가 다를 수 있지만 부서별로 등급을 나누기 시작하면 서로를 비교하면서 불만만 많아질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유통업을 기준으로 보자면 MD(상품기획)가 핵심인지, 마케팅이 핵심인지를 놓고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회사가 기준에 따라 등급을 나누더라도 직원들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실제로 직무급제 도입과 관련한 노동계와 학계의 의견을 살펴보면 직무분석을 통해 각 직무의 상대적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직무급제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다. 무엇이 본질적 업무인지, 무엇이 지원 업무인지를 놓고 임직원들의 공감대가 생겨야 직무급제가 안착할 수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의 한 직원도 “이과로 분류할 수 있는 계열사는 연구개발 업무를 가장 높게 평가해야 한다는 데 비교적 쉽게 의견이 모일 수 있다”며 “하지만 문과쪽으로 분류할 수 있는 계열사는 각 업무의 특성이 제각각이라 등급을 나누는 데서 조직원들의 불만이 쌓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롯데그룹은 이와 관련해 각 직원들의 업무가 어느 등급으로 분류됐는지 알리지 않는 방안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직무급제가 도입된 계열사에서도 각 직원들의 업무 등급은 비공개다.
 
롯데그룹 직무급제 '시도 않으면 아무 것도 없다', 직원들 우려 '산 넘어 산'
▲ 직무급제 도입을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사진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롯데그룹>

우여곡절 끝에 직무의 등급을 매기는 데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문제다. 직무평가에 따라 임금을 책정해야 하는데 이와 관련한 시장의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해당 직무의 난이도를 평가하고 시장 상황에 맞춰 임금을 책정하는 것이 본질이 되어야 하는데 한국에서 직무급제를 도입한 곳은 몇몇 공공기관을 제외하면 손에 꼽는다.

직무급제가 팀 중심의 업무 수행을 기본으로 하는 한국 조직문화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직무급제는 개인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이에 기반해 보상하는 시스템이 본질이다. 팀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필요하다면 다른 팀원의 업무까지 도맡아야 하는 한국의 조직문화는 직무급제와 결이 다른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직무급제 도입의 실효성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직무급제를 도입한 일부 금융권에서는 ‘무늬만 직무급제’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직무 사이의 월급차이가 5만~10만 원 차이에 불과해 직원들이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서로 빈정만 상한다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의 얘기다.

롯데그룹은 이와 관련해 1등급과 5등급 사이의 기본급 차이를 20%로 책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직무급제 도입에 나쁜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직무급제를 도입한 몇몇 회사의 직원 반응을 살펴보면 남들보다 더 일해야 하지만 월급이 똑같아 대다수가 꺼렸던 조직의 경우 핵심업무로 분류되면서 자연스럽게 인재가 충원된 사례도 적지 않다.

핵심 직무에 종사하면 비핵심 직무보다 승진 연한을 빠르게 채울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는 회사도 있는데 이는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성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기도 한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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