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한종희 부회장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 주목된다. 대안으로 노태문 사장과 전경훈 사장이 손꼽힌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인사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부회장이 맡고 있던 TV·가전·모바일을 총괄하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자리를 매울 인물로는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 사장,
전경훈 DX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27일 전자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DX부문장, 생활가전(DA)사업부장, DX부문 산하 품질혁신위원회 위원장까지 ‘1인 3역’을 하던 한 부회장의 경영 공백이 발생하면서 삼성전자는 조심스럽게 후임자 인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DX부문이 담당하는 TV, 가전, 모바일 제품 모두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데다,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른 빠른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리더십이 절실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대표이사 부회장. <삼성전자> |
일각에서는 큰 폭의 ‘연쇄 인사이동’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내부 경영진을 중심으로 한 부회장의 공백을 메우는 ‘원 포인트’ 인사 가능성이 높다는 게 회사 내외부 관측이다.
DX부문장 후임으로는
노태문 MX사업부장 사장이 유력한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DX부문 MX사업부장으로 지내면서 한 부회장과 지속적으로 경영전략을 공유해온 데다가 노 사장만큼 오랫동안 경영능력을 입증해온 인물이 삼성전자 내에도 많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 사장은 2018년 12월 50세의 나이로 삼성전자 최연소 사장에 올랐으며 2010년 갤럭시S1부터 삼성전자 스마트폰 개발을 주도해 ‘미스터 갤럭시’로도 불린다. 2020년부터 5년째 MX사업부(과거 무선사업부)를 이끌고 있다.
2020년 99조5천억 원 수준이었던 MX사업부(네트워크 포함)의 매출은 2024년 117조3천억 원까지 늘어났다.
▲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 <연합뉴스> |
이 같은 경영 성과 덕분에 노 사장은 과거에도 인사철마다 한 부회장의 유력한 후임으로 꼽혀왔다.
전경훈 DX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도 DX부문장 후보 가운데 한명으로 거론된다.
전 사장은 미국 델라웨어대학교와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에서 교수로 재직한, 삼성전자에 흔치 않은 교수 출신 사장이다. 삼성전자의 기술자문을 맡다 2012년 차세대 통신을 개발하는 차세대통신연구팀장으로 영입됐다.
그는 삼성리서치를 맡아 인공지능(AI), 헬스케어, 로보틱스 등 신사업 강화를 위한 기술역량을 높이는 역할을 맡아온 만큼,
이재용 회장이 강조하는 ‘기술경영’을 실현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생활가전(DA)사업부장 사장 자리도 조만간 새로운 인사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MX사업부,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와 달리 DA사업부장은 그동안 한 부회장이 겸임하고 있어, 그의 빈자리가 더욱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DA사업부장을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 사장이 겸임할 가능성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용 사장은 한 부회장과 같은 TV 전문가로, 삼성전자 사장단 가운데 가장 젊은(1970년 출생) 편에 속한다, 2023년 사장으로 승진해 ‘삼성전자 TV 1등’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 전경훈 삼성전자 DX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 <삼성전자> |
일각에서는 문종승 생활가전개발팀장 부사장이 DA사업부장을 맡은 가능성도 제기된다.
DA사업부장 만큼은 가전 전문가가 진두 지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관측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문 부사장은 1971년 생으로 조지아 공과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삼성전자에서 브라질 TV·가전 공장장, 생산기술연구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당초 예정됐던 26일에서 28일로 미뤄진 가전 신제품 발표 행사도 문종승 부사장이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각 사업부문에서 한 부회장의 후임자를 찾는 것과 달리 당분간
전영현 부회장의 단독 대표이사 체제는 유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삼성전자는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마우로 포르치니를 DX부문 최고디자인책임자(CDO)로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포르치니는 3M과 펩시코에서 디자인 혁신을 주도한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삼성전자의 디자인 혁신을 제시할 것이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한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당분간 경영공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추모 기간이 지난 뒤
이재용 회장이 귀국한 다음에야 후임 인선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